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직장에 다니는 탓에
친구들하고 웬만하면 주말여행을 맞춰 다닐 수 없었다. 그 수많은 여행까페도 주말여행 뿐.
그래서 작년에 일본과 국내 경주,안동을 혼자 다녀왔다. 물론 좋았다. 하지만 한편 외로웠다.
평일 여행을 검색하다가 이 까페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가게 된 단양 여행.
워낙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도 어색하지 않게 잘 지내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장을 보기 위해 롯데마트 앞에서 얼리어답터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좀 긴장이 되고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낯선 사람들과의 1박 2일 여행..잘 떠날 수 있을까....걱정하고 있던 찰나
얼리님의 전화..뒤에 서있는 머리 긴 남자 보이시나요? 라는 얘기에 뒤를 돌아보니 마치 마법처럼
얼리님이 활짝 웃고 계셨다.
미정플러스님이 내 가방을 받아서 사물함에 손수 넣어주시고 두 분 모두 친절하셨지만
어색어색..장보는 내내나혼자만의 긴장감은 풀리지 않고 있었는데..
한 시간쯤 설현님 오시고 차에 모두 타 농담들을 주고 받으며 나의 긴장감은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긴장감이 풀어진 것은 배고프다며 재잘재잘 휴게소로 이동하던중
차 안에서 먹는 얘기들을 나눴는데.......설현님이 담배값이면 하루에 아이스크림이 몇 개인가..이런 얘기를 하시며
"요즘 아이스크림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해"라는 얘기를 하셨을 때였다.
순간 쿡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면서...
한편으로는 그래..나도 한 때는 먹는 거 하나에 ,작은 것에 행복해 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왜 무엇에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을 때 연신 미정님이 행복하다는 얘길 하시니
같이 그 행복에 전염이 되는 듯 하며 낯선 사람들에 대한 긴장이 확 풀어졌다~
그렇게 고픈 배를 달래고 단양으로 향하던 중..단양 1경인 도담산봉에 들렸는데
얼리님이 그 전부터 맛집까페에서 본 도담산봉 식당얘기를 하시며 밥을 먹자고 하셔서 그곳에 들렸다.
휴게소에서 밥을 먹은지 40여분 밖에 안됐고 어차피 펜션가면 또 밥을 먹을 것이라..
사람들이 설마 그 식당에 가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와우~ 이 사람들이 그래도 꾸역꾸역 식당엘 들어가네..
나는 사람들을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행복해 하는 표정앞에서 어떻게 얘기할 수도 없었고....결국 동참했다 ㅋㅋ
매운탕을 먹고..펜션으로 향하는 길.
이정표가 없어... 무서운 산속길을 헤메기도 하고... 주인아저씨와의 숨바꼭질 같은 무수한 전화통화를 통해
온달과 평강 펜션에 도착한 시간이 8시.
제천에서 혼자 오신 매너님이 와계셨다.
짐을 풀고......... 먹을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우리들은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
쥐도 새도 모르게...사온 딸기를 먹어치울 생각이었으나
신의손님, 슬픈삼겹살님,단풍공주님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셔서
딸기는 8인분으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8명의 입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누가 제일 많이 먹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섭이님께서 10시 넘어서 도착하신다니..그때까지 배를 꺼뜨리면 되겠구나하고 생각하던 찰나..
슬픈삼겹살님의 제안으로 고기가 구워졌다.
명목은.."맛만 보자!!" 였으나..뭐...맛만 보게 되나 세상일이..-.-;
더구나 나는 매운탕까지 먹고 왔는데....고기를 먹고자 하는 욕구는 나의 위장을 지배하여..
결국 나는 배가 고프지 않다는 끊없는 자기암시로 위장을 속인 후
고기를 뱃속에 잘도 밀어넣었다.
아 이 놀라운 자기암시의 힘이라니~! 이런 걸 긍정의 힘이라 할 수 있을지도 -.-;
고기로 배를 포화상태로 다 채웠는데..
섭이님이 도착하셔서..어마어마한 정말 나에게는 대지진과 같은 해물 폭탄을 떠뜨리셨다.
다시 위장을 살살 꼬드겨봤지만...
위장은..에라 이 먹보야! 그렇게 살고 싶냐~! 이러면서 나의 꼬드김을 외면했다..
당근이 안통하면 채찍이지..
닥치고 받아들여!!!!!! 이렇게 입에서 살살 녹는데...이때 안먹으면 언제 이런 해산물을 먹을래!!
나는 이제 위장을 거의 쥐어짜며 회와 해산물을 위장에 다시 도배질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미정플러스님의 "가자 희망의 사천진으로~! "라는 도돌이표 희망가가 장중히 울려 퍼졌고
내가 보기엔 다 가겠다고 했는데도 미정플러스님은 나중에 사람들과 무모한 도박까지 하고 계셨다.
이름하여 사람들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라는 내기.
좀 듣기민망한 무모한 제안속에서도 미정님은 꿋꿋이 내기를 하고 계셨고 나는 그 소망이 꼭 이뤄지길
옆에서 기원했다..
내일 사천진을 가려면 일찍 자둬야 할 것 같아 2층 방에 올랐지만....... 사람들은 잘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눈까지 포근히 내려 사람들은 거의 광분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꿋꿋이 방바닥을 사수하며 있다가 4시쯤 넘어 잠깐 잠이 든듯 한데..
7시쯤 신의손님과 슬픈삼겹살님,단풍공주님의 기상으로 잠이 깼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보통 새벽까지 술먹으면 9시 넘어서까지는 자게 되는데
7시에 기상하시는 모습이 마치 강철체력의 마징가제트같은................이 아니라..
마징가제트보다 한 수 위인 아수라백작같은 포스가 느껴지는..어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쿨럭~
암튼 그래서 나는 옆방에서 거의 땅에 꺼질 듯 누워있다가
9시쯤 일어나서..그때부터 다시 화려한 위장과의 전쟁을 시작하였다.
쭈꾸미 샤브샤브와 새우와의 화려한 서브,스파이크..
ㅋㅋ 밖은 눈으로 온통 새하얗고
동화속 세상같았다.
왜 사람들이 겨울에 눈꽃축제같은 걸 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11시쯤 펜션을 나와 운전의 위험성때문에 고수동굴 등은 가지 못하고
용암괴석 등을 구경하다가 2시쯤 점심을 먹고 집이 제천이신 매너님을 보내드렸다.
그리고 나서 남한산성에 있는 까페에서 사람들과 사진설정놀이를 하며 좋은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고
8시에 집에 돌아왔다.
이번 단양여행은 잠시 나에게 주는 휴식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내가 계획하는 목표때문에
앞으론 두문불출..열심히 일하고..공부하고..그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맛난 것 잔뜩 먹고 좋은 사람들과 맑은 공기 쐬며 호호하하 대다 보니..자꾸 간질간질..여행의 바람이 들려고 한다.
그러면 안되는데......... 맘을 다잡아 본다.^^
설현님- 피곤하신데 왕복 왔다갔다..운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날렵한 눈, 꼼꼼히 사람들 챙기고 여행일정짜기의 진수를 보여주신 설현님.
재밌는 말솜씨에 많이 웃었네요
미정플러스님- 롯데마트에서 가방 받아주신 걸 시작으로 해서..펜션도착해서 밥하기, 설거지하기 등 모든
궂은 일 도맡아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천진 저도 가고 싶었는데 못가서 저까지 맘이 철렁하더이다
저 바다에 몸을 던져버릴 낭만적인 기분을 안고...정말 다같이 사천진 함께 가요
섭이님- 제가 참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원도 한도 없이 맘껏 먹었어요.
차라리 남는 걸 보지, 적다고 징징대는 건 못보기 때문에 남아도 많이 가져온다 하셨는데요
안타까운 건 그 맛난 해물들이 남아 버려지는걸 볼때에요..아 아까워~!
그러니 담부터는 너무 무리하지 마셔요~! 그 맛난 것들이 버려질때 가슴이 찢어져요
사람정이 넘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
해피터프님- 아침일찍 이천올라가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좋은 공기와 분위기에 감동하시는 모습 ㅋㅋ
우렁찬 목소리가 자는 내내에도 꿈까지 들렸어요~ ㅋ
슬픈삼겹살님- 언니 특유의 구수한 말투와 어떨땐 엄마처럼 챙겨주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사진찍을 때의 언니의 그 엄청난 백만불짜리 미소~^^
일명 달력모델 미소~
언니 말대로 우리 약골들 몸 잘 챙기고 건강하게 살자구요^^
입 트신 것 빨리 나으시길..
신의손님- 전 사실 언니의 닉네임이 "신혜성"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가수 신혜성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했죠 -.-;
사람들 사이에서 구심점으로 중심 잡으시고 조율을 잘 해주셔서 든든했어요
부천가서 찍으신 요염한 포즈의 사진이 기억에 남네요 ㅋㅋ
단풍공주님- 아침에 내내 쭈꾸미 삶아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ㅋ
목소리가 제가 아는 사람이랑 똑같아서 놀랐어요 애교 넘치는 그 목소리 ..
애교 200% 부족한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
런치타임님- 말없고 조용하신 줄만 알았는데.... 여행은 모르는 사람하고 갔을 때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여행고수다운 여행론을 펴실때 의외의 모습이 보여 놀랐습니다.
준비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
경희님- 별로 얘긴 많이 못나눴지만 같이 설거지할때의 모습과 친구이신 미야공주님과
다양한 셀카놀이 즐기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침일찍 올라가시느라 고생 많으셨구요
담에 많은 얘기 나누길 바라겠습니다 ^^
미야공주님- 말투가 너무 귀여우셔서 기억에 남아요
오늘 하루 어떻게 직장생활을 잘 해나가셨는지...
무리하게 아침에 출근하느라 고생많으셨네요~!
역시 많은 얘길 못나눠봐서 아쉬웠습니다.
매너님- 시골에서 사니 서울에서는 못살겠다는 충북 제천분.
맞아요.. 공기좋은 시골이 와따여요 ㅋㅋ
정말 닉네임답게 매너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구요.
많이 피곤해 하시던데 신입으로 수고많으셨어요 ㅎㅎ
얼리어답터님- 조용필은 맨 나중에..ㅋ
운영진의 고충 정말 두말하면 잔소리죠.
회비운영하랴..사람들 챙기랴.... 모든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얘기와 투정 불만을 묵묵히 받아들이시고
웃으며 넘기기도 하시고 때론 단호하게 규칙도 일러주시고... 그런 모습들이 다 감동이었습니다.
저같은 비흡연자들을 위해 실내금연을 고수해주신 것도 감사하구요
여러모로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분간 여행을 자제하려 하지만 얼리어답터님이 치신 번개라면
저도 모르게 몸이 들썩거릴 것 같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들 신입이라고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버어어어어억~~~!
첫댓글 주중방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오랫만에 보게되는 길게 작성된 후기... 담에 또 뵈요... ㅋㅋㅋ
현장을 생생하고도 실감나게 고발하신 잼나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좋은 추억여행 되심을 축하 드립니다~~
멋진 후기에요... 나도 이리 장황하게 써보고 싶다는 맘만....말에 또 가는거죠...ㅋㅋㅋ
장편의 멋진 후기를 보니 하얀세상의 그곳이 떠오르네요~날씨마져도 그리 차갑지 않았음은 풍경에 빠졌음 이였던가~펜션에서의밤 이벤트라도 설정 해놓은듯 하얀눈은 내려오고 설레이는 마음 진정시키고 잠을자는동안도 눈은 계속 내렸는지 기상후 아침 창밖엔 온통 동화속에 하얀세상~그한폭의 추억을 그리기 위한 곳곳의 설화..이곳이 천국에 비할까.. 다니는 내내 눈은 내려주고..그곳을 벗어나니 다른세상을 온듯 눈은 오간데 없음에 천사의 가이드를 받았던기분..처음 가본 단양..많은곳은 둘러 보지못 하였으나 잊을수 없는 아름다운 여행이였습니다..
주중방최고의 후기네요.. 그리고 위대하게도 많이 드셨군요 ^^ 완전 부럽 3
만나서 즐거웠읍니다 해맑은 웃는모습이 아직 기억속에 남아있네요 다음여행때도 그 웃음을 보여주시길.....
미소가 아름다운분행복한 나날들 보내세요.^^
밤님. 여행 후기란 요런거다. 하실정도로 막깔스럽고 정감이 가는 예쁜 후기네요. 짝짝짝 하나의 공감대로 꾸며지는 이 공간. 삶의 활력소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글이 길어서 두번째 다시 들어와 읽고 답글 남깁니다.
다들 글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기쁘네요 ㅎㅎ 여행이 좋아서 자꾸 생각나네요 에휴 여행후유증... 글이 너무 길었죠? ㅎㅎ 새내기 신고식 용으로 좀 길게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