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판타지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섬뜩하지만 매력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인간의 욕망에 관한 기묘한 세 가지 이야기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십 년 가게』 등 판타지로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히로시마 레이코의 소설집 『어떤 은수를』이 위즈덤하우스 청소년 문학 ‘텍스트 T’의 세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일본 주니어 모험 소설 대상, 아동 문학 판타지 대상 장려상을 수상할 만큼 어린이 판타지 문학에 독보적인 색깔과 매력을 보여 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청소년 독자에서 성인 독자까지 아우르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강렬하고도 기묘한 판타지 세계를 선보인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소설집
키우는 사람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돌의 정령 은수!
당신의 욕망은 어떤 은수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을 시작으로 『십 년 가게』 『비밀의 보석 가게 마석관』 등 히로시마 레이코의 어린이 판타지 문학 작품 대부분이 번역되어 우리나라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왜 이렇게 히로시마 레이코의 판타지를 사랑하는 걸까? 인간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다. 그건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욕망은 어른들에 의해 쉽게 배제당하고 통제당할 때가 많다. 그런데 히로시마 레이코가 만든 판타지 속 인물들은 다르다. 일 년이라는 소중한 수명을 지불해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기필코 이루고야 만다. ‘어린이는 착해야 한다’라는 암묵적인 전제 속에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순수한 욕망대로 움직이는 인물들은 꽤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인간의 욕망을 판타지를 통해 천착하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작품 세계를 청소년 독자부터 성인 독자까지 좀 더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소설집 『어떤 은수를』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의 끝판을 보여 주면서도 인간 내면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다. 특히 표제작 「어떤 은수를」은 돌의 알에서 태어나 키우는 사람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은수’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 내면의 추악한 욕망과 탐욕, 사랑과 증오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스릴 넘치게 그려 낸다. 또한 외딴 섬에서 펼쳐지는 죄와 구원의 이야기 「히나와 히나」, 상실과 증오가 만들어 낸 삐뚤어진 욕망이 빚은 비극 「마녀의 딸들」까지, 작가 특유의 기발하고 기이한 설정과 치밀한 플롯 안에서 각자의 욕망을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그렇다면 나의 욕망은 어떤 은수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은수는 인간의 속마음을 드러내게 하지.
은수와 만난 자는 모두 미쳤을지도 몰라.” _「어떤 은수를」
아무 가치도 없던 돌산에서 진귀한 광석을 발견해 큰 부자가 된 미스터리한 남자, 세이잔. 어느 날 다섯 명의 남녀를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들여 ‘은수’의 알을 주고 가장 뛰어난 은수를 키운 자에게 전 재산을 남기겠다고 한다. 허영기 강하고 어리석은 청년 후유쓰구, 인생의 결정권이 없는 인형 같은 소녀 후미코, 세이잔의 제안 자체가 불쾌한 성공한 사업가 데루히사, 백작 가문에 태어나 부러울 것 없지만 뭘 해도 끈기가 없는 지아키, 아름다운 미망인으로 사교계에서 추앙받지만 탐욕 가득한 여인 데루코. 다섯 명은 각자의 목적과 이유를 위해 은수를 키운다. 과연 욕망의 레이스에서 누가 세이잔의 재산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 반전이 더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만들어 낸 우스꽝스러운 결말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여기 두 명의 히나가 있다.
그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_「히나와 히나」
열여덟 살 요키는 연인 히나의 배신으로 죄인이 되어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유배된다. 요키는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히나의 환영에 괴로워하다가 해변가에서 발견한 짐승의 송곳니로 복수의 칼을 완성한다. 그 칼을 실수로 떨어뜨려 발에 큰 상처를 입고 기절한다. 다음 날 깨어나 보니 간밤에 등대를 켜지 않았던 탓에 배가 난파해 있다. 배의 파편 속에서 작은 소녀를 발견하고, 갖은 노력을 다해 살려낸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소녀의 이름은 히나다. 히나와 또 다른 히나. 요키는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까. 한 청년이 죄와 욕망의 덫에서 벗어나 구원받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마녀는 늘 아이를 원해.
귀여워하고 오냐오냐할 수 있는 아이를.”_ 「마녀의 딸들」
가시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저택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열한 살 키아는 마루 밑에서 성난 표정의 엄마와 한 소녀가 담긴 그림을 발견한다. 저택 근처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증을 품고 잠든 키아는 그날 밤 꿈속에서 엄마와 살았던 일곱 번째 키아를 만나게 되고, 앞서 키아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죽임을 당한 일곱 아이들의 잔혹한 진실을 알게 된다. 삐뚤어진 욕망이 만든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울타리를 부수고 세계의 길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앞날에 행운을 빌고 싶어지는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동화이다.
“은수는 주인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사랑이 곧 먹이입니다. 그러니 아주 조금이라도 주인의 마음을 빼앗아 갈 대상이 나타나면……, 하물며 그게 같은 은수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아요. 목숨을 걸고 방해꾼을 없애려 하지요.” 38쪽
“은수는 인간의 영혼을 나눠 받아 태어난다고 합니다. 즉, 주인의 마음에 깃든 분신이죠. 그 분신을 죽이는 것은 자기 존재를 없애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139쪽
미칠 듯이 사랑하는 마음, 만나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는 절망, 이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도 겪게 하고 싶었다. 은수 때문에 인생이 무너져 괴로워하는 인간을 보고 싶다. 그걸 보면 이 끝없는 상실감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것이다. 154쪽
요키는 내면에서 광기 어린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거다. 바로 이거야. 히나, 기다려. 앞으로 삼 년이야. 삼 년이 지나면 네게 이 선물을 주러 갈게. 그러면 너는 웃어 주겠지? 이 칼을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물들여 주겠지?
웃음을 억누르지 못해 요키는 으하하 웃었다. 200쪽
요키의 죄를 아는 산 증인은 소녀뿐이다. 원래 소녀는 바다에 먹혔을 생명이다. 바다에 돌려준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불쌍하지만 내게는 목적이 있다. 모르는 소녀를 위해 목적을 포기할 수 없다.
할까. 지금 해 버릴까. 216쪽
소녀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마녀가 아이를 키우는 은신처. 단, 아이는 매번 달라져. 너무 성장한 아이, 너무 똑똑한 아이, 너무 반항적인 아이는 계속 처분했으니까. 그러면 또 새로운 아이를 데리고 오지. 나는 일곱 번째였어. 키아, 너는 여덟 번째야.” 269쪽
엄마는 분명히 아이를 사랑한다. 다만 사랑스럽고 말을 잘 듣고 엄마를 잘 따르는 아이만으로는 부족하다. 엄마는 너무 자란 아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증거로 이렇게 모인 키아들을 보라.
모두 아이들이다. 열네 살이 된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이 사실에 키아는 오싹했다. 307쪽
엄마가 용기에서 튀어나와 우뚝 멈춰 선 키아 앞에 내려섰다. 하얀 몸이 빨갛게 물들었고, 아름다운 얼굴은 추하게 일그러졌다.
절대로 보여 줘서는 안 될 모습을 들켜 화가 났나 보다. 엄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키아에게 달려들었다. 길고 강인한 손가락이 키아의 가는 목을 움켜쥐고 으드득 조였다. 힘이 어찌나 센지, 루비를 반지에 고정하는 뾰족한 금속 고리가 키아의 부드러운 피부에 파고들 정도였다. 315쪽
어떤 은수를
히나와 히나
마녀의 딸들
글 히로시마 레이코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물 요정의 숲』으로 제4회 주니어 판타지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2006년에 작가로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 「요괴의 아이를 돌봐 드립니다」 시리즈,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 「십 년 가게」 시리즈, 『청의 왕』, 『백의 왕』, 『적의 왕』 등이 있다
옮김 이소담
동국대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하다가 일본어의 매력에 빠졌다. 읽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책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옮기는 것이 꿈이고 목표이다. 옮긴 책으로 『양과 강철의 숲』, 『하루 100엔 보관가게』,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오늘의 인생』,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이사부로 양복점』, 『쌍둥이』, 『십 년 가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