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김형석 칼럼]민주당,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3-03-10 03:00 업데이트 2023-03-10 03:28
국민보다 정권을, 정당보다 개인 위하는 모습
민주당 앞날 걱정하는 국민 많아지고 있어
참된 진보 지향하며 행복한 사회 만들길 기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와 기반은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정착되었다. 한국의 자주독립은 평화적 공존을 위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호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세계 어디에도 무력침략에 의한 식민지가 존재할 수 없다는 선언과도 일치하는 민족적 선언이었다. 그때 태어난 민족의식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교육의 열정이 광복과 더불어 성숙된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
그 후 40년 동안에 우리는 4·19혁명을 치르면서 독재정치의 큰 강을 넘었고 후진 국가들이 겪었던 군사정권의 기간을 성공적으로 지양(止揚)시켰다.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진입했는가 하면 권력국가를 넘어 법치국가인 민주주의 정치를 유지 성장시켜 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세대에 와서 남북 분단의 역사적 운명에 따르는 새로운 시련과 위기를 자초하게 되었다. 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과 그 실권을 담당했던 문재인 정부로부터 비롯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실책을 극복하길 원하는 국민의 시위를 ‘촛불혁명’이라는 정치적 기치를 앞세워 잠재해 있던 친북좌파세력이 민주당과 합세하면서 민주정치의 방향과 정도를 이탈하는 과오를 범했다. 공산정권들 초창기에 발생했던 이념정치의 현상이 그대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문 정권 정치의 이중성이 등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통합을 호소하면서 적폐청산이라는 정치방법을 감행했다. 그 결과 과거에 찾아볼 수 없던 국론 분열의 결과를 남겼다. 문 정권이 제1과제로 삼았던 친북정책도, 북한 동포를 외면하고 김정은 정권과의 친북으로 변질시켰다. 그 결과 자유세계는 물론이고 유엔의 기대와도 어긋나는 방향을 택했고 세계 인권의 사명을 이탈해 국제적 불신을 초래했다. 국내적으로는 운동권 출신 세력과 합치면서 경제정책과 질서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려 성장의 정체를 자초했다. 문 정부 초창기부터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 실직했다. 그 결함을 정규직으로 보충하기 위해 국가공무원을 늘리고 국고로 대체하면서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더 위험한 것은 사회 건설의 기강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가치관까지 훼손, 파기시켰다. 진실에 따르는 정직은 사라지고 정의의 가치와 질서는 상실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정부 통계까지 조작했는가 하면, 내로남불의 폐습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타락했다. 법의 존재 가치는 정치적 평가에 따라 좌우되고 정치에 뒤따르는 사회질서 파괴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여론을 조작해 성공하면 정의가 되고 투쟁해서 승리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개념까지 보편화되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지나친 편견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당 정부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지난 대선 후보 선출 때 친문(親文)이 버림받고 비문(非文)인 이재명이 선출되지 않았는가. 오히려 국민들이 걱정한 것은 야당다운 야당이 없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자기반성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민주당과 문 정부가 원하지 않았던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으로 귀착되었다는 엄연한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문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에게서 버림받았다기보다는 국민을 배신했다는 증거가 되었다.
지금은 정세가 바뀌어 국민의힘이 집권했다. 그 후 1년 가까이 민주당은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국가와 국민의 장래에는 아랑곳없이 정권 재탈환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쟁만을 계속하고 있다. 문 정부 때는 진보의 정신과 개념을 폐기시켰고, 이재명 당 대표가 되면서는 민주주의 정치가 버림받은 지 오래다. 국민보다는 정권을, 정당보다는 개인을 위한 정책에 열중하고 있다. 자신들은 검찰 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전례 없는 독재정치라고까지 선언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누가 누구를 위한 변명인지 다 알고 있다. 당 대표의 인격과 애국심에 대한 회의를 증대시켰고, 민주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 있는 국민들은 민주당의 건전한 재탄생 없이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우려스럽다는 걱정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들의 싸움은 말릴 사람이 없다. 스스로가 회개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나같이 인생을 다 산 위치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미국과 같은 정신적 영도력을 갖추며 참된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젊은 세대와 후손들은 그 현실을 성취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 보수와 진보가 협력해서 열린 다원사회를 건설해가는 세계 무대에서 뒤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