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금요일 저녁......
세월호 사고가 있은지 열흘이 지나가건만 애타게 기다리던 생존자의 기적적인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고 뉴스, SNS, 할리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이 어지럽고 마음만 무거웠습니다.
지난 23일 "애이불비"의 글을 올리고 난 뒤 투어후기도 올리며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구석 공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금요일 저녁에 집에서 홀로이 일잔을 하다가 답답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새벽녘에 팽목항까지 거리를 봤습니다. 티맵상으로 편도 450km가 나오더군요.
이 정도면 이런 저런 잡생각 없이 오로지 질주본능으로 그저 달리기만 할 수가 있을거 같아서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제가 바이크를 타는 이유 중 하나가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라이딩에 오로지 집중하여야 하기에 잠시 삶의 스트레스를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세시간여 눈 붙히고 출발을 했습니다.
더와인(뱅뱅사거리) - 호계사거리(안양): 28.0km
호계사거리(안양) - 팽목항(진도): 476.0km
팽목항(진도) - 더와인(뱅뱅사거리): 484.7km
39번 타고 그린힐휴게소 쪽으로 내려갈려고 했는데 내비게이션 작동을 한참이 지나서야 했네요.
남부순환로의 서쪽인 시흥IC 기점으로 시작해보려 마음 먹었습니다만......
다녀온 전체 루트입니다.
내려갈 때는 39번 타고 쭉 내려가서 보령에서 4번타고 논산으로 들어가서 23번 타고 내려갔습니다.
논산부터는 왕복 길이 같습니다.
첫번째 구간인 호계사거리(안양) - 팽목항(진도): 476.0km 입니다.
서울 시내 구간은 제외입니다.
새벽에 더와인으로 내비게이션 가지러 다녀오고 평소 다니던 양재역-과천-호계사거리 길이 아닌 시흥IC 길로 가고파서 시흥IC에서 재정비 후 본격적인 출발을 합니다.
6시 27분 심호흡 한번하고 출발합니다.
7시 16분 델리월드 (구. 그린힐 휴게소)에 도착을 합니다.
작년 12월에 인수를 해서 델리월드로 개장을 하셨답니다.
백화점 푸드코트처럼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아침을 안 먹는데 이날 '전 메뉴 5천원'이란 문구와 전날 새벽 2시까지 술을 먹었는지라 해장 겸 아침식사를 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5천원짜리 안성국밥입니다.
가격 대비 맛이나 고기의 양이 푸짐~ 하더군요.
서해쪽으로 중장거리 가시는 팀은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인 델리월드 (구. 그린힐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시고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계획에 없었지만 40여분 쉬어주면서 아침식사 맛나게 하고 7시 57분에 출발을 합니다.
커피 마시며 출발 준비를 하려는데 할리 한대가 휴게소 앞으로 휙~ 지나가시더군요.
한참을 가다보니 지나간 할리가 보입니다.
아산까지 함께(?) 달리며 신호등에서 잠시 목례도 나눴더랬죠.
아산쪽으로 빠지시면 손이라도 흔들고 가려했는데 함께 39번으로 빠지시는것 같아서 먼저 치고 나갔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울 할리카페 솔로투어의 대가 중 한분인 기마족님이시더군요.
다녀 올 길이 있기에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혼자만 달려서 죄송합니다~ ^^;
대략 한시간 단위로 어디까지 가나 체크를 해봤습니다.
아산시 - 송악면 - 유구읍 - 신풍면 - 정산면 - 부여군까지는 거의 1차선 도로입니다.
그룹투어시라면 신풍면에서 32번 타고 공주로 가셔서 23번 타고 내려가시는 길도 괜찮습니다.
9시 1분에 부여 초입을 지나갑니다.
39번 타고 부여까지 내려가서 4번으로 논산 방향으로 달리다 799번을 타고 강경에서 23번 타고 남하를 합니다.
23번 타고 강경 지날 때가 9시 36분이군요.
10시 6분에 익산을 지납니다.
익산 원광대학교 앞 편의점에서 잠시 커피도 한잔하고 쉬어줍니다.
11시 4분에 고창을 지납니다.
고창 학천삼거리를 지나고 있네요.
12시 6분에 목포 시내를 지납니다.
도로표시판이 무진장 많습니다.
이 때 멋진 할리라이더 한분이 지나가셨더랬죠.
1시 11분에 팽목항에 도착을 합니다.
실종자 가족과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어서 팽목항 입구에 백호를 세웠더랬죠.
팽목항 입구입니다.
팽목마을 비석 앞에서는 실종자 가족과 관계자들 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팽목항의 저 현수막처럼 우리 할리라이더의 마음도 같겠죠.
"간절한 소망을 모아 기적을 바라며 기다립니다."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의 루트를 틀리했습니다.
서울 - 오산 구간
평택 - 천안 (아산) 구간
공주 - 논산 구간
두번째 루트인 팽목항(진도) - 더와인(뱅뱅사거리): 484.7km 입니다.
1시 경 도착을 하고는 희생자들의 넋을 잠시 기리고 1시 35분에 다시 서울로 출발을 했습니다.
진도를 빠져나오며 진도대교를 배경으로 마지막 슬픔을 놓아둡니다.
이제 저는 애이불비의 마음으로 제 생활로 완전히 돌아오도록 마음을 먹었습니다.
애이불비 [哀而不悲]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체함
2시 34분에 오전에 잠시 멈추었던 목포 도시가스사거리를 지나갑니다.
이 때 멋진 할리라이더와 라이딩 연습(?) 중이신 부부라이더가 지나가시더군요.
얼른 따라 붙어서 부부라이더를 지나치며 멋진 모습에 엄지손가락 번쩍~! 올렸습니다~ *^^*
3시 33분에 다시 고창을 진입합니다.
고창 덕산삼거리에서 흥덕으로 방향을 틀어줍니다.
흥덕면 제하사거리에서 11시 방향으로 23번, 1시 방향으로 22번이 갈라집니다.
흥덕에서 부안까지 23번은 1차선 도로입니다.
22번으로 정읍 - 1번으로 전주 - 논산 - 공주로 올라가셔도 됩니다.
4시 4분, 다시 한시간 뒤 익산에 도착을 합니다.
역시나 오전에 들렀던 원광대학교 맞은편 편의점에서 다시 쉬어줍니다.
편의점 도착 전 솔로투어 중이신 할리라이더 한분을 뵈었습니다.
시내 방향으로 직진을 하셨는데 얼마 안있다가 다시 23번으로 나오시더군요.
안 먹던 아침을 먹어서 배탈이 조금 나기도 하고 그렇게 배고픈 줄은 몰랐지만 체력소모가 예상되서 가볍게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줬습니다.
약 40분간 쉬어주고 오후 5시 10분에 다시 복귀길에 오릅니다.
6시 12분 천안을 진입합니다.
이 때부터는 차량이 많아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후 6시 15분에 천안 청담교차로를 빠져나갑니다.
오후 6시 57분에 평택을 지나 23번에서 45번으로 갈아탑니다.
멍한 정신에 달리다가 용인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45번에서 42번 양지방향으로 빠져 버렸습니다.
내비게이션은 다녀온 루트확인, 투어 시 대략적인 위치 및 방향 확인용으로만 사용하다보니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ㅡ,.ㅡ;;
42번에서 이천 방향 표지판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더랬죠.
원래는 45번 타고 편한 길로 오려고 광주로 들어오려 했는데 그냥 기흥, 성남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저녁 8시 8분에 무사히 더와인에 도착을 했습니다.
팽목항 사진 한장을 "한장의 멋진 사진"에 글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안전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서울 시내구간 (28km+11km) + 진도행 (476km) + 서울행 (485km)
총 투어시간: 13시간 여
총 식사시간: 1시간 여
총 주행시간: 12시간 여 (휴식 + 주유포함)
이렇게 팽목항까지 약 1,000km 남짓한 구간을 달리고 왔습니다.
이왕 내려가는 루트인데 복귀 때 밤바리 복귀하며 변산반도, 백수해안도로나 세방 낙조, 남도 석성 등 진도 일주라도 하고 올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번 투어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투어이기에 다른 투어 일정은 일체 배제하고 다녀왔습니다.
예정에 없던 아침식사를 하고 천안부터 차가 조금 밀려서 예상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오로지 하나의 마음, 애도하는 마음으로 안전을 우선하며 잘 다녀왔습니다.
아직까지 잠자리에 들면 귓가에 바람소리가 환청으로 들리지만 다녀오니 제 마음은 조금 편한것 같습니다.
2014년 4월 26일, 그 날 팽목항에서 "한장의 멋진 사진"란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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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 편하려 팽목항 구조현장에 다녀갑니다. 전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단 하나의 기적이라도 바라며, 마지막 한구의 시신까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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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먼길인데 ᆢ대단하시네요.후기잘보고 갑니다.
메이저님~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해주셔서 안전히 다녀왔습니다~ *^^*
먼길 잘다녀오셨습니다
달마대사님~ 길은 조금 멀었지만 다녀오고 나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고생하셨어요~....(__)..
초보자님~ 지금 이 순간에도 조류와 싸우며 구조작업을 하시는 분들에 비할 바가 되겠습니까~ *^^*
먼길 수고하셨습니다
하얀등대님~ 모두가 마음으로 함께 달리셨겠죠~ *^^*
8백이 아니라 1천 km네요.리시면 1천km는 고뇌의 길인데...
혼자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식천사님~ 애도투어를 목적으로 달린 길이기에 고행하는 마음이었습니다만, 그렇게 온전히 달리고나니 마음은 조금 가볍더군요~ *^^*
@와인강 잘 다녀오신 겁니다. ^^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팽목항 입구에서 경찰의 통제가 아쉽네요...
저희 클럽도 前 회장님이 급사하셔서
검은 리본을
@주식1004 주식천사님~ 일반인 출입통제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 제가 괜히 방해가 되면 안되기에 충분히 이해는 했었습니다~ *^^*
13시간 정말 대단하십니다.
조자룡님~ 누구나 같은 마음으로 달리셨을텐데요~ *^^*
먼길 다녀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광나루님~ 함께 해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
어느덧, 저도 그리 혼자 다니는게 훨씬 편해 졌습니다.
혼자 라이딩 하는 이유도 와인강님과 비슷하구요.
고흥 출장 정도는 이제 쉬이 갑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와인강님의 투어, 모토캠핑 스킬. 특히, 텐트 사이트를 찾는 그간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의 사자성어.
수많은 어린 생명, 내 가족이 살아가는 사회 현실에 슬퍼할 정도가 어딨으며
감춘 감정은 홧병밖에 더 되나 싶습니다.
우리들은 분노하지 않아 아마 바뀌는 게 없을 듯 합니다.
사자성어에 담긴 뜻이 저는 현학적으로만 보입니다.
구리님~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함께 투어도 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을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마지막의 사자성어는 제가 알고 있던 사자성어가 아니라, 세월호 사고가 있은 후에 여러분들로부터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이 아니기에 뽐내려 함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듣기에 수긍이 가는 좋은 말이고, 필요한 말인거 같아서 옮긴것 뿐입니다.
노여워 마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고생 하셨습니다.. 와인강님
비룡님 함께 해주시는 마음 덕분에 안전하게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먼길 고생하셨습니다.
에디님~ 덕분에 안전히 다녀왔습니다~ *^^*
조용하게 ... 홀로(獨)...잘 다녀오셨네요?..~~
맨바리님~ 액션없는 상상은 공상일 뿐이라잖아요.
답답한 마음에 질주본능을 깨웠습니다~ *^^*
대단하십니다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고생하셨습니다
팔라완님~ 제 육신이 아픈거야 시간이 흐르면 되겠지요.
우리의 마음앓이가 슬프겠죠......
그래도 모두 마음 추스리시길 바래봅니다~ *^^*
정말 체력이 부럽습니다.. 윈드스크린도 없이 13시간 단독투어... 수고많이 하셨읍니다..
투어로 슬픈 마음 확 날려보내셨읍니다...그렇게 되길 빕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되는데....
덴트맨님~
그저 바람을 맞으며 자유를 느끼는 그 순간을 위하여 달립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고생하셨고요~~~ 부럽네요!!!
파도파도님~ 가끔은 무상무념으로 질주본능에 몸을 맡기는게 참 좋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줌의흙님~ 마음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길을 다녀왔습니다~ *^^*
슬픔을 털어내려는 몸부림 같아 더욱더 마음이 아려옵니다...고생하셨습니다...
드니로님~ 그런 마음으로 달렸습니다만 결국엔 제 마음 조금 편해보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더군요~ *^^*
기회되면 인사라도 나눌까 했는데 아직은 목례까지만의 인연인가 봅니다 .
저도 어느정도 수습되면 진도 바다에 국화 한송이 헌화하고 오려합니다.
기마족님~ 혹시라도 다음에 또 이런 인연이 있으시면 헬멧 가볍게 두드리시며 정차 신호 보내주세요.
자판기 커피라도 한잔하며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
와인강님! 몸은 피곤하셨겠지만 마음의 짐은 좀 덜어내신 기분이시겠습니다! 마음은 있어도 아무나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도르님~ 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시겠지만 시간이 허락해서 다녀온것 뿐입니다.
제가 대단한게 아니에요~ *^^*
고향인 부안도 왕복으로 1박하고 힘들게 다녀오는데 와인강님은 진도까지 당일로 다녀오셨네요~ 희생자들에 대한 일념으로 먼길을 다녀오심이 아마도 체력한계를 넘겨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흰무송이님~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 배웠습니다.
정신줄은 놓고 사는 세월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육신이 그럭저럭 쓸만한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함께 해주시는 마음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