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새끼, 내가 이럴줄 알았지"
"너무 기어오르면 맞는다? 정원경"
한숨을 푹 쉬며 녀석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무렇지않게 얘기하는것과는 달리 이마는 불덩어리다.
나 또한 추운날씨에 너무 돌아다니면 감기에 빨리 걸리는 체질이기는 하나 지원이만큼은 아니다.
만능 스포츠맨이길 자처하는놈이 답지않게 감기에는 약하다.
천천히 녀석의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녀석은 답지 않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픽 웃으며 장식장안을 가득 매운 인형들과 그 옆에 늘어져있는 4개의 케이지를 바라보았다.
각각 햄스터와 기니피그를 키우고 있는 저 케이지안에는 귀여운걸 좋아하는 녀석의 취미답게 애교많고 귀여운 애완동물이 거주중이다.
그중 세번째 케이지안에서 그루밍을 하고 있는 햄스터를 보며 천천히 다가가 앉았다.
얼마전 새끼를 낳아 한쪽켠에는 털이 보송보송한 열마리의 햄스터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케이지 겉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에 똑똑히 적혀져 있는 세글자,
'정 원경' 그리고 그 옆에 작게 덧붙여 10마리의 아기들,
"귀엽지?"
"야! 일어나면 어…"
"애들중 한마리 키워볼래?"
고개를 저으며 다시 케이지 안으로 눈을 돌렸다.
그루밍을 하고 있는 오렌지 색의 커다란 햄스터는 내가 어렸을때 키우다가 지원이 녀석에게 준 햄스터의 중손자 정도 쯤 된다.
항상 이녀석은 아기를 낳을때마다 한마리를 남기고 분양을 했는데 그때마다 이름은 정원경이었다.
그리고 그 햄스터 원경이의 남편이름은 무조건 이효리,
웃기게도 이녀석은 내가 가입했던 카페가 어이없게도 이효리 팬카페로 바뀌며 모르고 탈퇴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걸보고 내가 이효리의 팬인줄 알고있었다.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추운데 어제처럼 잠옷만 입고 돌아다니지마"
"…응"
"태현형한테 전화해야겠다, 오늘은 못만나겠다고"
"…응, 그래…"
천천히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폴더를 열었다.
어제 집나갔던 토토는 우연찮게도 마당안, 창고랑 통하는 창문의 옆 틈에서 발견되었고 지은이에게 잔소리를 얻어먹긴 했으나 일단은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다.
들어보니까 지원이 놈이 나에게도 사정이 있다며 지은이에게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다나…뭐라나…
대충 지원이가 많이 아픈데 집에 가족이 없어서 같이 있어줘야한다는 말을 적고 태현의 폰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전송 완료 화면이 뜨자마자 어깨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죽은듯이 내 어깨에 기대어있는 강지원,
어찌나 열이 심한지 닿은 부분조차 함께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욕지껄이를 하며 녀석의 이마를 한번 짚어보고 지원이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그러게 아픈놈이 뭐하러 침대에서 기어 내려와서…
"임마, 강지원!
침대에서 누워 자!"
"…"
"안들리는척 할래?
너 몸 되게 뜨거워, 병원 가자, 응?"
"원경아…"
거의 울먹이는듯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감기기운으로 인해 잠긴 그 목소리는 쩍쩍 갈라져 더 비참한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무슨일이 있었던건가?
아무래도 어제 다현이가 오늘 오빠가 무슨일이 있는것 같은데 무슨일이 있는지 모르겠으니 좀 알아봐달라, 라고 말했었다.
지은이의 말로는 표정이 무척 불안정해보였다고도 했었고,
나는 천천히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서혜가 가버렸어"
"뭐?"
"…으응…그래…가버렸어…"
"어딜?"
"나 차였다"
그말에 나도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었다.
서혜, 한서혜… 지원이와는 사귄지 한달이 되어가는 녀석의 귀여운 여자친구,
얼마전부터 석현이녀석에게 다른남자와 팔짱끼고 걸어가는 서혜를 본적이 있다고 들어왔지만,
…그 기집애가 먼저 찼다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지원이는 한동안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다가 오랜만에 한 소개팅으로 한서혜를 만났었다.
꽤나 좋아한것 같았는데…?
물론 녀석이 서혜와 사귄다는 말에 나는 그 누구보다 기뻐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슬퍼했었다.
…아, 네가 누군가의 연인으로써 그렇게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기뻐했었다.
열에 헐떡이며 그렇게 자신과 여자친구의 결별선언을 하는 지원이 녀석을 보자니 그 여자에게 화가 치밀었다.
듣자하니 먼저 고백도 했다는데,
"그 기집애가 끼고다닌다는 그 새끼가 얼마나 잘난 새끼길래, 강지원 놈을 찼을까나…"
"대신 복수라도 해주게?"
"너는 내 뺨때린 새끼 복수해주고 나는 그 잘난새끼한테 복수해주고…쌤쌤이잖아?"
"아아- 니 어깨 편해"
많이 힘들었냐…?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저 눈을 감고 내 어깨에 기대어있는 놈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저 얼굴에 너를 좋아했노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억누른다.
나는 지원이를 이성으로써도 친구로써도 좋아한다.
이왕이면 고백을 하고 추잡한 마음을 들킨 후에 친구마저 잃느니 마음을 닫고 꾹꾹 참아내어 차라리 사랑하는 이를 잃고 친구를 지키는 편이 낫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참고 또 참을 거라는 다짐과 함께 녀석에게 머물러있던 눈길을 햄스터 원경이에게 돌렸다.
그리고 그때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
막 잠에 들려던 찰나였는지 지원이는 덜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발신자는 성태현,
아마도 지원이에 대한 안부를 물으러 전화한거라 그리 생각하고 핸드폰을 귀에 갔다대었다.
- 고백하려고해요…
응?
갑작스레 들려온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뻔했다.
고백? 고백이라니?
그러자 머릿속으로 퍼뜩 생각난 무언가,
설마 지금 송지연에게 고백을 하겠다고?
"무슨 소리에요?"
- 확인하고 싶은게 있었어요…
"잠깐, 잠깐만요…태현형?"
-와줄수 있어요? 여기 교통 공원인데,
"아니, 잠시만! 갑자기 고백이라니 무슨 소리에요!!"
급하게 소리를 지르자 태현 쪽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않고 한숨만 푹 쉬었따.
확인할것? 지금 당장 고백?
술이라도 또 먹은거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차분히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심호흡을 했다.
지원이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는 끊겼다.
- 교통공원이에요…, 꼭 알아야 하는 것이기때문이에요…
교통공원이라면 지금 나가서 걸어가도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지원이 녀석이었다.
집안에 가족이라곤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 나까지 나가버렸다가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아니, 5분거리라, 뛰어가는데에 2분정도 이야기 하는데에 2분정도 잡고 한 5~10분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전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면서 일어나 지원이 녀석을 부축했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에 소리를 지르는 내모습을 보고 당황한 지원이는 그대로 침대에 강제로 눕혀졌다.
"잠깐 10분 정도만 나갔다올께, 절대로 내려오지말고 여기 누워있어라"
"태현이 형때문이야?"
"…응"
"그 선배도 이제 혼자서 밖에 나돌아다닐때도 안됐나…?
한번 경험도 쌓게 혼자서 옷도 사오라고 해보고 그러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서 나가보는거다…"
이불을 녀석의 가슴까지 덮어주고 죽을 담아오기위해 함께 가져왔던 쇼핑백을 챙겼다.
그리고 뒤로 돌아 가려는 순간 옷깃을 잡는 힘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약간 멍한듯한 눈의 녀석은 자신도 무의식중에 내 옷깃을 잡은것에 놀랬는지 황급히 옷깃을 놔주었다.
나는 픽 웃으며 녀석의 이마를 한대 찰싹 때렸다.
"니가 애냐?"
"…아…"
"다녀오는 동안 옷 좀 두꺼운걸로 바꿔입어라,
그럼 갔다올께-"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서고 현관쪽으로 나왔다.
그리곤 천천히 반쯤 열려있는 방문 안쪽으로 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고심하는듯한 녀석의 얼굴이 보이자 보이지 않겠지만 녀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문득, 나는 서혜의 이야기를 하던 지원의 얼굴을 떠올렸다.
망연자실한것 같으면서도 사랑했던 연인을 잃은 슬픔보단 체념한듯한 표정이 떠오르던 얼굴,
나는 그 힘들어하는 표정에서도 가슴이 뛰었다.
나쁜 생각은 하지말자 정원경,
너는 강지원을 좋아하니까,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는편이 훨씬 나아,
…행복해지는 모습을,
"내가 이렇게 순애보적이었나?"
뭔가 한심해지는듯한 기분에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현관을 나섰다.
…문가에서 약간 인상을 찌푸리는듯한 지원이의 얼굴을 뒤로하고,
[안녕디지몬. , 너만이뻐행, 지 우개 , 지엔지 , 가라비 님 한줄의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작가가 좋아하는 남자 취향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친절하게 구는 사람도 좋지만,
끝없이 집착하고 집착하고 또 집착하는 남자도 참 좋아한답니다...
이제부터 약간의 러브라인을 슬며시 형성해볼려고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형성되어있을지도 ^^;]
첫댓글 우리 지원이가 드디어 원경이에게 다가가는 건가요? 서혜랑 헤어진건 정말 잘된일이라고 생각해요! 딴 것도 아니고 바람난 여편네를 끼고 돌아서 뭘하겠다는건지. ㅠㅠ 지원이도 이제 원경이에게 한발 더 나아가 주길, 그리고 우리 원경이, 이거 살짝 이상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티라는 티는 다 내서 쿡쿡 찔러놓고 정작 다가가지는 않으니. ㅠㅠ 못먹는감 찔러나 보는구나. 오늘 태현이의 심각모드가 관심사에서 약간은 뒤로 밀렸군요,ㅠㅠ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혹시 지원이랑 원경이가 같이 있는게 싫어서..<< 하하하하
헉...장문의 댓글 ;ㅎㅎ... 글쎄요, 알아보고 싶은게 도대체 뭐일까요 ..;
서해는갖다버리고원경이콜ㅇㅇㅇㅇㅇㅇ지원원경도좋아요()
지원원경 커플을 쓰게 된다면 왠만하면 제 취향으로 ......ㅎㅎㅎ
태현이 형은 어떻게되요?태한인가?? 태현이형이 원경이좋아하면 안되나??
우왕ㅋ굳ㅋ 이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어요.... 저는 바람기 있는 남자가 맹목적으로 한사람 바라보는거 정말 좋아해요*-_-*..;
그 고백 원경이한테 햇스면 좋겟네 흐흐흐 *-_-*
헉...
에헹♡ 시험 끝나고 오니까 나와있어서 기분 좋네용 ㅋㅋㅋㅋㅋ 왠만하면 이제 슬슬 진도(?)를 빼야 되지 않을까요 크크크크크 확 4각 관계로 기냥 +_+ 셋다 원경이를 좋아하는거에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