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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나쁜 마음은 없다』는 심리치료/심리상담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 내면가족체계(IFS) 모델에 대해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우리 각자의 마음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기존 주류 패러다임과는 달리 본서의 저자는 우리가 여러 마음을 갖고 있다는 다중 마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IFS 모델을 개발하였고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로 있는 리처드 슈워츠 박사의 견해에 대해 많은 심리상담자/심리치료자들이 호응하며 이 모델을 치유 현장에 적용하며 효과를 얻고 있다.
흔히 ‘내면아이’로 알려져 있는 우리의 내면부분들 각각을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다가갈 때 치유가 매우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슈워츠 박사는 발견하였고 이를 임상적으로 적용하면서 그 유효성을 확인해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은 우리 내면에 그동안 여러 종교나 영성에서 언급해온 진정한 나, 즉 ‘참나’가 누구에게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마음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다중 마음 패러다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 속담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를 IFS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내면아이는 트라우마가 발생하던 당시에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다가 상처 입고 때로는 극단적인 생각과 태도와 행동을 반복한다. 이들은 때로 세상이 손가락질을 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트라우마의 시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상처 입은 피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힘을 자각하고 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게 바로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참나 에너지’이다. 이를 개인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내면가족체계(IFS) 모델은 인간과 사회에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나쁜 마음은 없다』는 나날이 양극화와 여러 사회적 갈등과 인간과 지구 전체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현시점에 올바른 방향으로의 근원적인 변화를 위한 중요한 비전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실습 방법들과 함께 흥미로운 상담 사례들을 싣고 있어서 내면가족체계 모델을 독자들이 직접 및 간접 체험해볼 수 있다.
👨🏫 저자 소개
리처드 슈워츠
체계적 가족치료사이자 학자로서 경력을 시작하였다. 슈워츠 박사는 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들이 그들 내면의 다양한 부분들을 얘기하는 것에 응답하여 시스템 사고를 토대로 한 내면가족체계(Internal Family Systems, IFS)를 개발하였다. 슈워츠 박사는 트라우마를 겪는 내담자들의 내적인 영역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도 그가 나중에 ‘참나(Self)’라고 부르게 된 손상되지 않는 치유적인 본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본서에 묘사된 것과 같은 영적 여정으로 그를 이끌었다. 전국적인 전문가 기구들의 특별 연사로 활동 중인 슈워츠 박사는 지구적 운동이 된 IFS와 관련하여 『내면가족체계치료』, 『내면가족체계[IFS] 치료모델: 우울, 불안, PTSD, 약물남용에 관한 트라우마 전문 치료 기술훈련 안내서』, 『모자이크 마음The Mosaic Mind』, 『많은 마음들, 하나의 참나Many Minds, One Self』, 『당신이 기다려온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You Are the One You've Been Waiting For』 등 많은 저서를 단독 또는 공동 저술하였다. 또한 50편 이상의 논문들을 출판하였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로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ifs-institute.com 참조.
📜 목차
추천사 서광 11
추천사 앨러니스 모리셋 15
들어가는 글 25
1부 우리 안의 내면가족체계
1장 우리는 모두 다중적이다 33
단일 마음 대 다중 마음 33 / ‘단일 마음 믿음체계’의 간략한 역사 37 / 의지력과 수치심 38 / 우리 내면의 부분들은 방해물이 아니다 42 / 내면의 부분들에 대해 알게 된 계기 46 / 내면부분들의 짐 53 / 내면부분과 이들의 짐은 같지 않다 56 / 나쁜 부분, 나쁜 마음은 없다 57 / 우리 내면의 참나 60/ 당신의 차례 64
실습 내면의 보호자 알아가기 64
실습 내면부분들 지도 그리기 69
2장 내면의 부분들은 왜 우리와 섞이는가 72
보호적인 부분들의 믿음 73 / IFS의 네 가지 기본 목표 81 / 내면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기 83 / 내면의 부분들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사항 87
실습 섞임에서 벗어나 참나를 체현하기 79
사례_1 샘―따돌림 당한 내면아이 89
3장 모든 것을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 104
신 또는 궁극의 참나 104 / 확인하기 112
실습 딜레마 명상 109
실습 다루기 힘든 보호자와 작업하기 114
4장 시스템 사고는 왜 필요한가 114
시스템 사고의 발달 119 / 맥락이 모든 것이다 121 / 인간 본성에 대한 부정적인(그러나 잘못된) 견해 122 / 부정적인 관점은 왜 작동하지 않을까 126 / 되먹임 고리 128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132 / 체계적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133
실습 IFS 매일 명상 135
5장 나의 내면가족체계를 그려보자 139
추방자 139 / 관리자 145 / 소방수 147
사례_2 모나의 조증 부분 157
2부 참나 리더십
6장 참나는 치유와 변용을 선사한다 169
치유의 의미 171 / 참나의 특성 183 / 영성과 참나 189 / 나의 영적 여정 195
실습 길의 여정 176
실습 섞임에서 벗어나 참나와 연결되기 182
7장 참나는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199
참나가 이끄는 양육 199 / 참나가 이끌게 하기 232
사례_3 사회활동가 이선과 새러 204
8장 참나의 비전 그리고 목적 있는 삶 237
참나의 비전 239 / 삶의 변화와 내면 부분들의 반발 242 / 내재와 초월 252 / 섬기는 리더십과 전파력 255 / 몰입 258
실습 소방 훈련 246
실습 슬픔에 빠진 사람에 대한 명상 249
3부 몸 안의 참나, 세계 안의 참나
9장 그대의 번뇌 스승을 환영하라 269
성스러운 존재들 270 / 번뇌 스승 273
실습 내면부분들 지도 그리기 (심화편) 277
실습 촉발요인들에 대해 작업하기 281
10장 내면세계의 작동원리 284
뷰티풀 마인드 284 / 점검하기 290
실습 내면의 보호자에 대한 작업 (심화편) 292
사례_4 앤디―인종차별주의의 역설 296
11장 참나를 체현하자 303
IFS와 몸 304
사례_5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는 티제이 313
실습 몸에 대한 명상 324
나오는 글 327
감사의 글 336
주석 339
옮긴이 해제 343
옮긴이 후기 358
📖 책 속으로
우리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러한 생각이나 감정들이 더욱 강해지는 상황을 종종 경험한다. 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부분들 역시 창피를 당하거나 추방당하는 것에 대해 맞서 싸우기 때문이다.
--- p.40
내가 만나는 내담자마다 똑같이 마음챙김과 호기심, 평온함, 자신감 그리고 종종 자비심까지 보여주는 어떤 존재가 돌연 나타나곤 했고, 그 존재는 내면에서 어떻게 치유적인 관계를 맺을지 알고 있는 듯했다. 내담자들이 이러한 상태에 있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이 묻곤 한다. “그럼 그건 당신의 어떤 부분인가요?” 그러면 내담자들은 “그건 다른 부분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저 자신에 더 가까워요”, “그건 오히려 저의 본질적인 그 무엇이에요”, “그건 진정한 저예요”라고 대답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참나Self라고 일컫는 존재이다. 참나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한다.
--- p.63
우리는 이제 내면의 부분들이 질병이거나 고통거리이거나 단지 에고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분들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면의 작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또한 서로를 안전하게 돌봐주고 내면세계를 함께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내면의 부분들은 인격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들은 제각기 서로 다른 욕구와 나이, 의견, 재능, 자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짜증으로, 또는 극단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동안에는 어떤 고통의 원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우리 내면의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 p.85
시스템 사고를 통하여 우리 모두가 이곳에 함께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수 있는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 p.132
1장에서 영적 우회에 대해 언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에서 도피하기 위해 명상센터 등을 찾는다. 내가 치료 작업을 진행하는 지역사회에서도 자신의 추방자를 초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적 수행을 이용하는 이들을 흔히 보게 된다. 소방수가 당신을 영적 수행에 중독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방식이 훌륭한 해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p.148-149
당신 내면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면 자연히 그 부분을 더 명료하게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이 이제껏 경험해온 것들에 대해,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고 있는 무거운 짐들에 대해 자비심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인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다른 이들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게 되고 또 도우려는 용기도 더 생긴다. 이렇듯 참나의 특성 중 한 가지에 연결되는 것만으로도 종종 또 다른 특성의 출현과 활동을 이끌어내곤 한다.
--- p.185
발달심리학과 애착 이론은 아이들이 성장할 때 양육자에게서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면가족체계(IFS) 모델은 우리 내면의 애착 이론으로 간주될 수 있다. 내담자의 참나가 내면에서 불안정 애착 부분들이나 회피 애착 부분들에게 훌륭한 애착 대상이 되어준다는 면에서 그러하다.
--- p.199
너무나 많은 상호작용들이 사실 알고 보면 [내면의] 보호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전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례를 기업과 가족과 정치에서 목격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양극화 현상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각 진영 안의 부분들이 장악한 상태에서 서로를 향해 발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의 부분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그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의 보호자도 똑같이 또는 더 극단적으로 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어느 진영에서도 전체를 통할하는 리더십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각자의 진영에 추방자가 많이 존재할 때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현상은 인간 체계의 모든 수준에서 동일하게 발생한다.
--- p.283
당신이 참나 상태에 있고 두려움이 없다면 당신 내면의 어떤 것도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작동원리이다. 이 원리 역시 내가 IFS를 적용해온 지난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 p.288
내면가족체계 모델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당신의 내면세계와 외부세계 양쪽에서 참나가 이끌어가도록 당신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참나가 양쪽 영역에서 보다 더 풍부하게 현존하면 할수록 양쪽 영역의 존재들은 더욱더 재연결되고 조화로워지고 균형 잡히게 된다. 하지만 참나가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에서 온전히 활동하려면 당신의 몸과 연결되어야 한다. 참나는 우리 몸에 체현되어야 한다.
--- p.304
내면의 모든 부분을 사랑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내면의 부분들은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당신이 참나가 이끄는 삶을 살도록 허락한다. 그렇게 될 때 당신은 지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 내면의 착취적인 부분들한테서 지구를 지켜내야겠다는 마음이 우러나온다. 더 나아가 당신 안의 참나의 장을 지구 차원으로 확장할 것이고 이는 지구를 치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당신은 또한 자신이 ‘궁극의 참나SELF’라는 더 큰 장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p.328
🖋 출판사 서평
내면소통과 내면아이 치유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개인과 공동체에 비전과 희망을 제시한다!
―내면가족체계(IFS) 이야기―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리처드 슈워츠 박사의 《나쁜 마음은 없다(원제: No Bad Parts)》는 심리치료/심리상담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는 내면가족체계(IFS) 모델을 개발해서 40여 년 동안 임상에 적용하여 많은 이들을 치유하였다. 전세계의 수많은 심리치료자와 심리상담자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보건 당국에 의해서도 증거 기반 심리치료로 인정받은 IFS 모델을 이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바로 《나쁜 마음은 없다》이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인가, 여럿인가
슈워츠 박사는 인간 정신을 바라보는 두 가지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즉, 우리 마음을 단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기존의 오래된 패러다임과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다중 마음 모델, 즉 내면가족체계 모델을 대비하며 소개한다.
사실 우리 마음을 여럿으로 나뉜 것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심리치료 초창기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간의 정신을 그것Es(원초아id), 나Ich(자아ego), 윗나Uberich(초자아superego)로 구분한 것을 잘 알려져 있다. 비록 내면가족체계 모델의 관점처럼 이러한 부분들이 인격을 지녔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이 여럿으로 나뉜다는 발상 자체를 제시했다는 점에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프로이트 외에도 칼 구스타프 융은 자아ego, 자기Self, 아니마, 아니무스, 콤플렉스 등 인간 정신을 다양하게 구별하였다. 또한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통합’을 창시한 로베르토 아사지올리는 높은 자기Higher Self 개념과 함께 하위인격subpersonaliti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인간중심치료의 창시자로 유명한 칼 로저스나 미국 최고의 정신과 의사 중 하나로 꼽히는 어빈 얄롬도 치료 장면에서 내담자/환자의 내면의 ‘부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심리치료자이자 심리상담자인 존 로완은 ‘하위인격’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수많은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우리 내면에 여러 인격이 있을 수 있음을 병리적인 차원이 아닌, 즉 과거의 ‘다중인격장애’ 또는 최근 ‘해리성 정체성 장애’로 불리는 그러한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로 보려는 시도는 꾸준히 존재해왔다.
내면의 부분들을 다루는 세련된 방식을 개발한 슈워츠 박사는 원래 가족치료사로서 출발하였다. 그래서 내담자들을 주로 ‘가족체계’ 관점에서 가족들 사이의 관계를 교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였고 그 결과 내면의 ‘하위인격들’을 목격하기 시작하였다. 슈워츠 박사는 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해법을 찾아나갔다. 이들이 부적응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찾고 이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해주고 치유하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저자는 우리 내면의 ‘하위인격’을 이해하기 쉽게 ‘부분parts’이라 불러 내담자/환자와 원활하게 소통하고자 하였다. 참고로 번역서 《나쁜 마음은 없다》에서는 ‘부분’이라는 말이 워낙 일상적인 언어라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때로는 ‘내면의 부분’ 또는 ‘내면부분’이라고 옮기기도 하였다.
우리가 ‘내면부분’을 느끼는 정도는 각기 다릅니다. 또 다른 IFS 입문서에서 슈워츠 박사는 자신의 ‘내면부분들’을 희미하게 느끼는데 어떤 내담자들은 자신의 부분들을 마치 영화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느낀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사람마다 ‘최면 감수성’이 달라서 최면 상태에 잘 들어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우리의 내면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슈워츠 박사는 ‘내면체계’ 또는 ‘내면가족체계’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내면소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와 관련된 문제적인 내면부분들을 ‘관리자’, ‘소방수’와 같은 보호 역할 부분들(‘보호자’), 그리고 우리가 흔히 ‘내면아이’라고 부르는 상처 입은 내면부분들(‘추방자’)로 부른다.
관리자와 소방수는 기본적으로 내면체계를 보호하려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추방자에 대한 대처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이들은 양극화하기 쉽다. 서로 다른 세계관 때문에 사회적인 이슈를 놓고 서로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며 다투는 인간 사회와도 비슷하다. 우리 사회에 ‘부족주의’가 양극화를 이끌며 기승을 부리듯 내면의 세계에서도 뜻이 맞는 부분들끼리 ‘동맹’을 맺기도 한다.
사회 세력 간에 깊은 갈등을 겪을 때 나라 전체가 요동치듯이 내면의 부분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양극화나 갈등으로 견딜 수 없게 될 때 우리는 심리상담자나 심리치료자를 찾게 된다. 여기서 내면가족체계 모델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치유의 주체로서 내담자/환자(그리고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참나Self’가 주도하게 한다는 점이다. 종교나 영성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마도 ‘참나’라는 용어가 어느 정도 익숙하실 수도 있고 동시에 좀 형이상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IFS 모델에서 말하는 ‘참나’는 철학적 사변 또는 종교나 영성의 어떤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수많은 내담자들과의 임상을 통해 경험을 통해 발견한 우리 내면의 실재이다.
‘참나’는 내담자 내면의 다양한 부분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특성들을 지니는 것으로 보였다. 슈워츠 박사는 이렇게 임상을 통해 현상학적으로 발견된 참나의 특성은 영어의 ‘C’로 시작하는 여덟 가지 단어로 정리하였다. 평온함Calmness, 명료함Clarity, 호기심Curiosity, 자비/연민Compassion, 자신감Confidence, 용기Courage, 창조성Creativity, 연결감Connectedness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 초월명상(TM)을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활용했을 뿐 종교나 영성과는 무관한 과학자(심리학자)로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내담자들의 내면에서 이러한 특성을 지닌 목소리를 발견하면서 그러한 현상의 실체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탐색하였다.
그 과정에서 힌두교·불교·기독교 등 여러 종교 및 영적 전통에서 명칭은 다양하지만 ‘참된 나true self’라고 불러온 것이 바로 자신의 심리치료 장면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인식한 것은 아니었다. 현상학적으로 그러한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서 이에 대해 연구해가는 과정에서 그러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그와 같은 현상에 대하여 첫 문자를 대문자로 하여 ‘Self’라는 이름을 붙였다. 옮긴이는 ‘Self’의 영성적 측면과 함께 우리말로 와닿는 어감을 고려하여 번역어로 ‘참나’가 적절하다고 보았다. 물론 칼 융의 ‘자기(Self)’ 개념과도 어느 정도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듯이 IFS 모델이 지향하는 취지를 살린다면 ‘참나’라는 표현이 걸맞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참나’는 여러 종교와 종교학자들, 그리고 주요 영성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용어이기도 하다.
내면세계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IFS 모델은 평온함, 순수한 호기심, 창조성, 그리고 자비/연민의 마음을 지닌 참나를 통해서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언제나 존재하는 참나가 내면아이들에게 또는 우리 내면의 관리자·소방수·추방자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가 연결될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
트라우마를 겪을 당시에는 혼자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참나가 함께하며 그 고통에 대해 들어주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짐을 내려놓게 도와준다. 그래서 이들이 ‘그때 그곳’에서 풀려나 ‘지금 여기’로 올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러한 치유작업의 결과로 과거의 트라우마가 잊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 같이 격렬한 고통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그 사건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그저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마음이 치유된 다음에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삶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음미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상호작용
프로이트는 “개인 심리학은 처음부터 사회 심리학이기도 하다”는 말한 적이 있다. 개인의 심리와 사회/집단의 심리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슈워츠 박사가 이 책에서 개인의 심리치료와 함께 사회적 변화를 함께 논의하는 것도 그러한 측면에서다. 개인의 내면체계와 사회체계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내면체계와 사회체계는 우리 행성체계와도 상호작용을 한다. 저자가 우주선 지구호 또는 가이아Gaia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이다.
오늘날 우리는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양극화와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장면들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국민국가와 ‘우주선 지구호’로 나아가기보다는 부족국가로 퇴행하는 모습들, 국제적인 편가름으로 전쟁으로 일으키거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정책들….
프로이트는 우리가 견디기 힘들거나 부정하고 싶은 것들을 억압하거나 밖으로(타자에게) 투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가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할 때 사실 자기 내면에 있는 ‘적’을 간과하고 있다고 슈워츠 박사는 말한다. 따라서 내면의 평화와 함께 외부세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마음 안의 ‘적’이나 바깥세상의 ‘적’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이들에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 책 《나쁜 마음은 없다》의 「나오는 글」에서 두 가지 제안을 한다.
1. 우리의 삶에서 참나가 가능한 한 많이 이끌어가도록 하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참나의 리더십을 받아들이도록 도울 방법을 찾는다.
2. 우리 자신과 서로를 치유한다(짐을 내려놓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큰 규모의 집단들이 인종차별주의, 개인주의, 소비주의, 물질주의, 성차별주의와 같이 우리가 물려받은 사회문화적 짐들을 드러내고 또 내려놓도록 돕는 방법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큰 규모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개인적인 짐들을 내려놓는 일의 중요성을 축소한다면 그건 실수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 내면세계의 치유작업과 외부세계의 ‘치유작업’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