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국지화(微康國之話)
[미강국의 이야기]
날 그만 가두십시오
날 그만 풀어주십시오
당신이 나를 가두어 얻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되지만,
나는 왜 안됩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하는데
왜 당신은 나를 막습니까
아린이 시 읽기를 모두 마친 후 대전의 공기는 싸늘해졌다.
아린의 양 옆에 있던 다른 가문의 처자들의 입술마저 바짝 말랐다.
저 아이가 시를 통해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폐하도 약간 굳은 표정으로 아린에게 물었다.
아린은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 폐하의 물음에 간단히 대답했다.
"미강국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뿐이옵니다."
"그대는 지금 시 속에서 미강국을 '당신'이라고 표현하여
비판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폐하께서 그렇게 보신다면 그럴 것이옵니다."
"건방지구나. 그대가 하고자하는 말을 확실하게 하거라."
"폐하께선 오대가문 행사 때 제가 말한 내용을 혹시 아시옵니까?"
"대전내관ㅡ."
폐하는 대전내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눈짓을 보냈다.
대전내관이 그 의미를 곧 알아차리고 폐하에게 아뢰고자 했다.
"지난 오대가문 행사 때 홍가의 처자께서 ...... 미강국이..."
하지만, 그 내용이 참으로 망극한지라 폐하께 곧바로 고하기란 어려웠다.
폐하는 그 내용이 더욱 더 궁금해져 대전내관을 재촉했다.
"어서 말하거라."
"미,미강국에선 여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홍가 직계 처자는 그 제한이 더 심하여... 하고싶은 것이 있어도 마음대로 못하는...
미강국...의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호오ㅡ."
"그...그런.. 이야기를..."
"됐다. 그만 되었어."
폐하는 대전내관에게 시선을 거두고 아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흥미롭다는 듯 폐하는 두 손을 깍지 껴서 턱을 살짝 걸치게 하고는
팔꿈치는 앞에 있는 작은 상에 대었다.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폐하가 분노해하며 아린에게 화를 낼거라고 생각한 대전 안의 사람들은
폐하의 예상 밖의 태도에 적잖게 놀란 듯 했다.
아린은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며 조심스레 말했다.
이런 말을 폐하 앞에서 직접 하게 될 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아린은 시를 읽고나서 바로 쫓겨날 줄 알았다.
감히 대전에서, 그것도 폐하가 앞에 있는데 미강국을 비판하다니, 낡은 고정관념이니 뭐니...하면서...
"그저 저만의 삶을 가지고 싶을 뿐이옵니다....
홍가의 처자라면 꼭 해야하는 것들에 벗어난.... 홍가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저만의 삶을 말이옵니다..."
***
"허허... 상처를 너무 오래 방치하여... 이것 참.. 손 쓰기가 곤란합니다.."
"목숨은..! 생명에는 지장이..."
"다행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사옵니다. 왕세자마마, 걱정마시옵소서.
허나 상처가 깊어 아물 때까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사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왕세자마마, 최선을 다해보겠사옵니다..."
이현이 누워있는 방에서 나온 하월은 크게 숨을 마셨다가 내쉬었다.
걱정, 긴장들이 온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기분이 상쾌해졌다.
"안에 누워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이옵니까? 왕세자마마."
"아... 그냥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마.. 아까 그 분은... 혹시 홍가의...."
"홍가....직계 처자라고 하더군요..."
"호,혹시 마마..! 홍가의 처자를 마음에 두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쓸데없는 말은 삼가주세요. 여긴 왕궁이라는 곳입니다..
소문이 나면... 걷잡을 수 없으니까요."
"소,송구하옵니다. 마마. 소인이 경솔했사옵니다."
"알았다면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아직 봄바람은 차갑습니다..."
"예.. 왕세자마마. 여름이 오려면 아직인 듯 하옵니다."
상궁은 왕세자의 마음이 내심 홍가의 처자에게 가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왕세자께서 딱 잘라 아니라고 하니... 조금은 실망인 눈치였다.
***
"허나, 지금의 상황으로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느냐?"
"알고 있사옵니다."
"그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찌 그리하였는가."
"폐하께 이런 말을 하리라곤 저도 생각치 못했사옵니다.
허나 기회가 왔다면, 잡아야하지 않겠사옵니까. 저는 다만 소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신
폐하의 넓은 아량이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그저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소녀에겐 큰 힘이 되었사옵니다."
"심지가 굳은 아이로구나. 하지만, 마지막 질문이었던 시 짓기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도 되겠느냐?"
"저는 간택에 뽑히고자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 아니옵니다."
그 때였다.
유온이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폐하에게 따지듯 물은 것은.
"폐하! 소녀 감히 한 말씀 아뢰옵니다.
지금 홍가의 처자께선 간택을 결정하는 이 자리를 모독하고 있사옵니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가문의 처자들의 감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하옵니다.
다른 가문의 처자들은 간택에 뽑히기 위하여 성의껏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홍가의 처자께선 '간택에 뽑히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자체를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했사옵니다.
이는 전례에 없던 일이옵니다. 간택을 결정하는 이 중요한 자리를 가벼이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사옵니까."
옆에 앉아있는 다른 가문의 처자들도 저마다 맞다면서 유온의 의견을 거들었다.
아린은 순식간에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폐하또한 유온의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청가의 유온. 진정하세요."
"황후마마."
"그대의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폐하, 동의하시는지요?"
황후마마는 유온의 의견에 어느정도 수긍하는 듯 폐하를 보며 물어보았다.
폐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간택을 최종으로 결정할 시에 청가의 유온, 그대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어요.
그러니 진정하고 감정을 다잡으세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왕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송구하옵니다."
유온은 아린이 간택되는 것을 막고 싶은 심정도 있었지만,
아린의 태도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구는 간택에 뽑히고 싶어서 생각에 생각을 다하여 신중하게 말하고 있는데
저 아이는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지 않는가?
이건 너무 불공평한 처사였다.
아린은 처음부터 간택에 뽑히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렇다면 저 건방진 아이는 이 자리에서 물러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4명의 처자 중 2명은 간택에서 떨어지고
남은 2명은 내일 다시 왕궁으로 들어야한다.
내일은 왕세자도 함께 참석하여 간택을 결정할 것이니 그리들 알거라.
지금부터 잠시의 휴식시간을 주겠다. 2명의 처자를 뽑을 때까지."
태후마마의 말씀을 끝으로 잠시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최종 간택에 올라갈 2명의 처자를 뽑기 위해 왕궁 어른들은 소곤소곤 저마다의 의견을 나누었다.
아린은 대전 밖으로 나갔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이현의 상태가 어떤지가 제일 중요했다.
대전 앞에 있는 작은 연못에 쪼그려 앉아 이현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책망했다.
그리고, 아린의 뒷모습을 본 유온은 아린을 뒤따라 대전을 나갔다.
무언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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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돌아온 이 못난 죄를 지어서...
주말에 올리려했던 미리 써둔 14화를 지금 올립니다ㅠ_ㅠ!
흑흑.정말 죄송하구요.
연재 늦춰지지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영귀
첫댓글 꺆!!나도 사랑해요 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꺄하..............난 온리 이현이..ㅋ히히히히히......하월이도 괜찮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랜만이군요......작가님하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윽저두요!ㅠ_ㅠ! 카나님 댓글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닷~! 다음편 쓰고 있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말 감사드려요~! 기분 너무좋아요~
님, 화이팅!!!!!!!!
감사합니다ㅠㅠ흑흑! 금방 15편올렸으니 재미있게보세요~! 감사합니다!!!!!
가두고 풀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