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나무
김민자
박물관 앞뜰의 푸른 잔디 위에 서 있는 나무들과 이야기하고 싶
어서 산책을 나섰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데, 잠자리 한 마리
가 살며시 어깨를 간지르고 날아가더니, 단풍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듯 앉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풍나무에 매달린 잠자
리를 잡으려는 순간 가벼운 몸짓으로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예쁜 단풍잎이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랑살랑 애교를 부린다. 조금 전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을 때는
나뭇잎 전체 곱게 물든 나무라고 생각하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드려다 보니 나뭇잎 가지 사이에 겹쳐있는 푸른 부분이 수줍은 듯
숨어 있었다.
인간관계도 이 단풍나무처럼 처음 만났을 때는 한가지의 색만 보
이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여러 모양의 색을
볼 수 있다. 선한 빛깔의 마음과 그렇지 못한 마음이다. 단풍나무
가 지니고 있는 두 가지 빛 모두를 인정하여, 고운 빛만 담아서 아
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빨강이라 하여 그 색만 갖기를 원한다고
당장 푸른색이 빨강 색으로 변할 리가 없다. 나무 자신이 변하여
물들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색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보온병에 담아간 커피가 생각나 자리에 돌아와 잔에 가득 부었
다. 진한 커피 향이 울타리에 안에 있는 나무들에게로 퍼져 나가
는 듯 했다.
그 향기에 인사라도 하듯이 푸른 초원 위의 각양각색의 나무들
이, 서로 다른 향기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마음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 인상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에 비추어지는 모습이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였
던가.
울타리 가까이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성격이 깔끔해 보이지만 흑
백 논리에 강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서 조금은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 옆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또 서있다. 늘어진 가지마다 주렁주
렁 매달린 채 익어 가는 감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키워 가는 것
같아서 좋다. 울타리 모퉁이에 자라잡고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멋진 모습으로 많은 나무들의 기둥이 되어서 감싸 안은 듯 서있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듯 평
온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푸른 잔디위에 모여 오순도순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무들!
밝은 마음, 고운 마음, 순수한 마음, 믿음직한 마음, 터프한 마음
등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서 있지만, 그 중에 커다란 울타리 역할
을 하는 믿음직한 소나무가 나는 좋다.
포근해 보이며 변함없는 소나무와 만나다 보면 좋은 친구가 되리
라. 그런 만남을 통하여 서로를 사랑하고 안아주며 감싸주는 가운
데 바라만 보아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나무처럼 나도 그런 마음의
여성이 되고 싶다.
첫댓글 커다란 울타리 역할을 하는 믿음직한 소나무가 나는 좋다.
포근해 보이며 변함없는 소나무와 만나다 보면 좋은 친구가 되리라. 그런 만남을 통하여 서로를 사랑하고 안아주며 감싸주는 가운데 바라만 보아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나무처럼 나도 그런 마음의 여성이 되고 싶다.
푸른 잔디위에 모여 오순도순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무들!
밝은 마음, 고운 마음, 순수한 마음, 믿음직한 마음, 터프한 마음
등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서 있지만, 그 중에 커다란 울타리 역할
을 하는 믿음직한 소나무가 나는 좋다.
포근해 보이며 변함없는 소나무와 만나다 보면 좋은 친구가 되리
라. 그런 만남을 통하여 서로를 사랑하고 안아주며 감싸주는 가운
데 바라만 보아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나무처럼 나도 그런 마음의
여성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