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발길은
오월 넷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지난 주말은 창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거제에 머물렀다. 비가 그쳐 가던 토요일 이른 아침 산행 차림으로 나서 거제 명산에 드는 국사봉으로 향했다. 수양마을에서 작은 국사봉으로 오르는 북사면 산기슭에서 곰취를 채집해 한 주 동안 반찬 삼아 잘 먹었다. 거제 사람들은 제 지역에 귀한 곰취가 자생하고 있는 줄 모르는지 이방인이 내가 따왔다.
다음날 일요일 역시 이른 아침 산행을 나섰다. 옥포고가 위치한 봉산재에서 숲길을 걸어 대금산으로 갔더니 오전 내내 안개가 짙게 끼어 걷힐 기미가 없었다. 명동에서 외포로 넘나드는 정골재 임도에서 정상까지 멀지 않았는데 오르질 못했다. 안개가 끼어 정상에서 바라보일 탁 트인 대한해협을 기대할 수 없었다. 명동마을로 내려서서 할머니가 빚어 파는 막걸리를 들고 나왔다.
주중에 연초에 머물면서 해가 길어져 퇴근 후 산책이나 산행으로 시간을 보냈다. 월요일은 연초천 산책로를 따라 걸어 고현으로 나가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 포장마차에 들어 제철에 나온 멍게로 맑은 술을 몇 잔 들고 왔다. 화요일은 효촌마을 들녘을 걸었고 수요일은 연사고개에서 석름봉으로 올랐다. 목요일은 연초다리 건너 수월삼거리로 나가 연초천 산책로를 거슬러 올라왔다.
두 주 만에 들리는 창원이다.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며 세상을 사는 얘기를 나누는 벗이 얼굴을 한 번 보자고 문자가 와 있다. 일전 벗의 집안에 상을 치른 마음고생이 있어 위로를 해주어야겠다. 벗의 손아래 처제가 수술을 할 수 없는 지병으로 한동안 투병 생활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한창 나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벗의 아내와 장모가 육친을 먼저 보낸 상심이 무척 크지 싶다.
벗과 자리를 갖기는 가져야겠는데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주점에 앉으려니 마음이 께름칙하다. 아파트 인근 상가 단골 주점이 있는데 좁은 공간이라 다른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빼곡해 머뭇거려진다. 반송시장 족발집도 마찬가지다. 퍼뜩 떠오른 생각이 안주로 삼을 족발을 사 아파트에서 가까운 반송공원 오를까 싶기도 하다. 해질녘 숲속 벤치 앉아 담소를 나누자니 모양새가 그렇다.
등교 개학 후 학생들 보고 게임방이나 노래방을 가지 말라고 지도한다. 교사들도 외부 모임을 제하고 주점에 들리는 것도 자제함이 당연한데도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하는 벗과의 만남도 소홀할 수가 없다. 둘은 오래 전 같은 학교 근무한 적이 있고 사는 집도 아파트단지를 이웃하고 있다. 나는 작년에 거제로 나오고 벗은 김해로 출퇴근하다가 올봄에 마산 시내 학교로 옮겼다.
금요일 저녁은 벗을 만나 자리를 갖고, 이어지는 주말 소일거리를 계획해 두어야 한다. 지나간 사월 주말은 산나물 채집 산행을 다녔다. 구룡산이나 양미재로 오르기도 했고 서북산 감재나 여항산 미산령을 넘기도 했다. 노동이라 싶을 만큼 허리를 굽혔다가 펴길 반복해 뜯는 여러 가지 산나물이었다. 반나절 산행에서 배낭을 채운 산나물은 귀로에 지기들과 나누었더니 가벼웠다.
이제 산나물 철도 지났고 강둑 산책을 나가면 좋을 듯하다. 대산 들녘에서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 따라 걸어 볼까나. 수산다리를 걸어 지나 오일장 장터를 구경하고 국수를 한 그릇 요기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와도 될 테다. 열차로 한림정으로 나가 모정마을에서 폐선 터널을 지나 낙동강 다리로 삼랑진으로 건너가도 된다. 송지 장터에 유가네 메밀묵집에 들려 묵밥을 한 끼 들어볼까.
음이온이 발산될 숲으로 가도 좋다. 봄날 근교 산행에서 산나물을 뜯어 오느라 찾지 못한 불모산이다. 주말이면 거제로 다니느라 지나친 창원터널이 있는 산기슭이다. 활엽수가 나목인 겨울에 들리고 잎이 돋은 이후 가보지 못했다. 102번 종점 불모산동 저수지에서 숲으로 들어 가랑잎이 삭은 부엽토를 밟으며 느긋하게 걸어도 될 듯하다. 퇴직해 전업농부가 된 북면 지인도 궁금하다. 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