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구 만릿길 만큼이나
멀어진듯
낯설어진 내 미소녀 시절로 대붕이 되어 날아가 본다.
그때는 이른 봄 이었었다.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던 어느 날
아버지는 황소를 끌고 밭에 쟁기 질을 하시고 어머니는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밭고랑에 호미질을 하고 계실때.
우리 동네 제일 감투가 높으신 이장 어르신이 찾아오셔서
"여보게 ㅇㅇ아범 자네 딸 입학 통지서 나왔네. 라며 종이 한 장을 건네주고 가셨다.
그리하여 나의 고단한 학문의 길에 입성하게 되었고
남학생 18명, 여학생20명. 반은 단 한 반.
지금에 비교하면 산골 작은 마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숫자였던 것 같다.
아래. 윗 마을 친구들이라 낯설진 않았지만, 동네 어귀를 돌아
"리"가 다른 동네 친구들도 있었으니 유학 온 기분 만큼 분명 낯선 친구들도 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며 아래·윗마을 기 싸움도 있었고 그 꼬마들 사이에서도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은밀한 권력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반장 선거 경쟁자 남자아이 두 명이 호명 됐고 선거는 거수결로 진행되었다.
다행히도 내가 좋아했던 키가 큰 효근이가 당선되었다.
슬그머니 뒤돌아보며 축하의 미소를 보내줬던 그때의 내 마음 그 아이는 눈치챘을까
그리고 두, 서너 달 후 모내기가 있던 날 아침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이따 점심시간 되면 선생님들 모두 우리 집으로 올라오셔서
식사하시라고 말씀 전해 드려라.
담임 선생님 우리에게 받아쓰기 했던 것 열 번씩 노트에 써 놓으라 하시고
교장 선생님 포함 일곱 분 선생님과 우리 집을 향해 올라 가셨다.
돌아오셔서 숙제 채점을 하셨는데 내 공책엔 빨간 색연필 동그라미가 다섯 줄이 그려져 있었고
내 짝꿍 광득이 공책엔 동그라미가 두 개.
내 가슴에 머물던 느낌은 아마도 설명하기 힘든 자존감이지 않았을까….&
어느덧 사 학년….
내 감성의 성숙기였을까
의 외의 사춘기가 왔는가 보다.
육 학년 전교 회장 오빠가 왜 그리 멋있어 보이는지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그 오빠의 모습을 쳐다만 보고
도무지 공부를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설렜다.
열 한 살의 나이에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사랑 이란
내 마음을 무지게 처럼 그려 보기도 했고.
화단에 피어 있는 맨드라미를 보며 꽃이 오빠 인양 밀어를 속삭이기도 하며
그러던 어느 날 색연필을 사용하다
다 닳아서 겉 종이를 돌돌 풀어내며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나는 그 종이 위에 "오빠 사랑해요"라고 한 줄에 글을 써서 돌돌 말아
신발장에 나란히 놓여 있는 그 오빠 운동화 속에 살그머니 넣어 놓고 나왔다.
얼마나 그 오빠를 좋아했으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 나는 스토커였었나 보다.
그 오빠의 운동화가 어느 자리에 놓여 있는 것 까지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먼저 나와 친구들은 신나게 놀고 있음에도 나는 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에 기대서서
오빠가 운동화를 신으며 그 돌돌 말아 넣어 놓은 내 해바라기 마음을
펼쳐볼까 ,,,, 가슴 조이며 지켜 보고 있었는데
오빠가 운동화를 들고나온다.
내 가슴은 콩닥콩닥~~
그런데 이 깔끔 쟁이 오빠 운동화를 뒤집어 탁탁 털어 버리고 신고 뛰어나오며
"미자야 너 왜 거기 서 있어"라 하곤 뒤도 안 돌아보고 큰 운동장으로 뛰어간다.
내 눈에 흐르는 닭똥 같은 눈물! 눈물!
지금 말로 표현하자면 실연당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 가을 운동회가 돌아왔다
운동장 반 바퀴쯤 중간에 문제가 있으니 그 답을 써서
결승점에 도착하여 제시하여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내 차례. 나는 정말 달리기를 못 해 언제나 꼴찌는 내 차지였다.
중간 지점에도 물론 꼴찌로 들어갔는데 문제를 짚어 드는 순간
선배 오빠들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앗! 그 오빠가 내 팔을 잡으며 "미지야 "55"
문제는 1에서 10까지 더하면 얼마 인가하는 문제였다.
나는 오빠가 알려준 숫자를 의심할 여지도 없이 적어 들고 결승점을 향하여 달렸다.
생전 처음 일등을 했다.
와~내 사랑 오빠….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중학교를 마친 오빠는 인천으로 유학을 갔다.
상사병을 계속 앓고 있던 어느 겨울 토요일 방과 후 따로 남아
선생님과 시험지 채점을 도와 드리고 돌아오는 하굣길이었다.
겨울이어서 한길엔 운동화가 빠져 양말이 젖을 만큼 눈이 쌓여 있었고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눈 쌓인 말머리 벌판길을 걸어오는데
저만치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봤더니 낯선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따라오는 남학생!
아! 그 오빠였다.
가슴은 쿵쿵 뛰고 어찌할 바 몰라 마구마구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하는데
계속 따라오는 오빠에, 목소리….
그때 뒤만 돌아봤어도 혹시 지금 나 이곳에 있지 않았을지도….^^
세월은 쉼 없이 흐르지만 만날 사람은 만나지나 보다
아마도 그런 미소녀 시절의 낭만이 식어버린 찬밥만도 못할 중년의 어느 때쯤.
어느 날 남, 동창이자 친 사촌인 여동생 부부에 첫아들 결혼 식이라 초대를 받고 예식장엘 갔다.
참석했던 그 예식장 !
그 자리엔 비껴 나갔던 나에 운명도 함께 있었다.
예식은 끝나고 지인들과 모여 앉아 식사하던 룸에서 어찌 고개를 돌리다 보니
낮 익은 얼굴이 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세월은 사십 년도 더 흘렀을 텐데 ~~
나는 총알 같이 달려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한 남자.!
그 오빠였다,
나는 불 속에 날아드는 불나방 처럼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오빠" "오빠" 등을 쳤더니 뒤돌아보며
어! 너…. 두손을 확 잡는다.
어쩜 ~
나도 그랬지만 이 만큼에 세월이 흘렀는데 나를 알아볼까.
몇초가 흐르는 흥분 속에~
오빠는 명암한장 손에 쥐여 주며 나 일행이 있어서…^.
전화해, 꼭해, 이 한마디 메아리처럼 남겨 놓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 버렸다.
명암에 쓰인 그의 신분" 어느 경찰서 ㅇㅇ 이라는 직함이었다.
같은 인천에 살았지만 그렇게 비껴간 인연!
그 후 시 의원 선거철 플랭카드에 뚜렷하게 쓰여 있는 그 오빠에 이름을 보았다.
생각해 본다,
지금에 나는 그 무엇과 동행 하며 이 시간을 지나고 있을까….
사랑처럼, 아픔처럼, 가슴을 더듬는 비루한 추억 속에 젖어 든 그리움에 미로!
세월은 속절도 편견도 없이 흘러
나는 어언간 두 아이에 할머니가 되였고
꿈처럼 흘러간 어린 시절 미루나무 신작로가 그리울 뿐이다.
세월은 말없이 흘러 나이테를 이루고
앳된 아이의 가슴
산골 바람에 살랑이든 내 가슴!
멀리 돌아온 세월!
이 밤 추억의 앨범 속에 소망 이었던 내 순정 고귀한 추억으로 고이 묻어요.!!!
첫댓글 거의
반세기전의
아련한 추억이 소환되네요 ~~~
하얀치마에 빨간가방을 들고
우리 교실로
살포시
들어오던
서울서 전학온 여학생의
모습이 ~~~^^☆
우웅님, 반깁습니다.
오랜만에 인사 나누네요.
스키를 즐기신다는 겨울의 소식을 읽은후 이제 뵙네요.
첫 댓글 감사 드리며 늘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 드려요.
핑크바니의
핑크서린 추억의 한 페지네요.
누구든 소설같은 추억의
사랑 💕💜고이 묻어두고
그 흔적을 느끼며 내 인생의 추억으로 남기고 살지요..
각자의 운명일진데
지금의 행복 또한
고귀하다 봅니다.
별 얘기를 다 썼지요?ㅎ
그때 국민학교 시절에 뭘 알았다고...ㅎ
그런데 그 오빠의 남동생이 동창 이였는데 그 친구가 나를 참 좋아해 줬어요.
지금도 가끔 통화를 하지요.ㅎ
추억이란 언제나 포근하고 행복을 주며 삶에 에너지가 되는것 같아요.
어느새 칠십 이라니...
참 서글픔니다.ㅎ
우리 함께 즐거운 삶 나누며 살기로 해요.
좋은 하루 시간 되시구요.♥
추억은 지난 일들을 머릿속에 저장해 놓는 것이고
그리움은 보고 싶어서 가끔은 애가 타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추억은 과거이고
그리움은 현제라는데
님의
추억과 그리움이 어울어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건필하세요
온스님 반갑습니다.
용띠로 태여나서 온스님과도 친구의 사이가 되었네요.ㅎ
따뜻한 마음으로 남겨주신 댓글이 참 반갑네요.
늘 평안 하시고
늘~ 건강만 하시길요.
감사 합니다.
긴 글로 어린 시절의 첫 사랑 이야기에 빠지셨네요
참 일찍 성숙 하셨던것 같네요
그때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 소설같이 쓰셨네요
간밤에 잠이 안 와서 글 쓰기한 그 시간까지 잠을 통 못 잦어요.
그래서 용방에 다녀 갔지요.ㅎ
따스함이 보이시는 산나리님.
늘 행복 하시길요.
안녕하세요 ? 핑크바니님~
가슴 저미도록 절절했던 어린 소녀의 감성이
고희가 되어도 풋풋이 살아 은근한
유열을 선사한다는 것은
아마도 님이 참으로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분이 아니겠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랑에 관한 인생 회고록같은 님의 소중한 추억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사랑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트레비스님 오랜만 이십니다.
요즘 오랜만에 용방에 출입을 해 보네요.
옛날 어느글에서 트레비스님을 만난듯 싶은데 용띠셨군요.,
반갑고 감사 드립니다.
핑크바니님~오랜만에 용방에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누구나 어린시절이나 학창시절을 소환한다는것은 우리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이기도하죠 고향의 그리움과 아름다운 첫사랑의 고백같은 추억을 공개해주셔서 저또한 학창시절의 옛친구들이 생각이나네요~ 더 늦기전에 연락이라도 해봐야겠네요
다금바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고 반갑습니다.
항상 용방을 다녀는 갔지만
댓글 하나라도 남겨 드리지 못했음이 죄송 하네요.
이제 자주 흔적 남겨 놓도록 노력 해야 겠습니다.
가족 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눌수 있는관계는 뭐니뭐니해도 친구가 제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ㅎ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고
감사 합니다.
늘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