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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1월 10일자는 “SK 최태원 회장에게 선물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김원홍씨가 화제”라고 했다. ▲조선일보 12일자는 김원홍씨에 대해 ”이틀 뒤의 주가지수를 맞추는 등 신통력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FACTOLL이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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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한때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증권맨 출신으로 알려졌다. SK 해운의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근무했던 증권사는 물론, SK 내부에서도 그에 대해 상세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대체 누구일까.
금융, 보험 컨설팅사 지분 12.9% 소유한 대주주
김원홍씨는 1961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부터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다는 그는 수학을 무척 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11월 현재 ‘에이 플러스 에셋 어드바이저’라는 회사의 지분 12.95%를 소유한 대주주다. 이 회사는 보험·금융상품 판매, 부동산 임대 컨설팅, 재테크 컨설팅, 대출 중개 및 금융자문 컨설팅을 하는 자본금 100억원짜리 회사다. 2011년 매출액(6월 30일 기준)은 293억원에 달한다.
김씨는 이 회사 지분 18.5%를 갖고 있다가 2011년 1월 유상증자를 거쳐, 2011년 6월 현재 12.95%의 지분을 갖고 있는 3대 주주다. 지난 3월 출국한 그는 현재 중국에서 스프링 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원홍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금융·재테크 컨설팅을 주업종으로 하는 곳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재계엔 “2000년대 초반 금융분야의 지인들과 어울리던 최태원 회장 형제가 선물투자에 해박한 김씨를 만나 친분을 쌓게 된 것으로 안다”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재계에 “증권사 출신이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재력가들의 선물투자를 대행해 줬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부를 쌓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으로 도피한 뒤 투자회사 운영
김씨가 ‘도사급 역술인’으로 서울 강남에서 이름을 떨쳤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강남 역술계에 탐문해 본 결과 그에 대해 상세하게 아는 역술인은 찾지 못했다. 서울 강남에서 10년 이상 역학원을 운영해온 한 ‘고수급’ 역학인은 “김원홍이란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만약 그가 강남에서 활동을 했다면, 아마도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남의 다른 역학인은 “재벌가를 상대하는 역술가는 통상 일반인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며 “웃기는 얘기 같지만, 일반인을 만나면 자신의 ‘몸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유명 무속인 역시 “김원홍이란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2003년 손길승 회장에게도 선물투자 권유”
베일에 싸인 김원홍씨의 존재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8년 전인 2003년의 일이다. 당시 SK 회장이던 손길승씨가 SK해운 자금 7884억원을 횡령, 해외 선물투자를 했다가 5184억원의 손실을 보고 적발된 이른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것이 계기였다.
검찰은 2003년 분식회계 당시 손길승 전 회장에게 해외 선물투자 자문을 해 준 사람도 김씨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 11월 10일자는 ‘검찰 관계자가 ‘김원홍씨는 손길승 전 회장의 선물투자에 관여하면서 6000억원을 넘게 손실을 끼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11월 9일자 역시 “당시 손 전 회장은 90%이상의 손실을 봤고,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까지 됐지만 김원홍씨에 대한 SK의 신뢰는 (여전히)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태원 회장도 그(김원홍씨)에게 경영 자문을 받으면서 신뢰를 쌓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SK해운 고문에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김씨는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영향력의 근원은 최태원 회장이었다. 조선일보 12일자는 “지난해 김씨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 최 회장이 경주에 마련된 빈소에 직접 찾아와 잔심부름을 자처했으며, 보통 사람이면 챙기기 어려운 49재에도 최 회장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경주의 한 기업인은 “김씨가 대단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49재가 열린 절에 최 회장이 찾아와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며 “정말 놀랐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최태원 회장 “아버지처럼 대하라” 자녀들에게 타일러
최 회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김씨를 ‘아버지처럼 대하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김씨는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부부와도 허물없이 지내는 등 SK그룹 오너 일가와 두루 친했지만, 유독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50)씨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는 ‘그룹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남편에게 김씨를 멀리할 것을 요구했고, 그룹 고위 간부들에게도 이 같이 진언(進言)해줄 것을 수차례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11월 10일자 경향신문에 “최태원 회장이 평소 김원홍씨에게 사업 운세에 관해 조언을 받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라며 “최태원 회장이 선물투자에 손을 댄 것도 김씨의 권유 때문으로, 그가 최 회장에게 ‘올해 재물운이 좋다. 손 큰 투자를 할 시기가 왔다’며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 최종현 회장 단전호흡에 심취
SK그룹은 무속인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최종현 회장은 단전호흡에 깊이 매료돼 영(靈)과 혼(魂)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 5주기(1998년 8월 별세)를 맞은 지난 2003년 8월, 당시 불거진 분식회계 사건으로 크게 흔들렸던 SK는 계열사인 서울 워커힐에서 대규모의 공연제(祭)를 개최했었다. 이 자리에 ‘법사’라고 불리는 한 무속인이 참석해 일종의 위령제를 지내며, 행사를 주관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시 공연제(祭)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고 최종현 회장을 기리는 자리인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제사라기 보다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연상케 했다”고 전한 바 있다.
김원홍씨의 영향력과 관련해 흥미로운 것은 그에게 ‘증여세’가 과세됐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11월 9일자는 김원홍씨가 “이번에도 최태원 회장을 도와 선물투자를 했다”며 “선물투자금 중 2000억원이 김씨 계좌에서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은 문제의 2000억원을 최태원 회장이 건넨 ‘증여’로 판단, 김씨에게 600억원대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에 불복, 조세심판원에 재심 청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0억 굴리다 600억 세금 맞고 불복청구
최태원 회장은 1998년 선친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부과된 상속세 700억원을 갚지 못해 빚을 얻어다가 5년간 분할해 납부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3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화 할 수 있는 재산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재계에는 이번 사건을 전후해 최 회장 형제가 평소 알고 지내던 재벌 3세 등에게 수억~수십억원씩 돈을 빌렸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최 회장 형제는 △미래저축은행에서 1000억원 △제일저축은행에서 200억원 △스위스저축은행 200억원 △삼화저축은행에서 70억원 등 수천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억원 줬다면 증여, 안줬다면 횡령의혹
“김원홍씨 계좌의 2000억원이 사실상 최태원 회장 형제의 돈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현금이 모자라 선물 투자에까지 손을 댄 최 회장 형제가 역술인에게 2000억원을 그냥 증여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김원홍씨에게 부과한 600억원대의 증여세에 대해, 김씨는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청구해 놓은 상태로 전해졌다. 조세심판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SK가 문제의 2000억원을 김씨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과세당국이 했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문제의 2000억원이 누구 돈이냐’하는 의문과 직결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최 회장 형제를 둘러싼 횡령 의혹, 나아가 비자금 조성 의혹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김씨 계좌에서 움직인 금액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 역술인들은 “상담료로 2000억원을 받았다면, 한마디로 너무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역술인은 “재벌가에 상담을 해주고 받는 금액이 수백만원~수천만원에 달한다는 말은 있다”며 “그렇지만 수억원도 아니고 2000억원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역술인은 ”그 정도 금액이라면 상담료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업상의 다른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진은 한 무속인이 굿을 하는 장면. 인터넷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