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회사 빅3 최고경영자(CEO)와 관세정책 여파를 논의하는 전화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이들 자동차 업계 CEO는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자동차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국 자동차 산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화회의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한 달간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자동차 업계의 관세 유예 요청을 일단 수용하면서도 '안전벨트'를 언급한 것은 다가올 '관세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순간 그들의 전화선에는 정적이 흘렀다"며 "이제 빅3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전했다.
◇ 백악관 "유럽·중·한 무역적자 수년째"
이날 백악관에서는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 대상국으로 한국을 꼽으며 '시정' 의지를 보이는 발언도 나왔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CNBC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초점을 맞춘 뒤 "비관세 장벽이 있고 관세가 너무 높아 미국 기업이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대미 무역흑자국)이 당장 모든 장벽을 낮추면 협상은 끝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557억 달러(약 8조 3455억엔)의 흑자를 기록해 미국의 무역적자 대상국 8위에 올랐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대다수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헤셋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의 각종 비관세 장벽에 대한 철폐 압박으로 풀이된다.
헤셋 위원장은 시장 불확실성 우려에 대해서는 "4월 2일까지는 일부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4월이 되면 시장은 상호주의적 무역정책의 타당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2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날이다.
◇ 트럼프 "시진핑, 머지않은 미래에 방문"
중국과 '관세 전쟁'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 이사회에 참석해 "시 주석이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대면 정상회담을 가지면 2차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만나게 된다. 앞서 10일 미중 정상회담 6월 개최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4월 개최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 나란히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 10% 추가 관세에 이어 이달 초 10%를 다시 추가한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 등에 대해 10~15% 보복 관세로 맞서 양국 관계는 더욱 험악해진 상황이다. 시 주석의 방미가 성사되면 양국 간 무역·통상 분쟁 이슈 외에 펜타닐 유입 차단, 대만해협을 비롯한 역내 안보 등 현안이 두루 논의될 전망이다.
◇ "향후 후시파 공격은 이란에 책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최근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예멘의 친이란 성향의 후시파가 미군에 보복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에서 "앞으로 (미군을 겨냥한) 후시파의 모든 (미사일 등) 발사는 이란의 무기와 지도부에 의해 발사된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란은 심각한 후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숀 퍼넬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군 작전의 최종 단계는 후시파가 미국 선박 공격과 미국인 위협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옵션이 현재 탁상에 있다"며 배제하지 않았다.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예멘 곳곳의 후시파 기지와 지도자들을 겨냥한 대대적 공습에 나섰다. 이에 후시파는 현지 미 해군 항공모함에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공격을 가했지만 상당수 요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