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8일에 산행을 하고 17일 5교시에 사전 안전교육겸 안내를 하기로 했다.
18일에 비가 예보되어 날을 하루 앞당긴다.
'내가 날씨에 따라 흔들릴 사람 같소'라는 말이 떠오르지만 120여명과 함꼐 걷는 길에 써 먹을 수는 없다.
8시 40분에 학교를 나서 문화예술회관까지 걸어온다기에 40분쯤 도착해 교문쪽으로 가 본다.
아직 출발하는 기미가 없다.
문화예술회관으로 오니 양은미 이사가 기다리고 있다.
9시 20분이 지나 5개반이 긴 행렬으르 이루며 올라온다.
반별로 모여 인사를 받고 화이팅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부장교사반인 3반이 앞서고 반별로 뒤따르게 한다.
반장을 앞세우고 담임은 뒤에서 힘든 아이들과 오시라고 한다.
출발하자 마자 계단에서 벌써 불평의 소리가 들린다.
나를 따라오는 반장은 씩씩하다.
30분 정도 걸어 중섯재 삼거리에서 잠깐 쉬게 하며 길이 가파르니 조심하라고 한다.
정상에서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게 한다. 바위 조망대는 가지 않고
바로 내려 온다.
전망대에서 반별로 차례차례 고흥읍을 설명한다.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은 봉황산과 긴 산줄기를 거느린 조계산을 말해준다.
박지성운동장과 팔영체육관을 말해 준다. 아는 친구들이 많다.
한 여자 아이가 친구들과 산에 가고 싶다고 연락처를 달라한다.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알려준다.
4개반을 목소리 크게 설명한 후 담임이 먼저 가게 하여 내려보낸 후 마지막 반을 기다린다.
먼저 와 기다리는 아이들이 지루한데도 마지막 반은 다 오지 않는다.
다른 반에서 쳐진 아이들까지 함께 온단다.
몇 아이들이 녹이 슨 탁자에 앉자 기다리는데 갑자기 탁자가 무너진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나 겁이 덜컥 난다. 한 아이가 조금 다쳤지만 괜찮댄다.
다른 반이 내려간 후 30분이 지났을까, 남선생님과 함꼐 양이사님이 우는 여자 아이 둘 등
몇 힘빠진 아이들과 오고 있다.
우는 아이들이 있으니 다른 아이들도 동조한다.
먼저 내려가시게 하고 우는 아이 둘과 내려온다.
담임 선생님이 힘드실 것이 짐작이 간다.
운동 잘 하게 생겼다고 울면서도 이리 걸음을 잘 옮기니 잘한다고 칭찬을 하는데
내 맘속에서는 강하게 울음 그치고 힘차게 걸으라고 말하고 싶다.
난 퇴직해서도 여전히 못된 어른이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팔을 내어주며 잡고 내려오게 한다.
길이 언제 끝나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다른 반은 진즉 학교로 돌아갔다.
간식을 먹는 아이들을 보내고 양이사님고도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다.
120여명을 데리고 무모하게 걸은 산행이 큰 사고 없이 끝나 다행이다.
다음엔 반별로 하자고 제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