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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고삐 풀린 건강보충제 시장 (1)
영양제 먹어봤자 소용없다…환자엔 ‘수명 단축’ 징후까지
장·간·심장·신장에 유해…불필요한 고가 식품
2023-08-17
르크 블레히 Jörg Blech <슈피겔> 기자
비타민, 미네랄, 식물 추출물 등 건강보충제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은
정상적으로 식사할 경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 심장, 신장 혹은 간을 해칠 수도 있다.
체중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이른바 ‘체지방 연소제’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는데
그중에는 ‘헬버너 블랙 에디션’(Hellburner Black Edition)도 있다. 24가지 성분이 함유된 이 제품은
“대량의 체중 감량 단계를 위해” 설계됐고 120캡슐을 29.90유로(약 4만2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전립샘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녹차의 카테킨(녹차의 떫은맛 성분), 석류의 엘라그산(딸기류에 많이 든
폴리페놀로 항산화·항암 작용을 함), 기타 화합물이 함유된 시럽을 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프로스타피톨(Prostaphytol)이라 부르는 이 혼합물의 한 달 복용량 가격은 39유로다.
그리고 두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오메가-3 브레인 에디션’(Omega-3 Brain Edition)을 좋아할 수도 있다.
연질캡슐에는 바다 생선 기름이 함유돼 정상적인 뇌기능 유지와 시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30캡슐에 10.95유로다.
■ 영양제 판매액 5년 뒤 310조원 규모 예상
이런 제품만으로는 사람이 더 아름다워지지도, 더 건강해지지도, 더 영리해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독일인의 75%가 건강보조식품을 정기 복용하며 사실상 거의 모든 이가 접한 경험이 있다.
2012년에는 독일에서만 5125종이 시장에 출시됐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2022년에는 4만 종 이상이 판매된다.
이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슈타티스타(Statista)는 건강보조식품의 전세계 판매액이 2028년까지
현재보다 60% 이상 늘어나 2400억달러(약 3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비판적인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런 호황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건강보충제는 약속한 효과를 거의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건강에 해를 끼치고 수명을 단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뷔르츠부르크대학병원의 내과 전문의 모니카 라우는
“건강보조식품이 의약품으로 승인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그냥 건강보조식품으로 뭔가 ‘좋은’ 것을 섭취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페루 근처 태평양에서 어부가 멸치를 배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렇게 잡은 멸치의 일부는 오메가-3 제조 원료로 수출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제품이
기억력 증진에 입증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REUTERS
노루궁뎅이버섯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용한 건강보조식품이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자극한다고 홍보하면 이는 완전히 헛소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소비자보호단체들도 이런 현상을 우려한다.
베를린에 있는 독일연방 소비자단체연합의 해당 분야 책임자 자브리나 괴데르츠도 그중 한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서 파는 제품에 성분이 일일 권장 복용량을 초과하게 포함됐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영양소 조합을 함유하는 경우가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허용되지 않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다.”
건강보조식품은 주로 일반 식료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약속하기에 만들어졌다.
대부분 미네랄, 비타민, 식물 추출물, 지방산·아미노산 농축물, 캡슐, 알약,
젤리, 분말 또는 주스 형태로 판매된다.
그러나 의약품과 같은 제형으로 만들어 내놓는다 해도
그 성분이 평범한 식품에도 포함됐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건강보조식품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고가의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연방 소비자보호·식품안전청’의 약사 에벨린 브라이트베크레만도
“건강보조식품은 병리학적 증상이 있을 때는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제품이 피자, 사과 또는 빵과 다른 점은 영양소가 농축된 형태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사람은 보통 몸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여러 식생활 연구에서 거듭 밝혀진 바와 같이,
독일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합리적으로 다양한 식품을 섭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에서 파는 일반적인 식품으로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는다.
기본적으로 결핍이 없다면 보충할 것도 없다.
건강보조식품의 포장에 쓰인 과장광고는 대부분 매력적이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노린다.
그러나 녹색 슈퍼푸드 분말은 실제 채소를 대체할 수 없다. 이미지투데이
베를린의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은
“영양소를 기준치를 초과해 섭취한다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고,
오히려 특정 경우엔 해로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
많은 건강보조식품에 근본적으로 건강에 좋은 성분이
비정상으로 높은 농도로 함유돼 오히려 장, 간, 심장 또는 신장에 해를 끼친다.
이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할 경우 위험해질 수도 있다.
독일연방소비자단체연합이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런 행태는 소비자 사이에서 아주 일반적이다.
응답자의 4분의 1 이상이 ‘지난 6개월 동안 동시에 여러 제품을 산 적이 있다’고 했다.
건강보충제는 의약품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은행잎 추출물은 치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혈액 희석제와 함께 복용하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암이 확진되면 많은 사람이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혼자만의 판단으로
비타민, 미네랄 또는 항산화제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풀다대학 생태영양학과의 파울라 크레이비히와 마르크 비링거가
37개의 관련 연구를 분석한 뒤 도달한 결론이다.
“환자들은 묻지도 않고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했고,
이 사실을 담당 의사들은 알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일부 환자는 많은 양을 소비했다”고 비링거는 말했다.
그러나 해당 환자들은 그로 인해 예후가 나빠질 수도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 특히 항산화제는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줄일 수 있고
심지어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크레이비히와 비링거는 그들의 연구에서
암치료 중 건강보조식품을 먹을 경우의 이점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기대수명 감소를 포함한 상호작용의 징후”는 발견했다.
소비자단체연합은 정확한 성분을 파악할 수 없는 제품이 점점 더 많이 시장에 나온다며
“예를 들어 콩, 레드클로버 또는 칡뿌리에서 추출한 이소플라본 등
건강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식물 제제가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된다”고 경고한다.
■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이런 의심스러운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종종 터무니없는 효과를 선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조업체가 특정한 주장을 하는 것은 허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영양소가 인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홍보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식품 포장에 광고가 허용된다.
따라서 (법적으로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인) 건강보조식품의 포장에도 광고가 허용된다.
유럽 의회의 건강 홍보 규정에 따르면
“칼슘은 건강한 뼈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와 같은 문구는 허용된다.
반면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문장은 허위 약속으로 금지된다.
“비오틴은 정상적인 모발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문장은 허용되지만,
“비오틴은 탈모를 방지한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스페인 건강보조식품 회사 구스토파르마(GustoPharma)의 프로스타피톨.
전립샘이 걱정되는 사람은 이 제품을 사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아마존 누리집
건강보충제 제조회사인 피크(Peak)가 ‘체지방 연소제’로 출시한 ‘헬버너 블랙 에디션’. 피크 누리집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관보에는 제조업체가 쓸 수 있는 다양한 홍보성 문구가 열거됐다.
그러나 무작위 검사에서 매번 많은 제조업체가 이 규정을 어기고,
말도 안 되는 과장된 광고를 하는 일이 발견된다.
얼마 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화학·수의학 조사국’ 직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건강보조식품 광고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이 된 38개 식품회사는 2021년 게시물 965개, 즉 사진 또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가운데 상당수 게시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한 텍스트를 첨부했다.
조사관들은 이 가운데 약 40%를 허용되지 않는 문구로 판단했다.
그들이 발견한 문구 중 하나는 ‘실리시움 프로텍트’라는 액체 제품이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혈중 지질을 보호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음료 제품은 이제 더는 생산되지 않는다.
노루궁뎅이버섯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용한 제제는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자극한다고 한다.
이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한 비건 과일 젤리 제조업체는 심지어 탈모를 예방한다고 주장하다가
이의가 제기되자 이 문장을 삭제했다.
조사관들은 “인스타그램은 허용되지 않는 건강 관련 주장을 담은 광고에
특히 취약한 플랫폼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제조업체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의 방문자들에게
“인터넷에서 ‘검열되지 않은’ 정보를 검색해 연구하라”고 권장하기까지 한다.
이는 분명히 그들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것이 대부분 허용되지 않는 내용임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스토리, 동영상, 사진 게시물에
건강보조식품 관련 광고와 기사를 담아 수백만 명의 구독자에게 전달한다.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인 38개 회사의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인플루언서 게시물이
44건 발견됐고 이 중 90%는 허용되지 않는 내용으로 분류됐다. 인플루언서들은
관련 규정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인플루언서 중에는 팔로어가 60만 명인 사람도 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병원의 내과 전문의 모니카 라우는
건강보조식품이 의약품으로 승인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뷔르츠부르크대학병원 누리집
2021년 8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한 드러그스토어에서 비타민제를 고르는 주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REUTERS
인터넷 유명인들은 홍보 서비스와 관련해 제조업체로부터 당연히 돈을 받을 것이다.
담당 기관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의 ‘식품·농촌지역·소비자 보호부’다.
이 부서의 장관인 페터 하우크(기독교민주연합)는 이에 대응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식품검사원은 이러한 광고 영역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조사와 평가에는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
■ 인플루언서들, 규정 무시
정부 기관은 힘이 부친 모양새다.
소비자단체들은 오래전부터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비판해왔다.
건강보조식품의 광고에 속았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소비자단체에 고발하면,
소비자단체는 해당 업체에 과장광고 문구를 제거하라고 경고할 수 있다.
하지만 업체는 그사이에 또 다른 과장광고를 내보낸다.
건강보조식품의 포장에 인쇄된 과장광고는
대부분 매력적이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노린다.
그러나 녹색 슈퍼푸드 분말은 실제 채소를 대체할 수 없다.
아연이 함유된 제품은 비오틴과 마찬가지로 피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사실과 다른 내용의 광고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또한 포도 추출물과 기타 성분이 함유된 캡슐은 제조업체가 우리에게 믿게 하려는 바와는 다르게
절대로 “오렌지 껍질처럼 울퉁불퉁해진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제품 역시 기억력 증진에 입증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생선 기름 캡슐도 잊어버리는 게 좋다.
ⓒ Der Spiegel 2023년 제23호
Gefährlicher Hokuspokus
번역 황수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