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25ㅡ1.
범털은 달라도 다르다①
하나의 정권이 물러나고, 또 하나의 정권이 들어서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정권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정권인데, 누군들 기대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들 중 특히나 더 '기대와 열망'을 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죄 지은 사람들이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남발되는 특사, 특별사면(特別赦免)에 대한 기대! 작게는 운전면허 취소에서부터, 크게는 살인범에까지 법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특사! 물론 그 법적인 취지는 좋다. 나라에 경사가 생겼기에 이를 모든 국민들이 같이 누리자는 의미인데, 누가 이걸 반대하겠나? 그러나 이 특사란 것이 애초의 취지를 벗어나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형량 대 바겐세일'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감정일 것이다. 언론들도 이런 특사의 계절이 돌아오면, 이번 특사에 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구제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나온다. 범털에 대한 특별관리와 각종혜택이 과연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냐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범털에 대해서는 특별혜택을 주었다는 사실! 시대를 초월해 범털에게만은 한없이 약해지기만 하는 우리의 법체계를 들여다보자.
"전하! 나라가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하루빨리 국본(國本 : 세자)을 세워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소서!"
"전하! 국본을 세우셔야 합니다!"
경종 1년(1721년) 노론 대신들이 난데없이 국본을 세우라고 들고 일어난다. 뭐 아들이 있으면, 아들 데려다가 세자 자리에 앉히면 되겠지만, 경종은 불행히 아직 아들이 없었다. 아니 자식이 아예 없었다. 야사에 의하면, 경종의 어머니인 희빈 장씨가 사약을 받기 직전에 악에 받쳐 경종의 '민감한 부분'을 잡아 당겨 고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말 그대로 야사일 뿐이다. 그러나 경종이 자식이 없는 건 사실이고, 또 여자도 밝히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다. (재위 4년 2개월 동안 왕비 둘만 두었다. 후궁은 한명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론이 국본(國本)을 세우자는 건 경종의 배다른 동생인 연잉군(훗날의 영조)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이다.
"전하! 전하 자식두 없구, 몸도 성치 않잖습니까? 전하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실 겁니까? 남아있는 저희들은 어쩌구요?"
"아니… 그래서 내가 생명보험도 몇 개 들었구… 나 죽으면 울 중전은 10억 받는다."
"그래서요?"
"그러니까. 내말은 네들이 걱정 안 해도 괜찮다는 거지."
노론이 속을 끓이는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경종의 엄마인 장희빈을 죽인 애들이 바로 노론 애들이 아닌가? 연산군 꼴 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숙종 말년이 되면, 노론과 숙종은 손을 잡고, 경종을 쫓아내기 위해 별별 꼼수를 다 쓰게 된다. 그러다가 덜컥 숙종이 죽으면서 재수로 왕 된 게 경종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노론 애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되었다.
"쉬파, 이러다 왕이 꼭지 돌면… 우린 완전 개막장 되는 거잖아?"
"인생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거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왜? 또 쿠데타 한번 일으키자구?"
"야야, 뭘 그렇게 과격하게 나가냐? 어차피 조정은 우리 건데, 그냥 우리 쪽 바지 왕 하나 앉히면 되는 거 아냐."
"우리 쪽 왕후보가 있어?"
"우리한테는 최무수리 아들이 있잖아."
최무수리 아들… 그렇다 바로 연잉군이었다. 숙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연잉군! 최무수리가 또 따지고 들어가면, 노론 쪽 사람이 되지 않던가? 결국 노론과 연잉군은 손을 맞잡고, '연잉군 왕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저기… 내가 아직 나이가 서른 넷 밖에 안됐거든?"
"전하! 그 나이 먹도록 애 없다는 건, 이미 씨 없는 수박이란 소리 아님까?"
"야야, 이쯤하면 막하자는 거지? 임금한테 씨 없는 수박이 뭐야? 내가 우장춘이냐? 엉!"
"원래 진실은 괴로운 겁니다. 인정할 거 인정하시고…"
"네들 걱정 다 알거든? 그래서 지금 울 마누라가 양자 얻으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거든? 요즘은 입양하기가 훨씬 수월해졌거든? 정부에서 돈도 나오고… 얼마나 좋냐? 애들 수출하는 나라라고 욕먹는데, 솔선수범해서 임금이 입양을 한다는데…"
당시 경종의 와이프 되는 선의왕후 어씨는 아들이 없다면, 입양을 해서라도 경종의 후사를 잇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어씨는 입양을 하기 위해 그 후보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조선시대 풍속으로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면 양자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선의왕후의 입양계획은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노론은 더욱 다급해 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밤중에 경종에게 쳐들어가 거의 반 협박 식으로 윽박질러 연잉군을 세제(世弟)자리에 앉히는데 성공하게 된다.
자신들의 1차 목표에 성공한 노론들… 그들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첫댓글 " 엽기 한국 인물사'
잘 읽었습니다.
"범털에 대한 특별관리와 각종혜택"
이세상 만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