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2번째 차리는 아내 생일상. 내가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아내를 위한 헌신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어 생일상을 차릴까 고민입니다.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닭 강정과 아귀 찜입니다. 닭 강정과 아귀 찜은 진간장에 조린 삼겹살과 함께 우리 집 대표 음식입니다.
치킨 한 마리 주문해서 먹으면 되지만 내가 직접 만든 닭 강정으로 생일상을 차리면 아내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고, 기름에 튀기지 않으니 건강에도 좋습니다. 닭 강정은 닭을 깨끗하게 씻어 물을 뺀 후 진간장, 다진 마늘, 설탕, 고추장, 후추로 밑간을 하고 1시간쯤 간이 배게 합니다.
▲ 닭 강정을 만들기 위해 진간장, 마늘, 후추가루, 설탕, 물엿 따위로 밑간을 함. ⓒ 김동수
간이 밴 닭을 후라이팬에서 엿을 넣고 조립니다. 설탕과 엿을 넣고 조리면 닭이 딱딱해집니다. 닭 강정은 기름에 튀긴 후 갱엿으로 조립니다. 갱엿으로 조리면 더 맛있지만 갱엿 구하기가 쉽지 않고, 기름에 튀기지 않기 위해 그냥 물엿으로 합니다. 오랜만에 닭 강정을 하려니 잘 되지 않습니다.
"여보, 양념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해요?"
"아니 진간장에 마늘, 설탕, 고추장 넣으면 되잖아요."
"양념장에 무엇을 넣는지는 알지만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몇 번 해 봤잖아요."
"손에 잘 익지 않아서 그래요."
닭 강정은 양념을 넣고 30분 정도 조린 후 엿을 넣고 다시 조립니다. 졸깃 졸깃해지면서 정말 맛있습니다. 막둥이는 벌써 부엌을 들락거립니다. 시민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차리는 엄마 생일상에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귀찮을 정도입니다.
▲ 닭에 양념장을 넣고 조리면 맛있는 닭 강정이 됩니다. ⓒ 김동수
"막둥이 너 오늘 엄마 생일이라고 공부방에도 안 갔다. 그럼 문제집이라도 좀 풀어야지. 공부 했어?"
"체헌이 공부 안 했어요."
"그래 막둥이 공부하는 것 아빠도 보지 못했다. 막둥이 너 자꾸 이러면 나중에 엄마, 형, 누나, 예설이하고만 먹는다."
"알았어요."
닭 강정을 만들고 이제 아귀 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귀 찜은 싱싱한 아귀를 사야 합니다. 아귀를 물에 씻고 물을 뺍니다. 중요한 것은 아귀만 삶습니다. 물을 붓고 삶으면 안 됩니다. 아귀만 삶아도 조금 지나면 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을 붓고 삶으면 나중에 물이 너무 많아 아귀 찜인지, 아귀 국인지 구별이 안 될 수 있습니다.
▲ 아귀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아귀 찜에는 물을 붓지 않고 삶아야 한다. 삶으면 물이 아귀에서 나온다. ⓒ 김동수
아귀를 삶은 물에 콩나물을 넣고 한 소끔 끓입니다. 한 소끔 끓인 후 아귀에 양념을 하면서 미나리, 쑥갓, 파를 넣고 전분 가루로 걸죽하게 만들면 됩니다. 아귀 찜 양념도 진간장, 다진 마늘, 고추장, 설탕, 된장이면 됩니다. 아귀 찜을 하는데도 아내 손길이 필요합니다.
"여보, 전분 가루는 언제 넣어야 해요?"
"아니 내가 생일상을 받는 것인지, 내가 내 생일상을 차리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가 손질을 다했잖아요."
"아귀를 넣고 삶으면 물이 생겨요. 아귀가 다 익으면 양념장과 함께 콩나물을 넣고 또 끓여요. 콩나물이 다 익으면 그 때 쑥갓과 파, 전분 가루를 넣고 마무리하면 됩니다."
"참 어렵다. 어려워."
▲ 아귀 찜을 하기 위해 파를 썰고 있다. ⓒ 김동수
▲ 아귀 찜에 들어갈 콩나물, 파, 쑥갓 ⓒ 김동수
아내에게 물어가면서 닭 강정과 아귀 찜을 다 만들었습니다. 다 만들어 놓고 보니 아내가 우리 집 대표 음식으로 만드는 진간장에 조린 삼겹살 수육, 닭 강정, 아귀 찜이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쉽지만 막상 해 보면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우리 집 대표 음식인 닭 강정과 아귀 찜이 쉽지 않습니다.
▲ 닭 강정과 아귀 찜 ⓒ 김동수
"자 먹자. 아빠가 만든 닭 강정과 아귀 찜이다."
"아빠! 엄마 생일 노래 불러요."
"그래. 엄마 생일 노래 부르자."
"아빠가 만든 닭 강정과 아귀 찜 맛있어?"
"맛있어요. 아빠가 최고예요. 최고."
"좀 짜다. 당신, 짭지 않아요."
"맛있어요."
"당신,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맛있다고 하는 것 아니예요."
"아니예요. 진짜 맛있어요."
▲ 엄마 생일에 아빠가 생일상을 차렸다고 좋아하는 아이들, 아빠가 한 닭 강정과 아귀 찜에 최고라고 한다. ⓒ 김동수
먹어보니 맛은 있는데 조금 짭니다. 조금 짭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맛있다고 하니 마음은 즐겁습니다. 정말 막둥이는 맛있게 먹습니다. 자기 형은 닭 강정을 젓가락으로 먹는데 막둥이는 손에 잡고 먹습니다.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막둥이, 엄마 생일 선물 샀어?"
"못 샀어요."
"왜 못 샀어? 너 아이스크림과 껌은 잘 사 먹으면서 엄마 생일 선물 살 돈은 없어?"
"있었는데 돈이 1,000원 밖에 없었어요. 누나하고 같이 갔는데 사고 싶은 선물이 3,000원 했어요. 오늘은 선물을 사지 못했지만 다음에 커서 다이아몬드 반지 사 줄거라고 엄마한테 약속했어요."
"막둥이가 엄마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 준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얼마인 줄 알아!"
"10,000원 짜리 몇 장만 모으면 되잖아요."
"그래. 우리 막둥이 나중에 커서 엄마에게 다이아몬드 반지 꼭 사줘야 한다."
"예"
▲ 닭 강정을 먹고 있는 막둥이. 먹성이 좋다. 자기 형은 닭 강정도 젓가락으로 먹지만 막둥이는 손으로 먹는다. ⓒ 김동수
큰 아이는 1,000원 짜리 머리 묶는 끈을 선물이라고 내놓았습니다. 아내는 그것도 좋다고 함박 웃음입니다. 오늘 큰 마음 먹었습니다. 5,000원도 아깝다는 아내에게 생일을 맞아 큰 마음 먹고 65,000원 짜리 코트를 사 주었습니다. 진주에 이사와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 준 엄청나게 비싼 옷입니다.
조카 예설이를 데리러 온 제수씨도 내가 만든 닭 강정과 아귀 찜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주버니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했는데 오늘 동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남편 여러분, 다른 때는 몰라도 아내 생일을 남편이 직접 차리면 1년이 편안합니다. 아마 최고의 선물 아닐까요.
오마이뉴스 김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