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르는 과정에서 일본의 말장난 병(病)이 도졌다. 유네스코 심의에서 일본 대표가 'forced to work'라고 말한 걸 두고 우리 외교부는 "일본이 한국인 강제 노동을 인정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은 외무상이 나서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마음 열고 대화하려 해도 일본의 얄팍한 속셈들이 가로막는다.<7월 8일 자 조선일보 ‘만물상’-'일본의 말장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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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의 심리, 일본의 말장난(1)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관계대명사를 완전히 이해하면 영어를 마스터한거나 다름없다는 식의 ‘미신’이 있는 것처럼 일본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영문자 표기로) ‘do o mo'( 이하 일본말 발음을 영문자 표기, 우리말 발음으로는 ’도~ 오 모‘ )와 ’keko‘(케코)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면 일본어를 다 배운 거나 마찬가지라는 식의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만큼 두 어휘의 의미는 간단하지만 일본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겐 완벽한 이해와 적절한 사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도~ 오 모’는 한자로는 표기되지 않는 순수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대강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단어자체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우리 말로 하면 <감사합니다> < 미안합니다>등의 말이 뒤따라야 완전한 인사말이 된다. 따라서 도~오모라는 어휘는 우리말의 <대단히> <매우>, 영어로는 'very' 라는 수식부사에 가까운데 일본인은 뒤에 따라와야 할 <미안합니다><감사합니다> 대신으로 거의 입버릇처럼 자주 쓴다.그러니까 그 뜻은 말할 때의 분위기, 이런 저런 경우에 따라 <감사...> 일수도 있고 <미안...>일 수도 있다. (그러니 공식외교석상- 더구나 한일회담 같은 자리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용어이기도 하다.)
‘
케코’는 한자로 궂이 표기하면 ‘結構가 된다. 글자 그대로를 단순풀이하면 ‘얽어맨다’ 쯤 될 터인데 일본어에서의 의미는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통상 <괜찮습니다> <좋습니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양’ 혹은 ‘싫다’는 의사를 에둘러 겸손하게 표현한 말이 된다.
가령 ‘피우시겠습니까?’ 라며 담배를 권했을 때 ‘케코’라고 대답하면, 그것은 피우겠다는 의사일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일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에 분위기와 손짓 표정 등을 통해 대답의 뜻이 달라질 수 있기는 우리말도 마찬가지이긴 하다.그러나 일본말의 케코는 우리말의 ‘좋습니다’ 보다도 말하는 사람의 표정, 분위기나 억양에 의해서도 쉽게 그 속뜻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서구인의 경우에는 일본말에 꾀 능숙하다고 해도 말 뜻 헤아리기가 더욱 어렵다..
TV의 퀴즈 프로 진행 과정에 ‘케코’가 반복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어떤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측이 정답을 말했을 때에 질문자는 그것에 대해 케코라는 말로 맞았음을 확인한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답이 틀렸을 경우에도 질문자가 케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틀렸지만 뭐, 괞찮습니다’라는 '위로'의 뜻도 함축하는 것으로 이해됐다.좋게 해석하면 '배려'이지맘 달리 보면 ㅇ일본말이 애초부터 지니고 있는 모호성이 거기서도 드러난다. 그렇게 퀴즈게임은 케코의 연속처럼 보였다.
(일제시대에 학교교육을 통해 일본어를 배운 우리의 선배세대로 부터 “뭘 안다고 말이 그리 많노?‘라며 혼쭐날 만큼 일본말의 미세한 어휘에 대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한글세대로서 나름대로의 시각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떤 언어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에 애매성 모호성이 짙고 그 의미가 多義 혹은 복합적이라면 우선 그 언어는 논리적이기보다 감성적 언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도~모오와 케코라는 관용구는, 말하자면 사소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일본어의 특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일본인과의 인간관계에서 진솔한 교감의 어려움 혹은 한계 같은 걸 감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서구인들의 경우도 일본인을 상대할 때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일본인이 구사하는 그 표현의 모호성과 대화 분위기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이라는 건 오래전부터 널리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일본인 상호간에는 그 미묘한, 그래서 恣意的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한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를 잘도 이해한다. 'forced to work'에 대한 일본외무상의 해석도 결국 같은 맥락일 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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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덧붙임 말 올립니다. 위 글을 포함해서 앞으로 이곳에 올릴 ‘일본탐구’ 시리즈는 조규석(뒷메^^) 지음 ‘섬나라 그리고 경제대국-한글세대 특파원의 일본진단’(1981년,文音 출판사- 再版 제목은 ‘일본인 그들은 누구인가’)이라는 책에 기술된 내용을 인용하거나 분량을 조정, 수정해서 옮긴 것입니다.
특파원 근무기간(1970년대 중후반)으로부터 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음으로 통계 숫자라던가 적시하는 사례들이 지금의 일본 현실과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시사성을 전제로 하는 내용은 가능한 한 배제하고 소생 나름으로 파악한, 일본· 일본인의 본질적 성향-면모를 정리해 올리려 합니다.
글 속에 일본어 글자로 표기하는 게 좋을 부분이 있읍니다만 컴퓨터 상의 일본 말 전환 방법을 몰라 그 발음을 영문자로 표기한 점 惠諒하시고 御覽하신 후 글 내용에 대해 기탄없는 비판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강가에서님이 뒷메의 일본탐구(1)에 부친 댓글-"(일본이) 의도적인 오역을 했다니 햇갈리네요. 이 숙제를 잘 풀어주시요"라는 댓글을 읽고
오늘 예정에 없이 서둘러 쓴 글입니다. 밤 늦게 귀가해서 새벽까지 낑낑대며 타자했습니다.(잠도 안오고...ㅋ) 뒷메의 오늘 '정성'^^을 보아
졸문이지만 계속 관심가져 주시길 謹請합니다.!앞으로 '일본어의 심리'라는 제목으로만 3번 쯤 더 쓸 예정입니다.
짜임새 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그 예의바름과 돈독한 신용으로 셰계에서 최 일류 국민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일전쟁때 여순 대학살/남경 대학살/위안부 강제 납치 이런 역사적 사실을 공적/사적으로 부인합니다.
독일은 다 인정하고 지금도 배상을 해 준다는데...일본사람들의 이런 이중성에 대해서도 담론 부탁드립니다.
일본어를 배우지 못한 처지라 그 낱말이 가진뜻과 의미를 정확히 알수는 없는데
말하는 의미와 듣는 해석이 서로 다르다면 누구나 자기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고집 할것이 明若觀火 한데 언제까지나 이렇게 자기의 주장만 할것인지, 아니면
중재자가 나타나 명확한 판단을 해주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물론 일본인들의 얄팍한 "하이,하이, 아리가또 고자아마스" 술수에 넘어가선 안되죠.
일본이 세계의 지도자 국가로 부상하려면은 지난 날의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고 말장난이나 하여
과오에 대한 책임회피나 하려고 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말장난이라기 보다는 말의 이중성입니다. 나는 음악(전통음악)을 통해 일본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일본인 화법의 관습에서 보이는 이중성은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마는 그들의 학습교본이 "손자병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자의 논어와 같는 도덕규범을 배우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손자병법의 핵심인 승리를 위한 전투 규범을 배우먄서 성장한 때문입니다. 이 사상은 음악에도 나타납니다. "모노노 아와레"(物の哀)라는 이념입니다. 음악을 여러 음의 구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한두음의 즉각적 감각으로 듣는 것입니다. 원초적 모습을 듣는 다는 것입니다. 일본 아악(에텐라쿠)와 전통 샤미센 음악에 잘 나타납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이중성입니다.다만 글의 표제에 '일본의 말장난'을 덧붙인 이유는,
때마침 앞에 인용한 조선일보의 칼럼(만물상) 제목- '일본의 말장난'을 보고 이를 계기삼아 일본어 문제부터 글 을 쓰겠다는 생각에
그 칼럼 제목을 일시 차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써나가려는 글의 전체 테마가 바로 일본인의 이중성 규명입니다. 이건 댓글을 써주신
여러분에게도 올리는 답글이기도 합니다. 서교수 같은 석학이 음악으로 일본인을 설명하면 그건 새로운 시각의 '일본논'으로 널리 읽힐듯.합니다.
음악을 통해서 보는 이중성이란 말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이제부터는 일본의 한 시를 좀 들여다보고싶어지네요.
시의 세계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일본 시는 왠지 거부감이 들어 잘 읽지 않았거든요.
관심있으시니 e-mail 주소 알려주시면 관련저서의 pdf file 보내드리겠습니다.
저의 e-mail 은 usocsurh@naver.com 입니다.
출판사의 출판권이 있는 책이라 여기 공개적으로 올릴 수는 없네요
"음악을 본다"의 맨끝장과 "세계의 음악"에 일본음악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