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수집 해 보신 기억들 있으십니까...
어릴때 뭣 모르고 시작한 우표수집은
중딩 어느날 체신청에 근무하던 외삼촌의 우표첩들을 보고
팍!~~기운이 빠져서 접었습니다.
뭔가 수집의 욕구는 후에 이리 저리로 옮겨갔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지포라이타입니다.
금연 열풍도 그렇거니와... '미국적 아이콘'의 지포라이타는 스스로도 탐탁치 않지만
너무 멀리와서 발을 빼지도 못하는 계륵같은 취미...
수집의 취미란 은근과 끈기,열정과 집착이 없으면 하기 힘드는데
컬렉터...말은 그럴듯 하지만 꼬라지가 구질구질해 집니다.
오래전 삿가스님이 벙개때 제 지포라이타를 보시고 카페에 소개 한번 해 달라는 말씀이 있었는데
타고난 게으름으로 죽은 척 하다가...이제 생각난 척 사진 몇장 올립니다.
중구난방으로...
지포라이타는 1932년 펜실베니아의 Bradford라는 작은 도시의 어느 창고에서
George G.Blaidell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이름은 왜 지포(zippo)인가?...
1920년대에 세계를 뒤흔들만한 대 발명품이 지퍼(zipper)...즉 쟉크였고
여기에 필적할 만한 발명품이란 자신감에서 우습게도 지포(zippo)라고 명명합니다.
2차 대전을 계기로 미군 납품에 전념하여 신뢰와 명성을 얻었고
종전후 대중을 파고드는 마케팅이 주효하여 짭짤한 기업이 됩니다.
40~50년대 광고들.
베트남에서 교전하던 병사의 윗주머니에 든 지포가 총알을 막아줘 목숨을 건졌다는 둥,
지포를 투척하여 장갑차를 잡았다는 둥,
어부가 고기를 잡아 배를 갈라보니 지포가 나왔고 켜보니 불이 붙더라는 둥..
다분히 마케팅적 구라같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생략하고....
지포는 매년 수백~수천종의 디자인으로 생산됩니다.
끽연구 라고는 하나 컬렉터를 겨냥한 시리즈물이 대부분이고 그 양이 방대하여
컬렉터들은 대개 주력 테마를 정하여 수집합니다.
우표나 화폐처럼 역사가 오랜 것일수록 선호되는건 당연하지요.
좌로부터 1947년, 1954년, 1968년 생산품.
우리나라는 지포 역사가 일천하여 대부분 eBay를 통해 입수합니다.
Frank Baughman 이라는 이 코쟁이는 무슨일로 당시 서울에 체류 했을까...
49년이면 백범 선생이 암살당한 해인데 미육군 정보국 직원이었을까...선교사였을까...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대령이 박 중령에게 내린 하사품이군요....우리나라엔 이런 종류의 지포가 제법 많죠.
우측은 베트남 참전 지포. 뒷면엔 병사의 애환이 담긴 글귀나 보기 민망한 춘화들이
어설프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세계 지포 매니아들의 필 수집품중의 하나인 베트남 지포는 수요에 걸맞게 짝퉁이 많습니다.
60,70년대 장성급 기념품인데 이것들은 모두 오리지날 지포가 아니고
지포를 흉내낸 국산 ABC브랜드...조악합니다.
지포는 일반적으로 사진처럼 3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네 모서리가 둥근 1941년형, 윗면이 플렛한 1937년형, 그리고 보편적인 레귤러형...요게 스텐다듭니다.
지포의 족보...모든 정보는 밑면에 각인되어 있는데 생산 년도별로 로고의 형태,숫자,
기호,알파벳,로마자 등으로 조금 난해합니다.
2차 대전때 미공군 전폭기의 NOSE ART 시리즈.
실제 NOSE ART는 헐벗은 여인네가 많은데 지포 디자인은 양호한 편입니다.
scrimshaw 시리즈.
스크림쇼는 선원이 항해중에 조개껍질,고래뼈,상아 등으로 만드는 조각 세공품을 말하는데
비슷하게 느낌를 낸거죠.
나름 정교합니다.
구룡산님이 일전에 소개해 주신 춘화도가 분위기 비슷하여 일종의 스크림쇼가 아닌가 했습니다.
Amerigo Vespucci 시리즈.
아메리고 베스푸치(1451-1512)는 이탈리아의 항해사이고 신대륙 초기 탐험자...
아시다시피 아메리카라는 지명은 그의 이름 아메리고에서 유래하죠.
이탈리아 해군중위 Francesco Rotundi가 설계하여 1930년 다시 건조된
이 목조 쾌속 범선은 Amerigo Vespucci이름이 그대로 명명되고
이탈리아 정부에선 이 배를 해군 사관후보생의 훈련배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답니다.
여름방학 숙제.. 식물채집 생각이 나는 지포.
이것은 폭이 조금 좁죠?...1956년 여성 끽연자를 위해 slim사이즈를 개발합니다.
룩셈부르크에서 구했습니다...크라잉넛 '룩셈부르크' 노래 좋죠..ㅋㅋ
beatles 6시리즈...앨범 쟈켓들이죠.
지포에는 비틀즈뿐만 아니라 프랭크 시나트라,엘비스,롤링스톤즈,레드 제플린,키스,밥 말리..등 팝 아티스트와
죤 웨인,스티브 맥퀸,제임스 딘,마릴린 몬로,이소룡까지 배우 대중스타를 소재로한 제품이 다양합니다.
1969년 woodstock 락 페스티발...25주년을 기리며 다시 개최된 94년 우드스탁 기념지포.
99년에 한번 더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발은 개판 되었죠.
좀 생산성있는 취미라야 얘기꺼리가 되는데...이거 원.. 하여튼 이어 붙입니다.
순은에 조각가가 직접 세공한 지포도 있습니다.....당연히 가격은 착하지 못합니다.
1천만원 짜리나 2만원 짜리나 속의 메커니즘은 동일하므로 끽연구로서의 성능 차이는 없습니다.
SOUTHWEST 원 포인트 시리즈. 스포츠 시리즈.
각종 애니메이션,카툰으로 디자인한 지포도 많고요.
캐릭터 상품도 다양...
이 재밌는 그림은 wild west 8세트 중 하나인 러브 부츠인데... 성질이 급해보이는 카우보이죠...
태극기 지포....디자인 꽝!
지포는 몇개의 국가에서 라이센스 생산 됩니다. 일본, 독일,이태리..그리고 몇해전부터 우리나라. 벌크로 공급받고 디자인및 도금 등 후가공만 하므로 성능은 동일하나 각국마다 조금씩 느낌과 퀄리티 차이는 있습니다.
얘네들은 좀 다양하나 뭐 그다지...
우리나라 생산품 중 cinema시리즈는 괜찮습니다. 뒷면은 배우,제작스텝 등 영화 프로필이 기록되어 있죠. 500개 정도 한정 생산되며(금자씨는 1004개 한정)각각 고유번호가 넘버링 되는데 01,02,03...등 앞번호는 주연배우,감독,제작사에 증정 되었습니다.
기성품들이 션찮으면 직접 그리기도 합니다.
희귀성을 넘어 유일함을 갈망하고...또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죠...otaku인가?..ㅋㅋ 2MB도 그려야 하나... 갈등입니다.
친분있는 동호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완전 쩔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