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
[가혹할 가(艹/5) 정사 정(攵/5) 사나울 맹(犭/8) 어조사 어(方/4) 범 호(虍/2)]
세상에 세금 내기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세금은 죽음과 함께 피할 수 없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내지 않을 도리도 없다. 원래 稅金(세금)의 稅(세)를 뜯어보면 ‘벼 禾(화)’ 변에 ‘기쁠 兌(태)’가 든 것으로 많은 곡식을 수확한 기쁨으로 신에게 제사지낸다는 뜻이었단다. 따지고 보면 세금으로 문명된 사회를 같이 누리는 대가이다.
모두들 싫어하는 데는 이전부터 악독한 군주가 가혹한 정치를 펼치면서 백성들의 고혈을 짜냈기 때문이다. 苛斂誅求(가렴주구)나 浚民膏澤(준민고택) 등 양민을 세금으로 괴롭히는 성어는 많은데 가혹한 정치(苛政)가 호랑이보다 사납다(猛於虎)는 말이 가장 유명하고 역사도 오래 됐다.
중국 유교 五經(오경)의 하나로 의례의 해설을 주로 담은 ’禮記(예기)‘에 이야기가 나온다. 喪禮(상례)에 관한 글이 많이 실린 檀弓下(단궁하)편에 孔子(공자)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孔子家語(공자가어)‘에 실린 내용도 같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말엽 공자의 고국인 魯(노)나라는 왕족인 季孫氏(계손씨) 등이 왕보다 더 세력을 떨치며 가혹하게 세금을 수탈하여 백성들이 시달렸다.
공자는 제자들을 이끌고 齊(제)나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뚝 솟은 泰山(태산) 기슭을 지나갈 때 구슬픈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 와 그 쪽으로 수레를 향하게 했다. 길가 풀숲에 있는 허술한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애절하게 울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제자 子路(자로)를 시켜 어떻게 울고 있는지 물어보게 했더니 여인이 대답한다. ‘옛날 저의 시아버님이 호랑이에 잡아 먹혔는데 곧 이어 남편이 물려 죽고, 이번에는 또 아들이 죽었습니다(昔者吾舅死於虎 吾夫又死焉 今吾子又死焉/ 석자오구사어호 오부우사언 금오자우사언).’ 그러면 왜 위험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하니 여기선 세금 뜯어가는 가혹한 정치는 없다고 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잘 알아 두어라,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小子識之 苛政猛於虎也/ 소자식지 가정맹어호야).’ 횡포를 부리는 통치자가 어떻게 백성을 괴롭히는지를 절절하게 경계했다.
이런 가르침이 그대로 먹힐 리 없어 도둑질하는 위정자를 쥐에 비유한 碩鼠(석서)라 했다. 우리나라도 나을 것이 없다. 牧民心書(목민심서)에 언급했듯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하며 도적이라 한다(牧之不淸 民指爲盜/ 목지불청 민지위도)’고 질책했다.
春香傳(춘향전)에 나오는 ‘금으로 만든 술항아리에 담긴 맛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金樽美酒 千人血/ 금준미주 천인혈)’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어려워하지 않고 흥청망청 낭비하니 이런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