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수능 언어영역 출제위원장으로 한 달 동안 ‘갇혀 있다가 출소(?)’하자마자,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80만 수험생을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만든 교육 테러리스트 라는 딱지가 붙었다. 부총리를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자 괴감에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곰곰 살펴보자. 진짜로 이번 수능이 문제가 되는가.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구 는 2002학년도 수능 사태는 이렇게 요약이 된다.
“모의고사에서 평소 390점 이상 나왔던 고3 수험생이 이번 수능에서 40점 정도 떨어 져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제 우리 수험생들이 하듯이 단어 하나하나에 밑줄을 그어 가면서 따져 보자.
먼저 ‘모의고사’이다. 시중의 모의고사를 한 번이라도 주의깊게 살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전년도 수능의 유형을 복제 혹은 변형한 것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따라서 모의고사를 규준으로 삼는 것은 전년도 유형에 대한 ‘맹목적 암기’와 ‘찍기’를 무기로 삼는 족집게 강사들의 농간에 놀아날 가능성이 대단히 많다.
‘평소 390점 이상’은 과연 낙차를 감안한 점수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박찬호 의 방어율도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만일 수능에서도 모의고사와 동 일한 점수가 나온다면 굳이 온 국민이 법석을 떨며 수능을 볼 필요가 없다. 그 모의고 사 성적을 대학 전형 자료로 삼으면 될 노릇이다.
‘고3 수험생’은 속칭 ‘이해찬 1세대’를 말한다. 이른바 ‘이해찬 1세대’란 98년 10월 당시 이 전 장관은 “앞으로는 어느 것 하나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라고 공언을 했고, 이에 따라 당시 학생들이 공부를 등한시하여 결과적으로 단군 이래 최 저 학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 현 고3생들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이 교육당국의 말을 이토록 신뢰했던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 은 사실이지만, 말로만 따지자면 이해찬 장관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 문제는 국민들 이 이 장관의 말을 “어느 것 하나만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라고 확 대 해석한 점에 있다. 만화를 잘 그리는 학생이나 컴퓨터게임을 잘하는 학생이나 모두 서울대, 연고대를 가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화 특기생은 만화학과를 가 면 되고, 게임을 잘하는 학생은 컴퓨터게임 특기생을 뽑는 대학에 가면 된다.
‘이번 수능’은 작년 수능이 ‘오답이 똘똘 뭉쳐 정답을 왕따시키는 문제’라는 반성 에 기초하고 있다. 평가원에서도 이미 수차례 밝힌 바대로, 답지만 보고 고를 수 있는 문항은 거의 출제하지 않았다. 이번 수능은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 라는 일선 교사들의 평가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40점 정도 떨어져’는 가장 심각한 오류이다. 입시는 점수가 아니라 석차에 의해서 결정된다. 작년에 400점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 법대에 낙방한 학생이 있었다는 사실 을 기억한다면 점수 하락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전체 백분위 등수가 떨어지지 않 았으면 되는 일이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가장 가슴 아픈 점이다. 이 땅에 태어난 죄로 단 한 번의 시험에 자기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 다. 하지만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프랑스 대학입학 자격시험(바칼로레아)에 ‘정의는 윤리에 앞서는가’라는 문제가 나 왔다. 이 문제가 쉬운 문제인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렵다고 프랑스 국 민들이 호들갑을 떨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수능 문제의 질을 놓고 갑론을박 하는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지문으로 출제된 두보의 ‘강촌’이나 ‘상춘곡’을 보면서 직장 동료끼리 소주잔을 기울이며 학창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첫댓글 맞는말이긴 한데 너무 어려웠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름... ㅠㅠ 그리고 피해자라면 피해자 맞지.. 이해찬 1세대가 괜히 이해찬1세대인가
과거의 악몽이 세록세록ㅋㅋ 진짜 당시에는 재수가 대세였는데-_-;; 운좋게 원서 잘 찌른 놈들은 어이없는 성적으로도 좋은 대학 다가고
저도 이세대;;; 정말 이때 정답맞추면서 애들 다 울고불고 토하고 난리났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