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심리 -'과연'!과 '역시'!
일본인과 대화할 때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우리말의 ‘그렇습니까 혹은 ‘그렇게 됩니까’에 해당하는 ‘소우데스카’(そうですか?) 혹은 ‘소우난데스카(そうなんですか)이다. 우리의 생활어법으로는 상대의 얘기를 듣고 나서 ‘그렇습니까?’ 라고 했다면 대개는 몰랐던 것을 알았다는 정도의 긍정적 화답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당신이 일본인과 대화중 ‘소우데스카’’라는 말을 듣고 나서 그것을 당신의 의견에 대한 수긍과 동의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대체로 착각이기 십상이다. 일본인의 그렇습니까는 화자의 말하는 입장이나 말뜻에 대한 이해의 표시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보아 틀림없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상대의 얘기를 논리적으로는 이해하되 심정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경우라든가 이와 반대의 경우에도 그렇습니까? 라고 말한다.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아도 ‘그렇지 않다’, ‘아니오’ 등의 분명한 반대의사를 말로 좀처럼 나타내지 않는다.(아니면 숨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데 신중하다.따라서 정말 절친한 사이가 아니고는 일본인과의 관계에서 대화만으로 그의 진심을 읽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건 이미 상식으로 되어있다.
그것이 개인적관계가 아닌 국가 간의 외교행위로서의 말일 때는 문제가 더욱 간단치 않다. 실제로 어느 나라 정부나 기업이고 간에 일본과의 외교, 일본인과의 사업상 계약이 가장 까다롭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또 다른 생활용어를 살펴봐도 일본인의 속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런 생활언어의 사용사례는 어떤가. 우리말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뜻하는 스미마셍(すみませ)혹은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유루시쿠테쿠다사이(許してください)는, 일종의 자기 과오를 인정하는 인사말인데 일본인만큼 그런 표현을 자주 쓰는 민족도 드믈 것이다.
물론 서구인의 생활언어에도 타자와의 관계에서 그같은 에티켓이 일상화되어 있긴 하지만, 일본인의 경우는, 듣고 보기에 따라서는 거의 ‘남발’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도다. 가령 일본인은 감사 합니다-고맙습니다 정도의 인사만으로도 충분한 예의표시가 될 수 있는 경우에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예사로 토로한다.
일본인의 일상에서 감사합니다와 미안합니다의 사용비율은 각각 30%, 70%인데 미안합니다라는 응답 70%가운데 20%정도는 감사합니다라고만 해도 좋은 경우라는 조사결과도 있었다..(오래된 통계입니다. 지금 조사하면 어떤 비율이 나올지...)
실제로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낼 때라던가 코피 숍·음식점 카운터에서 돈을 치르는 순간 종업원으로부터 미안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감사하다가 아니라 미안하다?. “당신(손님)에게서 돈을 받아 미안하다”는 뜻일까. 일본인이 감사합니다로 족할 경우에도 미안하다를 그처럼 자주 사용하는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행여 있을지 모를, 자기 과오(불친절 같은 )에 대한 고객의 지적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무의식의 표출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인은 병적으로 羞恥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수치심에 대해서는 일본인의 자살심리에 관련해서 쓸 글에서 따로 설명해 볼 참입니다)
앞서 쓴 ‘그렇습니까’와 비슷하게 일본인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과연!’(なるほど-나루호도), ‘역시’ (やっぱり-얏바리)도 있는데 그것의 사용심리도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물론 그런 단어를 쓰기는 한다. 하지만 그 사용 빈도에서 일본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과연!, 역시!는 대화 상대의 의견엔 동의한다는 뜻과 함께 자기가 생각했던 그대로 임을 확인하는 순간 나오는 감탄부사다. 바로 자신의 고정관념 혹은 선입관이 상대의 말 혹은 눈에 보이는 어떤 현상·형태 등에 의해 옳다거나 맞다고 여겨질 때 무심하게 토로하게 된다.그렇게 보면 과연!· 역시!의 사용빈도가 놀라울 정도(?)로 많다는 것은 일본인이 그만큼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에 지배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말해주는 언어 관습상의 증거라고 나는 일본 체류 동안 나름대로 해석했다.(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비록 개인적 추정이지만 우리와의 관계로 파악하면 일본인의 성향에 대한 그런 관점은, 그다지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일본 체류기간동안의 생활체험을 바탕으로 판단하면 그렇다..크게 얘기해서 역사적으로 일본인이 잠재의식에 깊이 배인, 모멸적 대한(對韓) 이미지를 수정하지 못하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바로 고정관념·선입관에 강하게 지배받는 일본인의 심리성향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과의 대화 도증 간단없이 튀어나오는 '나루호도'· '얏바리'라는 말을 듣노라면 자주 그런 상념에 젖곤 했던 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첫댓글 오늘 사무실에서 젊은 직원에게 우리말의 일본어 전환 방법을 비로소 배웠습니다.
그래서 위글에 일본어 글자를 삽입해 보았습니다.^^
일본어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일본 관련 글임으로
가능한 한 조금 더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앞으로도 일본어 글자를 써 넣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가다가나 히라가나를 집에서 독학으로 겨우 읽을 줄 밖에 모르는 처지라
낱말이나 어휘가 나타내는 의미가 여러가지로 해석될수 있다니 배우기가
더욱 어려워지네요.
일본인들의 간사한 성격이나 이중성인 생활 형태는 차치하고라도
예로 드는 단어나 문장만이라도 열심히 익혀서 마음의 양식으로 삼겠습니다.
아이구! '마음의 양식'이라니요.그저 심심풀이 읽을거리로만 봐 주셔도 謝謝!
일본인이 겉으로 나타내는 친절과 그들의 속내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살인데 위의 말들도 바로
그들의 이중적인 성격 때문에 생긴 것들일 겁니다. 아무튼 골치 아픈 민족이에요.
그렇습니다.'골치 아픈 민족'이고 요상한 나라입니다.그 때문에 더욱 사소한 일을 통해서도 일본을 잘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문적 연구로서가 아니라 좁은 식견이나마 보고 들은 사실를 바탕으로'일본탐구'를 여러분과 함께 시도한 이유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일본어의 심리'에 대해서 한두번 더 써 볼 참인데 어쨋든 봉건체제와 연관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카모토 료마의 탈번배경까지를 일본어의 문제로 풀어내기는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수백년 동안의 치열한 내전, 사무라이계급의 생살여탈권...농민이나 상인들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한 칼에 날라갔던 시대가 명치유신 까지 계속되었다고 하던데 그리하여 하층민들은 말도 조심 행동도 조심했어야 살아남았는데 그 유전인자가 오늘에도 이어져 말도 살살 행동도 조심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의 이중성은 어떻게 생기게 돠었는지요?
일본말의 이중성-모호성은,
단순한 시각으로 풀이하면 바로 강가에서님이 추정하는대로 '... 한 칼에 날라갔던 시대'를
오랜동안 살아아왔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그런 얘기 계속 써 보려고 합니다. 답글 | 수정 | 삭제
한마디로 요약.
참 '거시기헌 놈들이제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