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순환도로를 달려 1시에 비엔날레 주차장에 도착해 바보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자리가 몇 비어 있고, 나도 앞자리로 승격해 혼자 앉는다.
지난 9일에 먹었던 괴산읍의 김밥집에서 떡국을 먹는다.
5시 어두운 버리미기재에 내리니 춥다.
발을 동동구르며 얼른 비법탐방로를 들어선다.
밝은 달이 서쪽으로 이울기 시작하는데 숲속은 어둡다.
랜턴을 켜고 앞서가는 동양을 부지런히 따라가는데 뒤에서 돌아오란다.
누군가의 폰에서 경로를 이탈하였다는 경보가 울렸댄다.
다시 지도를 찾아 길을 찾는데 바로 바위 절벽이다.
줄을 타고 하나 둘 내려간다.
시작부터 밧줄이다.
밝아오는 쪽이 동쪽일텐데 진행방향의 왼쪽이니 우린 남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간에 참여한다지만 남을 따라다니니 나의 감각은 둔하기만 하다.
조망이 열린 곳에서 일출을 보고 싶지만 일행의 걸음은 바쁘다.
두 시간쯤 쉬지 않고 걸어 떠오르는 해가 산그림자를 길게 비출 때 앞에 뾰족한 봉우리가 나타나 있다.
촛대봉으로 여기는데 땀흘려 한시간쯤 더 갔을 때 느닷없이 촛재봉이다.
앞쪽 큰 산은 대야산이라 한다.
촛대봉 지나 평평해진 묘지에서 간식을 먹고 또 부지런히 걷는다.
대야산 오르는 길이 직벽이라고 겁을 먹는데 한시간쯤 걸어도 부드러운 능선이다.
난 뒤에서 오는 푸르른 하늘처럼을 닉이 너무 길다고 청천으로 부르며 기다리곤 한다.
그는 늦게 대간팀에 참여한 친구들이 오지 않아 형님이 날 데리고 가야 한다고
부탁 겸 엄살을 부린다.
그의 배낭 끈에는 달린 것도 많고 어느 순간 하얀 비닐 봉지를 손에 들고 걷고 있다.
뭐 쓸데없이 손에 들고 다니느냐고 타박을 하는데 그는 쓰레기를 줍는다고 한다.
갑자기 무색해진다.
블랙야크 인증을 하면서 그린 포인트 적립하려 시작했지만 이제는 쓰레기를 보면 당연히 줍는다고 한다.
갑자기 앞서가던 일행이 두 팀으로 나뉘며 눈앞에서 바위 뒤로 사라진다.
정팀장은 발을 걸 수 있는 밧줄이라며 직벽을 오르고 처음과 동양은 보이지 않고
햇빛과 대천사님이 오른쪽으로 돌아 밧줄을 잡고 올라가고 있다.
난 햇빛이 오르는 쪽으로 바위를 건너 뛰어내리는데 청천이 겁을 내며 받아준다.
암벽을 오르자 나무 사이가 나타나 숨을 고르고 또 바위를 오른다.
다시 능선 위에 서자 세찬 바람이 불며 조망이 환히 열린다.
사방에 널려있는 능선을 보며 사진을 찍고 후미에서 가는데 일행은 철난간 뒤 대야산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다가가는 날 찍어준다.
시간은 8시 20분이 되어가는데 오늘 하루의 산행을 다 끝낸 기분이다.
뒷쪽으로 속리산의 암봉들이 이어서고 그 앞으로 긴 산줄기가 첩첩인데
난 앞에 보이는 저 산줄기가 오늘의 하산길일 거라 생각한다.
걸어보고 나서야 산을 두세개 더 넘는다는 걸 알고 아직도 나의 산가늠은 형편없다고
힘들게 말하지만.
나도 사진을 찍고 일행을 따라나서며 뒷모습을 찍는다.
바위 사이를 올라가는 그들 뒤로 속리산의 능선들이 좋다.
일행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난 이제 청천과 천천히 걷는다.
동양이 차 가지고 하산지점으로 오는 시간에 여유가 있을 거라면서.
단풍이 물든 바위 사이를 몇번 오르내리다 보니 햇빗과 대천사님이
선 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시간쯤 걸어 밀재에 도착해 인증을 한다.
또 둥근 바위 사이를 지나 조항산으로 가는 길을 오른다.
봉우리는 눈 앞인데 오르면 또 앞에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뭘 보고 새의 목이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조항산은 하나의 봉우리로 되어있지는 않다.
봉우리에 올라 뒤에 오는 이를 한참 기다린다.
수많은 산줄기를 보며 내가 걸었던 길을 뿌듯해 하면서도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해서도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내가 지나온 세월은 비겁과 후회가 뒤엉킨 바보의 삶이었지만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으니 나머지 저 산마루 능선길은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점심을 어디서 먹었을까?
전화기에 보니 카카오 보이스 톡으로 팀장의 부재중 전화가 두번 찍혔다.
어느 내리막 부근에 둘러앉지도 앉고 건너 산을 보며 바보가 싸 준 김밥을 먹는다.
팀장이 많이 기다렸노라고 후미가 너무 늦었다고 타박을 주신다.
청천 핑계를 대고도 싶지만 그냥 넘어간다.
조항산을 지나 다시 바위 능선을 넘어가는 일행을 뒤쳐져서 본다.
바위 아랫쪽으로도 길은 있지만, 세찬 바람의 바위에 서서 몸이 흔들거림을 느끼며 넘어간다.
뒤에 오는 청천을 기다리곤 하면서 청화산에 도착하니 어느 덧 2시 반을 지나고 있다.
오늘 산행의 정상이었던 대야산에서 네시간 가까이 지났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어서 편할 주 알았더니 또 밧줄이 걸려있다.
바위에서 나오는 일행이 있어 들어가 보니 '정국기원단'이라는 비가 한자로 씌어 있다.
왼쪽에 백두대간 중원지라는 글씨도 보이는 걸 보니 여기가 대간의 가운데라는 것일까?
3시 40분이 지나 백두대간 커다란 돌이 서 있는 늘재에 도착한다.
사진을 찍고 보은읍으로 이동하며 맥주를 마시고 목욕탕에 간다.
차는 부지런히 광주로 달려 오치 황제해물탕에서 회에 소주를 마신다.
일이 있어 저녁자리에만 참석하신 산꽃님이 배낭을 받아주시며 반긴다.
미니님의 차를 타고 처음과 화정역에서 내려 지하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