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답답하제? 니는 안 답답하나?
-나도 답답하다. 집에만 있으모 너무 답답한기라.
움츠린채 꼼지락대며 집안에서만 며칠 있었더니 참 갑갑하다.
답답한 가슴 바람이나 넣잔다.
이럴땐 걷는게 제일이다.
왠일인지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자, 여기서부터 출발. 임랑해수욕장에서 기장군청까지 12.2KM에 도전~~~
바다를 향한 창이 넓은 라이브카페 하눌타리 지붕과 마늘밭이 바다와 잘 어울린다.
문동마을에서는 지금 미역말리기가 한창이다.
그냥 가지 말고 이 미역 함 잡숴봐요~~
미역줄기를 넉넉하게 내어준다.
아삭아삭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속을 알싸하게
뒤집었다. 바로 요맛이야~~~ 아아, 바다 맛~~
임금님 상에 올랐다는 그 유명한 기장 미역.
드디어 칠암방파제에 도착하였다.
그 유명한 야구 글로브 등대.
생선들이 해풍에 고들고들 잘 말라가고 있다.
따땃한 볕에 가물가물 졸고 계시는 동네 어르신
-어르신 , 신평소공원 어느 쪽으로 가지예?
-바로 골로 쪼옥바로 가소 마~~
신평소공원이다.
바다와 연결된 휴식처. 겨울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이 조용한 길을 우리는 쉬엄쉬엄 걸었다.
바다와 벗하며 겨울볕과 어깨 두르며 그렇게 걸었다.
바다를 보니 소잡던 마음이 근심걱정에 번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하게 씻겼다.
쏴아 처얼썩~ 파도 한번 치고나면 내 속에 간물이 들어 묵은 일상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갔다.
신평마을을 지난다.
마주보고 선 등대
방파제 끝에 낚시꾼들이 줄을 섰다.
저 반짝이는 바다 물결을 보았는가?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눈에 짚이는 식당부터 찾아야겠다.
우럭매운탕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해안으로 해안으로 일부러 길을 둘러서 다녔다.
-아자씨, 뭐 하능교?
-수석 찾으오.
-아아, 예쁜 돌?
예쁜 돌이고 뭐고간에 우리는 겨울과 계속 걸으면서 만나야겠다.
한국유리담장 옆 오솔길에 오징어가 해풍에 잘 마르고 있다.
저기가 바로 이천포구
오늘이 일곱물이란다. 파래, 미역, 톳, 까실이, 따개비를 따는 동네 아줌씨 틈에 끼여
잠시 해녀가 되어본다.
아따, 따개비 죽이 얼마나 맛나는줄 아시오?
걷고 또 걷고 끝없이 길이 있는 곳은 걸어야한다.
가다가 호찐빵으로 유명한 가게에서 찐빵과 고추만두를 샀다.
아아, 바로 이맛이야.
여행의 참 맛은 바로 먹는것~~~
첫댓글 정겨운 길입니다. 벗과 함께라 더 좋은 길이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