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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쿠팡 불매 운동 얘기가 자주 보이는데, 내가 보기엔 답이 없어 보인다.
1. 배송 업계에서 쿠팡이 딱히 '더' 악하지 않다.
실제로 쿠팡맨/로켓맨으로 일하던 분 (2명)과 얘기해 본 결과, 쿠팡이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호감을 갖고 있었다.
악명 높은 상하차를 헐값에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는 쿠팡과 무료로 택배 기사에게 떠미는 다른 택배회사, 어느 쪽이 더 악한가?
2. 쿠팡의 서비스와 가성비는 월등하다.
쿠팡은 1~2번 배송비 값의 월정액으로 무제한 무료 배송하는데, 이는 한해 몇 천 억 씩 적자를 내며 경쟁사 죽이기 정책을 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회사들보다 택배기사들을 더 착취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착취는 다들 비슷한 수준이고, 굳이 따지자면 쿠팡이 오히려 덜 하는 편이다)
이는 쿠팡이 태우는 몇 천억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득을 보는 소비자들에게 쿠팡 불매 운동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3. 쿠팡과 다른 배송 업체가 모두 악하다면, 대안은 있는가?
택배 기사의 처우를 위해 불매 운동이 실효를 가지려면, 쿠팡 불매가 아니라 택배 불매가 되어야 한다.
요즘 같은 이커머스 시대에, 온라인 구매 안 하고 오프라인에서만 물건을 살 자신이 있다면 불매 행동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먹힐 수 있을까? 내 편의를 버리고 장기간 오프라인 구매만으로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게다가 오프라인 구매는 과연 온라인 구매보다 더 도덕적인가? 오프라인 대형 매장이 지역 상권을 무너뜨리고 직원들에게 갑질한다고 탓하던 일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물류 관련 노동자들의 권익이 얼마나 향상될 것인가?
결국 이는 쿠팡의 하나 문제도, 택배 업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노동자고, 노동자로서 연대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쿠팡이나 택배 불매운동보다는, 우체국 노조와 비우체국 노조가 벌이는 밥그릇 싸움부터 말리고 서로 연대하도록 촉구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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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최악과 차악 중에 최악을 벌함으로서 차악을 경계하게 만든다는 효과가 있지요. 말씀하신 게 틀린 건 아니지만 두드러지게 문제를 일으키는 업체에 대한 소비자운동이 업계에 경고를 날린다는 측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운동의 효과도 노동자 연대보다는 소비자운동이 더 좋고 말이죠. '소비자'라는 집단은 광범위한 사람들을 포괄 가능하지만 노동자란 집단은 소수에 그칠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말씀 자체는 맞는데, 쿠팡이 최악이고 다른 배송 업체들이 차악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야간 배송을 없애버리게 되면 기존 야간 배송에 투입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뿐이겠지요. 언제는 기존 물류업체들이 지입차 위주 외주 경영 하던 것에서 쿠팡이 비용부담 감수하고 차도 사람도 직접 회사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니깐 좋다고 하더니만....
실제로 쿠팡맨들은 쿠팡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더군요. 다른 택배회사들은 고용 조차도 안 하고 '개인 사업자'로 내모는 데 비해 쿠팡은 그래도 고용이라도 해주니까요.
사정 모르는 속 편한 오지라퍼들이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