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나에게 맡겨주신 것으로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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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7/연중 제31주간 금요일/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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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16장 1-8절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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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의 목적
오늘 복음에서 부자가 집사를 쫓아내려고 한 이유는 그 집사가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낭비라는 말은 본래 쓰여야 하는 목적과 달리 무언가가 헛되이 쓰일 때 쓰는 표현입니다. 예컨대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하고, 돈을 올바른 용도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돈 낭비라고 하는 식이지요. 그러니 부자의 재산이 낭비되었다는 것은 그 재산이 올바른 용도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낭비를 지적받은 집사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불러 빚을 탕감해 주기 시작하는데, 이에 주인은 집사를 칭찬합니다. 주인에게 있어서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은 낭비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재물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써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부자가 생각한 재물의 목적이었던가 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집사의 의도는 불순하고 불완전했습니다. 하지만 집사는 이를 통해 재물을 통해 자비를 베푸는 법, 친구를 사귀는 법, 그리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듯 우리를 당신의 집사로 초대하셨고, 사랑을 실천하도록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맡겨주셨습니다. 그것들을 낭비하지 않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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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미카엘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
생활성서 2025년 11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