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곡천―봄, 이유 / 류승도
매년 도화 필 때 황어 떼가 올라온다
나로부터 시조까지 찾아가기 위하여 한 겹씩 풀어나가는 한지 두루마기의 가승처럼
바다에서 하천으로 물결을 길게 거스르는 유선형 물고기의 편대가 어약(魚躍), 힘차게 봄을 행진한다
연곡의 태몽에 꽃 색과 향기가 자욱한데
모천회귀의 운명처럼 강바닥의 자갈밭과 모래밭이 어찌 그리 환히 보이는지
멀리 다시 가야 할 바닷길을 잊고 혼신의 몸을 푼다. 흰 아랫배에 난생의 길이 잠시 비추고 수많은 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계공에 날리는 꽃잎과 같은 기억, 펄펄, 이어져야 하리니, 이어져야 하리니, 그러나
오늘의 연곡천은 황어의 길이 되지 못하네
뚫어놓은 어도는 보를 막은 사람의 생각처럼 좁고 험한 길, 힘찬 점프를 해보지만 보를 넘지 못하네
난생의 인연이 비롯된 소금강의 깊은 도화를 다만 머릿속으로 그리며, 연곡의 문밖에 난들을 쏟네
사는 것이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한 것, 그리하여 생명의 끈을 잇기 위한 것, 생 이전에 이미 알았기에, 피를 제단에 바치려 하였으나, 죄의 사함을 받으려 하였으나
의식을 치르지 못한 황어가 지느러미를 흔들어 삶의 방향을 돌리는 시간, 위에서 기다리는 입들이 허전하네, 캄캄하네
(『시와세계』 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