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타불라 라사』는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 백지상태를 뜻하는 라틴어다. 제목처럼 가장 단순하고 근원적이며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은 기본 상태를 나타내는 백색 천이 이번 개인전에서 정치영이 주목한 대상이다. 작가가 꾸준히 주력하는 기법인 포토리얼리즘으로 재현한 천은, 사진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표현 단계를 넘어서 회화적 요소를 강조한 새로운 형식의 사실주의를 탄생케 했다. 무에 가까운 색을 지닌 대상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의 이러한 접근법은 대상의 즉물적인 반영과 묘사를 넘어서 정서적 감정을 자극하며 천 너머 존재하는 또 다른 의미를 탐구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