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바니스 뉴욕' 오프라인 마케팅 새 실험 돌풍
2018년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매장에 롤러스케이트장이 들어섰고, 발렌시아가는 로또 추첨 가게를 운영했다. 프라다는 파친코 게임기를 설치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독일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은 매장을 레스토랑처럼 꾸미고 피자와 주스를 팔았다. 뉴욕 맨해튼에 본점을 둔 명품 백화점 체인 바니스 뉴욕 (Barney's New York)이 시도한 새로운 오프라인 마케팅 실험이었다.
♧ 젊은 세대에게 '체험 공간' 제공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크게 타격받은 곳 중 하나는 오프라인 백화점이다. 수십 년째 브랜드별로 매장을 나눠 똑같은 바겐세일, 똑같은 점원 구조를 고수하다 변화무쌍한 온라인 쇼핑몰에 속속 자리를 내주고 있다.
'유통 공룡'이라던 126년 전통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는 지난 10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 시카고 시어스타워 이름으로도 유명했던 그 시어스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작년 초부터 1250매장 중 400여 곳을 폐점했고, 올 7월에는 본사가 있는 시카고의 마지막 점포 문을 닫았다. 앞으로 최소 150매장을 더 폐점할 예정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2018년 2월 취임한 다니엘라 비탈레 바니스 뉴욕 CEO는 온라인 쇼핑몰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혁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온라인에는 없는 '공간'을 활용하는 작전이다. 목 좋은 곳에 있는 크고 고급스러운 건물을 이용해 온라인에선 엄두를 못 낼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뉴욕주립대 패션공과대(FIT) 출신인 비탈레 CEO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조르조 아르마니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구찌 미국 지사장을 역임하면서 명품 업계에서 관록을 쌓았다. 그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불거진 명품 백화점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적극 활용하면서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결국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적 경험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면서 "경험은 젊은 세대에게 일종의 화폐(currency)"라고 말했다.
바니스 백화점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브랜드 수프림 (Supreme) 마케팅 기법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의류 업체 수프림은 이른바 '드롭(Drop)'이라는 전략을 쓴다.
인기 제품을 적은 수량 한정판으로 낸 뒤 '매장'에서만 팔도록 해 열혈 소비자들이 개점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을 불사하며 기다릴 정도로 열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비탈레 CEO는 "온라인에서는 '드롭' 이라는 게 불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런 '드롭' 수법"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