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차분히
수능시험 치고 있을 한혜인이와 단산 아이 정언이에게 계속 마음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전화가 와서 잠시 통화했습니다.
그 내용을 가지고 오늘 다시 민원을 넣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밀양 여수마을에 사는 이승희라고 합니다. 주민들을 대신하여 여러 번 송전탑 건설 반대에 관한 민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제(11월 22일) 오후 세 시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계신 분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이 성함을 밝히지 않았고 저도 묻지를 않아 모르고 있습니다. 성함을 꼭 여쭈어보아야 하는데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무튼 그 분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한국전력공사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면 여수마을에 세워질 철탑은 마을과 700미터쯤 떨어져 있는 거로 나와있는데, 그 자료를 보고 조금 뜻밖이었다. 보통 철탑과 100-200미터쯤 되는 마을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700미터 떨어진 마을에서 민원이 들어오니 좀 뜻밖이다.
둘째, 이 송전철탑 건설 사업이 법에 어긋나는 지 않는지 심의하는데 아마 위법성은 없을 것이다.
셋째, 철탑이 들어섰을 때 마을주민이 받는 피해에 대한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
추려보면 이런 내용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계속 저는 설명을 해드렸습니다만 전화를 끊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찜찜하고 서운할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국민들 편에 서 있는게 아니라 사업 시행 기업 쪽에 서서 바라보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제가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밝혀보겠습니다.
첫째, 철탑과 마을과 거리가 700미터 쯤 떨어졌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뜻밖이라고 하셨는데 저희들이야말로 이런 말씀이 뜻밖입니다. 76만5천볼트나 되는 초고압 송전철탑이 마을과 100-200미터 가까이에 오는 것도 문제지만 700-800미터에 있는 것도 충분히 문제고 다시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봅니다. 100-200미터 떨어진 마을에서는 민원을 내도 되고 700-800미터는 그 정도는 참고 살아라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요?
무엇보다도 지도에 나타난 거리가 실제 체감거리와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평지에 700미터 떨어진 거리와 바로 눈 앞에 막아선 산 위에 마을까지 700미터는 피부로 느끼는 게 천지 차이입니다. 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200ㄷ미터 안팎으로 가깝게 느껴집니다.
저는 어제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마치 한국전력공사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디 지도만 보고 판단하시지 말고 꼭 현장에 오셔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한전이 이 사업을 하면서 법을 어겼나 하는 점을 심의한다고 하셨는데 한전에서 법을 어기면서 이런 사업을 할 리가 없겠지요. 만약 법을 어기고 이런 사업을 한다면 저희는 손쉽게 법적 투쟁을 할 것입니다. 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마을 주민들 생존에 위협을 주는 일이 있을 수 있고 만약 그렇다면 정부에서 나서서 주민을 도와주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이렇듯 관계기관에 민원을 넣고 간절히 부탁하는 것이고요.
셋째, 아직 세워지지 않은 철탑이 주민들에게 이런 피해를 줄 것이다 그러니 세우지 말아라 하고 민원을 넣는데 그 피해에 대한 근거가 모자란다니 그러면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철탑을 세워놓고 피해가 나타나면 그 때 철탑을 치워줄 건가요? 이미 초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에게, 동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지는 국내외에서 연구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는 것이고 저는 어제 그 자료 몇 개를 참고 하시라고 보내드렸습니다. 제가 보내지 않아도 전문가들이 심의를 할 것이니 그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고요.
그런데 주민들한테 피해 근거를 더 자세히 대라고 하시면 나이든 노인네만 사는 마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마을에서 그나마 제가 가장 젊고 서툴게나마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젊은 사람이 없는 마을에서는 그러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으라는 것인지요?
아직 이 송전철탑 건설 사업이 산자부에서 승인이 안 났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승인이 나기 전에 이렇게 민원을 넣어 바꿀 건 바꾸어서 사업 승인 나야하지 않을까요? 어제 전화하신 분은 아직 승인도 나지 않은 사업에 대해 뭐라 하기 어렵다는 말씀도 얼핏 하신 거 같습니다. 제가 잘못 들었다면 다행이구요.
어제 전화 통화한 뒤 저는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자꾸 들어 오늘 이렇게 다시 마을 입장을 정리해서 글을 올립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리지만 부디 국가 사업이라는 명분을 떠나 그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 마을 주민 입장에서 심의해주십시오. 말 그대로 국민의 고충을 알뜰히 살펴주십시오.
오늘은 이만 씁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을주민들 뜻을 충분히 반영한 심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어젯밤 이상석선생님과도 통화했지만
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곳도 그다지 국민을 위하는 거 같지가 않습니다.
한겨레와 부산일보에서 여수마을 일을 기사로 써줄 것 같다고 이상석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들, 각 정부기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서 이 일을 올려주십시오.
자꾸 알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들 바쁘실텐데 미안합니다.
첫댓글 참, 가슴이 답답하네. 거대한 공룡하고 싸우는 것 같다. 지금 감사원, 환경부에 민원도 넣고 게시판에도 글 올리고 왔다. 인터넷 뒤져보니 새로운 기사들이 많네. 나도 급하게 내 블로그를 만들어 민원 넣었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