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영원히 몰랐으면...그랬으면 해.....]
-2.
집에 도착해 또 한참을 울었던것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아침.
손에 쥐어진것은 진통제. 생명에 대한 나의 집착의 흔적이려나
정말 재미있네....어쩌면 좋을까.
"하아....고민은 나중에 아직 3달이나 남았으니깐"
애써 마음을 추스려본다.
진통제라...어떨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나려나.
"에효...그런걸 소문 내서 뭐하려고"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웃겼다. 이미지가 다르잖아 이미지가
피식 웃으며 싸늘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래...나 울다지쳐 바닥에 널부러져 잠들었다.
에고고 내 허리야.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랬는데.
....난 상관없으려나?
씻자, 씻고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가는거야.
이 미묘한 기분을 떨쳐내는거야.
*
"제현아, 제현아"
"얼씨구 얘가 왠일로 지발로 날 찾아와"
"에이, 난 항상 내 발로 널 찾아왔단다."
"그래 내가 만나자고 애걸복걸해야지 미적미적 말이지?"
"사내녀석이 그런걸로 꽁해있으면 안 멋있어! 쿨하게 잊어버리라고"
"미안, 쿨하지가 않아서 영원히 간직하련다"
오랜만에....아 정정 사실은 이틀만에 제현이 녀석을 만났다.
시내 근처 바의 사장인 녀석. 흥 잘났다.
몸매 좋고, 얼굴 괜찮은 녀석을 보면 절로 침 넘어갈정도로 완벽하지만 한가지 흠이라면
"어서 말해 무슨 일이냐, 니가 날 다 찾아오고
귀하신 이은성께서 말이다."
좀 소심하다. 예전 일을 들먹이다니, 제현아 쿨해져라 제발
너의 외관과 어울리지 않잖니.
굳이 네가 A형이라는 티를 낼 필요는 없잖아
"뭐 마실꺼야?"
"네가 사주는 거야?"
"얼씨구? 오늘은 니 발로 직접 온거잖아. 돈내고 먹어"
"아잉~ 우리 사이에 무슨 돈이니"
"....."
"죄송요...자비를 베푸세요"
"그래 사줄께 사줄께, 앉기나 해"
"정말? 역시 너밖에 없어! 사랑해"
"녹음해서 서우 들려줄까?"
"취소"
"으이구, 아직도 서우가 일순위다 이거냐?"
"물론이지. 나에겐 서우밖에 없는걸"
녀석과 대화하다보면 걱정따윈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유쾌하고. 내가 남자와 사귄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일까 무심코 비밀마저 털어버릴 기분, 조심해야겠다.
*
"우욱...나 잠ㅅ....욱"
너무 여러가지 생각을 한꺼번에 해서 그런가 토기가 치민다.
이럴땐 머리가 아파야지 정상인데. 몸이 미쳐가고있긴 한가보다.
입을 막고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우웩--하아...하아...욱-"
"뭐야 너 왜이래"
"우욱..."
공중화장실은 더러운데....미안, 제현아. 안그래도 더러운 화장실
내가 더 더럽힌것 같다.
얼마나 변기통과 얼싸안고 난리 부르스 쳤을까...진이 다 빠졌다.
너무 고개를 흔들어 대서 그런지 두통이 '날 불렀어?'하고 밝게 웃으며
찾아오는 환상이 보이는 것 같다. 너 반갑지않아 사라져!
라고 말해봤자 그런다고 오지 않을 두통도 아니고 약통이...어딨더라.
코트안에 넣어뒀던것 같은데...
"제현아....나 코트 안에 약통, 약통좀 가져다줘"
"약? 왠 약이야. 어디 아프냐?"
"빨리..빨리"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차마 바닥에 주저 앉을수 없어서 뚜껑을 내린 후 주저 앉았다.
조금 기다리자 제현이 물과 함께 약통을 가져온다.
물을 잊지 않은 너는 역시 센스쟁이.
"땡큐"
알약을 2개 정도 꺼내 먹었다.
윽 써....
"뭐야 너 어디 아프냐?"
"나...체했나봐."
"술먹고 체하는 병신도 있냐?"
"물 먹고도 체한다던데 술 먹고 체할수도 있지.
이것이 바로 인체의 신비"
"쇼한다. 가자, 여기에 계속 있을꺼냐. 냄새나"
"쏘리해요. 나 좀 부축해주라. 힘없어."
"가지가지 한다."
"칭찬 감사"
"서우 닮아가냐"
"부부는 일심동체랬어"
"언제 결혼까지 한건지...세상 말세야 말세"
"킥킥"
내가 밝히길 꺼려 한다는걸 아는듯 더이상 물어보지 않는다.
아아 이래서 널 좋아해.
절대로 파고드는 법이 없거든...고마워 제현아
사실은 궁금할껀데...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해줄께
알약을 집어삼키고 나자 그나마 두통이 가라 앉는것 같다.
물론 기분상으로 겠지만....아직 소화도 안됬을꺼야
입안에 남아있는건 시큼한 위액의 맛과 쓴 약맛.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데 이거 먹으면 완치되려나?
풋, 실없는 생각.
"제현아, 나 물줘어"
"떠다 먹어 위치 알잖아"
"난 환자인데"
"고작 체한거 가지고 떠다먹어 바뻐"
"쳇"
친구뒀다 뭐하겠어 도와주지도 않는데.
흥이다 너.
힘없는 몸짓으로 일어나자 안되 보이는지 녀석이 떠다준다.
역시 넌 내 친구.
"역시 넌 매너남"
"알고있어, 그 정도는 훗"
"취소할래"
"이거 가져간다."
"약았어"
"알았어 떠다먹어"
"아....아이잉 넌 이세상에서 최고 매너남이야 제현아"
맘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애교떠는 내모습은
역시 코피 터질 만큼 멋있을꺼야.
"우욱"
...... 나쁜 놈 너한테 애교 안떨어 흥
*
"제현아...제현아"
"얘가 왜 어울리지않게 술에 치해어 헤롱거리는거야"
"헤헤헤헤 제현아"
"그래그래 내이름 제현이야. 서우 불러주리?"
"아니아니, 나 자고싶어"
"문 닫아야되 니집가서 자세요"
"졸려....잘꺼야"
"야! 집가서 자라고"
"잘꺼야아....잔다. 은성이는 잔다. 코 잔다."
"얘가 갑자기 정신을 놨나 왜이래"
*
어떻게 집으로 들어온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집에 들어는 와있었다.
단지 현관에 널부러져 있을뿐....
센스를 발휘해 침대까지 넣어주지 무심한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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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드려요. 스토리가 맘에 들지않아 3번이나 고쳤는데
여전히 맘에 들지 않네요. 제가 그렇죠 뭐....말빨 안되는 아이(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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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02]
v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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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0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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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개월 밖에 안남은 시간이 참 슬프네요. ㅠㅠ 언제 봐도 시한부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슬프고 불쌍한것 같아요. ㅠㅠ 그나저나 제현이 정말 괜찮은 친구인듯. ㅜㅜ 제 친구들이었으면 문 앞에 버려놓고 갈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