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새벽
비오는 새벽에 야옹이가 자꾸 나가자고 졸라서 잠깐 같이 나갔지요.
비가 오기에 '야옹아, 가자'했는데 가기 싫었나봐요.
그래서 비구경이라도 좀 하라고 하고 저는 들어왔는데
한시간 쯤 있다 문을 열어보니 비는 그치고 야옹이는 어디론가 가버렸더군요.
자주 있는 일이라 곧 들어오겠지 생각했는데
날이 새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시간인데도 안오더군요.
원체 겁많은 녀석이라 어떻게 집에 오나 걱정이 슬슬 되고..
새벽에 나갔는데 배고플텐데 어떻하나.. 한참 자야 할 시간인데 자지도 못하고 어떻하나..
이사온 지 두달정도 됐는데 주변 길들은 다 알아놨으려나..
걱정이 자꾸 쌓이고 쌓이더군요.
해가 쨍쨍한 낮에도 오지 않고
급기야 전 패닉상태에 빠져버려서..
엄마, 아빠 결혼해서 따로 사는 동생에게도 문자, 전화..
미치겠더군요.
화장실 갈 때도 슈퍼를 갈 때도 항상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애였는데
나만 덩그러니 있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물론 야옹이 걱정도 끝이 없었고..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는 잘 못 올 거고
새벽에는 오겠지.. 하면서 퉁퉁 부은 눈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밤 12시 쯤 너무 잠이 와서..
현관문 살짝 열어두고 잠깐 눈을 붙였어요.
일어나보니 새벽 4시..
새벽에는 올거라고 기대했는데 여전히 안왔더라고요..
아 ,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젠 정말 두번 다시 못보는 걸까
미치겠더라고요..
아파도 내 눈 앞에서 아프고, 죽더라고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문 앞에 나가 울면서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조그맣게 들리는 딸랑딸랑딸랑딸랑..
귀가 번쩍 트이더군요,
"야옹아?!"
그러자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빨라졌어요,
"야옹아~!!!!!!!!!!!!!"
곧 건물 저쪽에서 야옹이가 정신없는 얼굴을 하고 잰 걸음으로 나오더군요.
아, 왔구나.. 다시 왔구나
"야옹아, 어떻게 왔어~ 어떻게 왔어.."
자는 엄마도 깨우고..
엄마도 참 걱정 많이 하시면서 골목마다 찾으러 다니셨는데..
그렇게 온 식구 걱정시켰던 야옹이는 24시간만에 무사히 돌아왔구요
지금은 제 옆에서 쿨쿨 자고 있답니다.
다행히 다친 덴 없고 뒷 발톱 두개가 좀 많이 부러졌는데 곧 다시 자라겠죠..
다시 돌아와줘서 다행입니다..
첫댓글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해가 됩니다..그게 부모 마음이죠..마치 단편 소설을 읽은 것처럼 짧지만 그 안에서 야옹님의 심리와 안타까움이 있네요..가끔 제 멍멍이들이 길을 잃고 헤매게 될때 제가 자고 있다면 걔들이 어찌될까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사실 야옹님의 이 경험은 악몽입니다..ㅋㅋㅋㅋ
으흐.. 찬용님 정말 악몽같은 시간이었어요...^^; 아무 것도 못했답니다..ㅎ 대신 야옹이와 저와의 유대는 더 끈끈해지고 말았지요..; 그 전보다 더 아프게 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