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예금을 깨 생활비 등으로 충당하거나 빚을 갚는 가정이 늘면서 은행 예금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게다가 저축은행 대출금리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서민의 상환 부담도 더욱 가중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하나·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총 수신은 지난해 말 779조995억 원에서 지난달 말 769조5415억 원으로 한 달 새 9조5580억 원이나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총 수신이 1조9000억 원 줄어든 데 이어 두 달째 감소한 것이다.
은행 수신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에 이후 처음이다. 2008년 12월 8168억 원, 2009년 1월에는 1조9000억 원 각각 줄었다는 점에서 은행 예금 감소 규모는 이번이 훨씬 크다.
실질소득 감소와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은행 수신 축소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황 여파로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예금주들이 생활비와 빚 상환을 위해 예금을 해지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소득 평균은 지난해 6.3% 늘었지만 대출액은 14.1% 급증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무려 22.7%나 늘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의 1월 소비자동향에서도 상당수 가정이 예금 부담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현재가계저축지수는 90으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향후저축전망지수는 2포인트 하락한 90이었다. 가계부채는 현재지수와 전망지수 각각 1, 2포인트 상승한 109, 104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서민이 많이 활용하는 저축은행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일반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16.02%로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는 2004년 12.00%, 2008년 12.23%, 2010년 12.76% 등 10%대 초반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15%를 웃돌기 시작해 월별 수치로는 7월 17.5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불거지자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고 고금리인 가계대출 비중을 늘리면서 대출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1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9조9323억 원으로 지난 한 해 잔액은 1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