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2000년 11월 3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렸던 응씨배 결승 2국 이창호(좌)와 창하오(우)의 복기장면. 당시 우칭위안 9단이 대회입회를 맡았다. 중앙에 턱을 괸 사람은 대만 응씨재단 관계자, 그 왼쪽에 現 한국기원 사업부 하훈희 부장. 아마 2012년 리우저우의 상황도 위 사진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창호-창하오는 당시 진정한 한-중의 1인자였다. 지금은 단지 세월이 12년 흘렀을 뿐. |
사진 속 세월이 12년 흘렀을 뿐이다. 서로를 상대국가의 1인자인 경쟁자로서, 혹은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며 지내온 12년이다.
2012년 10월 2일과 3일, 중국 광시성 리우저우시에서 열린 '2012 리우저우 원미아오배 한중정상대결'에서 한국의 이창호 9단이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2-1로 승리해 첫 대회를 우승했다. 이창호 9단은 2일 열린 제한시간 3시간의 제1국에서 승리했고, 3일 속기로 두어진 2국과 3국에서 1승 1패를 거둬 종합전적 2-1로 승리했다.
이창호와 창하오는 10년이 넘는 꽤 긴 승부를 거쳐오면서 서로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두 라이벌의 관계는 일방적이다. 창하오가 이창호에게 중요한 승부란 승부는 거의 모조리 졌기 대문이다. 후지쯔, 응씨배, 도요타덴소배 등에서 창하오는 항상 결승서 이창호를 만나 눈물을 뿌렸다. 창하오가 제5회 응씨배에서 최철한을 상대로 우승했을 때 "상대가 이창호였으면 더 기뻤을 것"이라 말한 것은 분명 진심일 것이다. 리우저우배 이전까지 두 기사간 통산 전적은 35전 25승 10패였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은 맞지만 반상에서 양보하는 것은 두 사람의 기질에 맞지 않는다. 이창호 9단은 "나와 창하오는 정말 좋은 벗이다. 단 반상에서는 오직 승부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이번 시합에서 이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현재 6개월된 딸이 있어 항시 걱정되는 바 있어, 원래 이 대회 출전을 주저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가 '창하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근' 참가하기로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창하오 또한 승부에 대한 욕심을 크게 감추지는 않았다. 대국 전 창하오는 "내가 용띠다. 이렇게 리우저우 롱청(용성 龍城)을 바라보며 대국하니 내게 행운이 올 것 같다"며 꼭 우승하겠다고 주위에 밝혔다.
한편 한국 이창호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재)한국기원 양재호 총장의 미간은 약간 찌푸려진 상태. 그것은 한-중 바둑의 차이가 지금은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급격히 균형이 무너질 것이란 근심 때문이다.
양재호 총장은 "원래 세계바둑은 한중일 삼국의 정립(鼎立)상태였으나 최근들어 한,중의 격전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최정상 대결의 상황은 명확한 편(균형상태)이다. 단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중국바둑의 수준이 무척 빠르게 발전해 가까운 장래에 한국보다 바둑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창호 등의 한국프로들은 '시대의 표준'이란 위치에서 점차 하강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바둑의 신세대 역량은 그치지 않고 지속되어 최근엔 '95후 세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한국 또한 '영재입단대회'를 마련해 중국과의 경쟁을 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재호 총장은 한국에서 2명의 영재입단자를 선발했다면서 "중국이 이미 어린 친구들을 엄청나게 많이 키우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단지 소수의 정예만을 키우는 것이라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의 K모 9단은 "중국에는 박정환처럼 성장하리라 기대되는 기사가 많게는 50명,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양재호 총장은 중국의 탄탄한 바둑 대중에 대해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양재호 총장은 "한국에선 비록 제가 9단이고 제 이름이 (한국내에선) 좀 알려지긴 했지만, 이곳 광시성 리우저우에서 많은 바둑팬들이 저를 알아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기원에선 왕위안 8단과 왕이 5단이 한국기원은 양재호 사무총장과 한국기원 하훈희 사업부 부장이 참관했다. 중국뉴스망은 '리우저우배 한중대결은 이창호,창하오 외에도 더 많은 한중 최정상 기사들이 참여하는 대회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우승상금은 30만위안(한화 약 54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5만위안(한화 약 2700만원)이다.
[출처 | 시나바둑, xinhuanet.com, 중국뉴스망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