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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물(察物)
물정을 엄밀하게 사찰하는 것을 말한다.
察 : 살필 찰(宀/11)
物 : 물건 물(牛/4)
출전: 목민심서(牧民心書) 이전육조(吏典六條) 찰물(察物)
微行, 不足以察物, 徒以損其體貌, 不可爲也.
미행(微行)은 물정을 살피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그 체모만 손상할 뿐이니 행할 일이 아니다.
수령은 일거일동을 경솔히 해서는 안 된다. 혹시 숨겨진 간악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내지 못하면 미행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인데, 하물며 한밤중에 한번 나가면 아침에 온 성안이 웃음 바다가 되고 만다.
근래에 수령들이 미행하게 된 뜻은 몸소 기생집을 살피고 다니면서 간사한 소년들이나 잡아내는 일을 자기 스스로 현명한 것처럼 생각하는 데 있는 것이다.
미행하는 것은 첫째 창고의 부정을 적발하고, 둘째 감옥의 부정을 적발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창고의 곡식을 농간하여 도둑질하는 것은 본래 붓끝에 달린 것이지, 쌀섬을 지고 밤에 몰래 꺼내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옥에 갇힌 죄수는 칼을 벗기지 않는 한 잠시도 도망갈 길이 없는 것이니, 어진 사람으로 잘 살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미행이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우기장(牛奇章)이 영주(楊州)를 다스리고 있을 때에 두목지(杜牧之)가 그 막중(幕中)에 있으면서 밤에 곧잘 미복(微服을 하고 나가 놀곤 하였다.
공이 그 말을 듣고 거리에 있는 아이 몇 명에게 몰래 목지(牧地)를 따르게 하여 뜻하지 않을 일을 방비하도록 하였다. 보좌관 격인 막객(幕客)도 이러한데 하물며 수령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미행하다가 뜻밖의 봉변을 당할 것을 미리 생각하여 조심해야 한다. 미행은 체면을 송상하는 점이 적지 않으니, 한다면 친하고 믿을만한 보좌관(비장; 脾臟)을 시켜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牧民心書 吏典六條 察物
(목민심서 이전육조 찰물)
牧孑然孤立, 一榻之外, 皆欺我者也.
목민관은 혈연(孑然)히 고립되어 있으며 일탑(一榻)외에는 모두 나를 속이려는 자들뿐이다.
[解釋]
관리자(수령)는 고립된 자리로, 주위에는 나와 견해를 달리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明四目, 達四聰, 不唯帝王然也.
사방을 보는 눈을 밝게 하고 사방을 듣는 귀를 통달하게 하는 것은 오직 제왕만이 할 바가 아니다.
[解釋]
주위의 모든 소리를 듣고 살피어, 판단해야 함은 최고위직(군주, 임금)과 다를 바 없다.
缿筩之法, 使民重足側目, 決不可行.
항통의 법은 백성들로 하여금 걸음을 무겁게 하고 서로 눈치를 살피게 하는 것이니 결코 행해서는 안된다.
[解釋]
투서(함)에 의한 법 집행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니 지양하여야 한다.
鉤鉅之問, 亦近譎詐, 君子所不爲也.
갈고리로 남의 마음속을 긁는 것 같은 질문은 또한 간휼한 속임수에 가까운 것이니 군자로서 할 짓이 아니다.
[解釋]
함정이나 유도 성 탐문은 속임수에 가까운 꼼수로 관리자가 행할 바가 아니다.
每孟月朔日, 下帖于鄕校, 以問疾苦, 使各指陳利害.
해마다 정월 초하루면 향교에 통첩을 보내어 질고(疾苦)를 묻고 각각 이해(利害)를 지적하여 진술토록 하라.
[解釋]
사계절의 첫 달 초하룻날(매 분기 첫 날)에는, 향교의 유생(정치와 민생을 연구하는)들에게 문서 지시를 내려, 국민들의 불편사항과 개선방법을 제출하게 한다.
子弟親賓, 有立心瑞潔, 兼能識務者, 宜令微察民間.
자제나 친빈(親賓) 중에서 마음가짐이 단결(端潔)하고 겸하여 일을 할 줄 아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민간의 일을 미행하여 살피도록 하라.
[解釋]
가족이 아닌 젊은이나 친한 사람 중에, 양심적이고 실무에 밝은이가 있다면, 민간(市中)의 사정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좋다.
首吏權重, 壅蔽弗達, 別岐廉問, 不可己也.
수리(首吏)의 권한이 무거워서 백성의 일이 가리워 지고 서로 트이지 않는다면 따로 염문(廉問)하는 일을 그만 두어서는 안된다.
[解釋]
행정 간부의 실권이 막중하여, 국민들의 뜻이 관리자에게 전달되지 않을 경우가 있는바, 별도로 사정을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凡細過小疵, 宜含雖藏疾, 察察非明也.
무릇 변변치 않은 과실이나 조그만 흠을 마땅히 덮어둘 것이니 샅샅이 밝혀내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解釋]
작은 과실과 흠은 용인한다. 세세하게 빈틈없이 따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往往發奸, 其機如神, 民斯畏之矣.
가끔씩 농간을 적발해 내서 그 기틀이 귀신과 같다면 백성들이 두려워 할 것이다.
[解釋]
일정 시점에서 부정과 비리에 대하여 확실하고 신속하게 단속하고 처리하여야 국민들이 순응하고 따르게 될 것이다.)
左右近習之言, 不可信聽. 雖若閑話, 皆有私意.
좌우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비록 한가롭게 하는 말 같지만 모두 사사로운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解釋]
측근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다 믿어서는 안된다. 가볍게 언급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말에는 사사로운 뜻이 포함되어 있게 마련이다.
微行不足以察物, 徒以損其體貌, 不可爲也.
미행이란 물정을 살피는 데 흡족치 못한 것이며 한갓 체모만을 손상할 뿐이니 할 것이 못된다.
[解釋]
미행은 세상의 형편이나 인심을 살피기에는 미흡하고 위신만 손상하게 되니 해서는 안된다.
監司廉問, 不可使營吏營胥.
감사(監司)가 염문(廉問)하고자 할 때에는 영리(營吏)나 영서(營胥)를 시켜서는 안된다.
[解釋]
감사가 비밀리에 사정을 살펴 조사할 때는 관청의 행정실무 직원을 시켜서는 안된다.
範行臺察物, 唯漢刺史六條之問, 最爲牧民之良法也.
무릇 행대(行臺)에서 물정을 살필 때는 오직 한(漢)나라 자사(刺史)의 육조의 물음이 백성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解釋]
감사나 어사가 세상 형편을 살피는 데는 한(漢)나라의 감사 착안사항 6개 조항을 참고하는 것이 백성을 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책상에만 있지 말고 현장을 돌아다녀라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다. 정보력이 뒤떨어지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목민심서에 등장하는 ‘찰물’이란 바로 물정을 살핀다는 뜻이다. 요즘으로 보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일에 해당된다.
목민관이 맡은 지역 민심을 순찰하고 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 물정을 살핀다는 ‘찰물’
(지역 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목민관의 기본적인 임무 중 한 가지는 하급 관리가 부정을 저지르거나 백성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지역 민심을 올바르게 파악해 그들이 괴로워하고 고달프게 여기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업은 언제나 중요하다.
목민심서는 총 12강(綱)으로 구성됐다. 이 중 구체적인 실태나 정보 파악과 관계없는 3강(부임, 진황, 해관)을 제외한 나머지 9강 54조항에는 목민관이 살펴야 할 내용이 자세히 등장한다.
다산은 아전의 간활함이 행사되지 못하게 살피고 향임(鄕任; 지방 자치기관인 향청의 임원)과 군교(軍校)가 몰래 목민관 동정을 엿보고서 이를 빙자해 멋대로 농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래 심부름꾼이나 면임(面任; 면의 책임자)이 몰래 백성을 토색질(돈이나 물건 따위를 억지로 달라고 하는 일)하고 행패 부리는 것도 살펴야 한다.
불효하고 공손하지 못하며 장터에서 횡탈을 일삼는 사람을 막는 것도 목민관 몫이다.
시골에서 무단(武斷; 깡패 행위) 행위를 하며 강한 힘을 믿고 약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별도로 염탐이나 조사하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다산은 요즘 경찰에서 정보과 형사가 하는 일처럼 민정을 살피고 백성 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유능한 염탐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옛날 어진 목민관으로 백성 실상을 정확하게 알아냈던 사람을 열거하며 정보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북제(北齊)의 고유는 자기 지역의 모든 일과 정보에 너무 밝아 신명(神明)이라는 호칭을 들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투서함 같은 것을 설치해 백성의 고발을 받는 방법도 유용했다.
만약 토호들이 고발을 당할 경우 면(面)에 문서를 보내 누구는 무단 행위를 했고, 누구는 착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밀고가 들어왔다며 알리고 경고한다면 그런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향촌의 사회단체로는 유일하게 향교(鄕校)가 있었다. 고을 유지들이 유교를 신봉해 공자에게 숭모의 제례를 올리고 고을 인재 교육을 맡은 곳이다.
네 계절의 첫 달 초하룻날에 향교에 첩문(帖文; 고을의 유생들에게 유시하는 글)을 보내 백성들의 질고(疾苦)를 묻고 각기 이롭고 해로운 것에 대한 진솔한 지적을 하게 한다.
다산은 향교와 첩문을 활용하는 것도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모든 공직자들의 자세
(백성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목민심서에는 백성이 목민관에게 밀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이 제시된다. 밀고가 제대로만 작용한다면 백성은 억울함을 풀 수 있고 목민관은 목민관대로 지역 동향 파악에 도움이 된다.
우선 드러내놓고 말할 만한 것은 성명을 바로 쓰고, 드러나면 안 되는 것은 성명을 쓰지 않고 모두 얇은 종이에 풀을 발라 봉하고 사인(私印)을 찍어 향교에 제출하고 향교의 장의(掌議)가 직접 관아에 와서 목민관에게 전하라고 했다.
목민관이 살펴야 할 대표적인 일은 민막(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이었다. 백성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목민관은 백성들의 질곡(속박)을 살피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다산은 북위(北魏)의 육발이라는 어진 목민관을 예로 들었다.
육발은 목민관으로 재직하며 고을 안에서 가장 어질고 인격이 높은 10명으로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들에게 정사를 묻고 고을 실상을 파악하게 했다. 해당 지역 백성들은 그들을 10선(十善)이라 불렀다고 한다.
정직하고 청렴하며 인격이 훌륭한 어진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일은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지역사회 정보도 얻고 동시에 업무를 위한 자문도 구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새겨들을 만한 얘기다.
다산은 진실을 파악하고 민정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의할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좌우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들어서는 안 된다. 비록 그냥 부질없이 하는 얘기에도 모두 사의(私意)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左右近習之言 不可信聽 雖若閑話 皆有私意).”
최측근 말이라고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말하는 내용의 앞뒤를 잘 가려 속임수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시기(侍妓), 시동(侍童), 시노(侍奴) 따위들이 사사로이 문답하는 말을 아전들이 거짓으로 꾸짖으며 못하게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아전들이 흘려보낸 말이 많다. 간악하고 궤휼함(교묘한 속임수)이 천태만상이니 그런 말인들 어찌 유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산은 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행대(行臺)제도를 소개하며 찰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행대란 일정한 대단위 행정구역 안의 여러 고을을 순행하고 통할(統轄; 모두 거느려 다스림)하며 목민관을 독찰하는 임무를 지닌 관원을 일컫는 용어다.
13주(州)에 자사(刺使) 1인을 배치해 온 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치민(治民)의 상태를 살펴 유능한 사람은 추천하고 유능치 못한 사람은 내쫓게 하며, 억울한 옥사를 판결해 처리하되 여섯 조목을 기준으로 실사하도록 했던 제도였다.
6조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조, 강성한 씨족과 토호들이 전택(田宅)을 제도보다 넘치게 지녔으며, 강한 힘으로 약한 사람을 능멸하고 다수의 힘으로 소수에 대해 횡포를 부리는 일이 있는가.
2조, 관찰사가 임금의 명령을 받들지 않고 공(公)을 등지고 사(私)를 도모하며 정도가 아닌 행동을 하고 모리를 취하며 백성을 침탈하여 가렴주구하는 간악함을 행하는 일이 있는가.
3조, 관찰사가 의문 나는 옥사를 돌보지 않고 사나운 기세로 사람을 죽이며 성나면 멋대로 형벌을 가하고 기분 좋으면 멋대로 상을 주며 번거롭고 가혹하게 해 백성을 긁어내어 백성들의 증오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4조, 관찰사가 사람을 발탁하고 임용하기를 공평하게 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영합해 어진 사람은 막고 나쁜 사람을 총애하는 일이 있는가.
5조, 관찰사 자제들이 세력을 믿고 각각 직무담당자들에게 청탁하는 일이 있는가.
6조, 관찰사가 공도(公道)를 어기고 아랫사람과 한 무리가 돼 간악한 짓을 하며 강성한 토호에게 아부하며 뇌물을 통하게 하고 정령(政令)을 훼손하는 일이 있는가.
6조를 제대로 파악해 중앙에 보고하는 것이 자사의 임무였다.
다산은 목민관이라면 사(私)를 버리고 공(公)을 추구해야 하고, 부정과 비리는 근절하고 언제나 청렴한 공직자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실학자답게 목민관의 행정 업무에서 관할 지역의 민정과 물정을 정확히 파악해 백성 권리가 침탈당하고 억울한 재판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고 했다.
올바른 찰물로 옳은 정보를 입수해 옳게 행정을 펴라는 뜻이었다. 지금의 목민관 또한 명심해야 할 내용임이 분명하다.
▶️ 察(살필 찰)은 형성문자로 詧(찰)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祭(제, 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察(찰)은 조상을 모시다, 친절하게 자잘한 일을 하다, 더러움을 깨끗이 하다의 뜻인 祭(제)와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집에서(宀) 빠짐없이 생각하여 살핀다는 뜻이 합(合)하여 살피다를 뜻한다. 그래서 察(찰)은 ①살피다 ②알다, 살펴서 알다 ③상고(詳考)하다 ④자세하다(仔細), 밝고 자세하다 ⑤조사(調査)하다, 생각하여 보다 ⑥드러나다, 널리 알려지다 ⑦깨끗하다, 결백(潔白)하다 ⑧밀다, 천거하다 ⑨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필 심(審), 조사할 사(査), 검사할 검(檢), 볼 시(視), 볼 감(監), 살필 성(省), 보일 시(示), 볼 람/남(覽), 볼 관(觀), 살필 체(諦), 볼 열(閱)이다. 용례로는 잘 조사한 후 들어 줌을 찰납(察納), 환히 들여다 봄을 찰람(察覽), 얼굴빛을 살펴 봄을 찰색(察色), 문서나 편지 같은 것을 자세히 읽어 대조함을 찰조(察照), 대중을 규찰함을 찰중(察衆), 미루어 명백히 앎을 찰지(察知), 직무를 총괄하여 보살핌을 찰직(察職), 너무 자세한 모양을 찰찰(察察), 잘 살펴 보고 생각함을 찰험(察驗), 현명함 또는 총명하다는 찰혜(察慧), 검사하여 살핌을 검찰(檢察), 사물을 잘 살펴 봄을 관찰(觀察), 허물이나 저지른 일들을 반성하여 살핌을 성찰(省察), 환히 내다봄이나 꿰뚫어 봄을 통찰(洞察), 감시하고 살피는 것을 감찰(監察), 남의 행동을 조사하여 살핌 또는 그 사람을 사찰(査察),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며 사정을 살핌을 순찰(巡察), 잘 생각해서 살핌을 고찰(考察), 돌아다니며 실지 사정을 살펴 봄을 시찰(視察), 남의 사정이나 비밀 따위를 몰래 알아냄을 염찰(廉察), 소리를 듣고 그 거동을 살피니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의하여야 한다는 말을 영음찰리(聆音察理),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얼굴빛을 자세히 살펴본다는 말을 관형찰색(觀形察色), 아랫사람을 두루 굽어 살피고 윗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우러러본다는 말을 부찰앙관(俯察仰觀) 등에 쓰인다.
▶️ 物(물건 물)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소 우(牛=牜; 소)部와 음(音)을 나타내며勿(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만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소(牛)를 지목하여 만물을 뜻한다. 勿(물)은 旗(기), 천자(天子)나 대장의 기는 아니고 보통 무사(武士)가 세우는 색이 섞여 있는 것, 여기에서는 색이 섞여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物(물)은 얼룩소, 나중에 여러 가지 물건이란 뜻을 나타낸다. 그러나 옛 모양은 흙을 갈아 엎고 있는 쟁기의 모양과 牛(우; 소)로 이루어져 밭을 가는 소를 나타내었다. 나중에 모양이 닮은 勿(물)이란 자형(字形)을 쓰게 된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物자는 '물건'이나 '사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物자는 牛(소 우)자와 勿(말 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勿자는 무언가를 칼로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物자는 소를 도축하여 상품화시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대에는 다양한 색이 뒤섞여 있던 '얼룩소'를 物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후에 다양한 가축의 종류나 등급과 관계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제품'이나 '상품', '만물'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物(물)은 (1)넓은 뜻으로는, 단순한 사고(思考)의 대상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건을 불문하고, 일반으로 어떠한 존재, 어떤 대상 또는 어떤 판단의 주어(主語)가 되는 일체의 것 (2)좁은 뜻으로는, 외계(外界)에 있어서의 우리들의 감각에 의해서 지각(知覺)할 수 있는 사물(事物), 시간(時間), 공간(空間) 가운데 있는 물체적, 물질적인 것 (3)사람이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구체적 물건. 민법 상,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電氣) 그 밖에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自然力). 사권(私權)의 객체(客體)가 될 수 있는 것 등의 뜻으로 ①물건(物件) ②만물(萬物) ③사물(事物) ④일, 사무(事務) ⑤재물(財物) ⑥종류(種類) ⑦색깔 ⑧기(旗) ⑨활 쏘는 자리 ⑩얼룩소 ⑪사람 ⑫보다 ⑬살피다, 변별하다 ⑭헤아리다,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건(件), 물건 품(品), 몸 신(身), 몸 궁(躬), 몸 구(軀), 몸 체(體)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음 심(心)이다. 용례로는 사람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거나 가공하여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 들고 다닐 만한 크기의 일정한 형태를 가진 대상을 물건(物件), 물건의 본바탕으로 재산이나 재물을 물질(物質), 물건 값을 물가(物價), 쓸 만하고 값 있는 물건을 물품(物品), 물건의 형체를 물체(物體), 물건의 분량을 물량(物量), 물건을 만들거나 일을 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재료를 물자(物資), 어떤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논란하는 상태를 물의(物議), 마음과 형체가 구별없이 하나로 일치된 상태를 일컫는 말을 물심일여(物心一如),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뜻으로 사물의 질서를 일컫는 말을 물유본말(物有本末),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물외한인(物外閑人), 바깥 사물과 나 그리고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을 이르는 말을 물아일체(物我一體), 무엇이나 제각기 그 주인이 있다는 뜻으로 무슨 물건이나 그것을 가질 사람은 따로 있음을 이르는 말을 물각유주(物各有主), 생물이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긴다는 뜻으로 남을 의심한 뒤에 그를 두고 하는 비방이나 소문을 듣고 믿게 됨 또는 내부에 약점이 생기면 곧 외부의 침입이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물부충생(物腐蟲生), 나는 물건이 많고 지역이 또한 넓음을 일컫는 말을 물중지대(物衆地大),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함을 이르는 말을 물성칙쇠(物盛則衰), 물건이 오래 묵으면 조화를 부린다는 말을 물구즉신(物久則神),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양면을 일컫는 말을 물심양면(物心兩面), 사람과 사귀는 데 선물이나 음식 대접은 다소 박하더라도 정만은 두터워야 함을 이르는 말을 물박정후(物薄情厚), 세상이 시끄러워 사람의 마음이 안정을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물정소연(物情騷然), 사물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물환성이(物換星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