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민박집을 정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삼릉에 가서 우리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장사 잘 되는 집에서 가르쳐준 장사 잘 안되는 음식점에 방을 얻을 수 있었다. 짐을 대충 풀고서 점심과 따뜻한 물을 지고 내일 있을 "남산종주"에 앞서 가벼운 산행을 했다. 코스는 다음과 같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길이 여러 갈래로 자그맣게 많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에 마저 먹지 못한 밥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영님이 가져오신 밀크홍차도 너무나 맛있었다.
나는 아직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밖에 보지 못했던 지긋 지긋하던 기억밖에 갖고 있지 않았지만, 특히나 영님은 우리가 본 유적들에서 뭔가를 읽어 내는 맛이 아침과 점심에 먹은 김밥보다 더 맛있어서(물매화님 미안~~) 이쪽으로 문외한인 나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다음날 있을 산행에 비하면 "개미 손톱 밑의 떼"였다 라는걸 미쳐 몰랐었다. 난 내가 본 유적들에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금하고 싶다. 아직은 서투르고 내가 느끼기 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었으니까.
보리사에서 나와 우리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또 버스를 타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기전에 칼국수 집에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그 집이 우리게 민박을 소개해 준 장사 잘되는 음식점이었다. 그 집의 칼국수는 보통의 것과 맛도 색깔도 달랐지만, 그 비결이 뭔지는 알 지 못했다. 막걸리와 도토리 묵으로 술기운을 얻고서 맞은편 숙소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술판(?)을 벌렸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때 서울에서 오신 오랜벗님과 만났다. 내가 준비한건 술과 안주 밖에 없었으므로 난 이자리에서나 할말이 생겼다. 이것 저것 꺼내놓고 술을 마셨다. 바닥에 쭉 깔아놓은 술과 안주를 보니 마음이 뿌듯해 오는 것은 도리가 없었다. 물매화님과 별꽃님은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걱정해 주시면서 예의 팔공산 막걸리 사건을 언급해 주시도 했다. 정말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오~~아부지!
한 참 마시다 보니 큰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술이 모자랐던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별꽃님과 내가 간택되었고, 우리는 술사러 나갔다. 더 큰일은 우리가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문이 닫힌 것이었다. 시간은 기억하지 못한다. 밤이 깊지 않았다는 는 것밖에...하는 수 없이 별꽃님과 나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서 시내로 나갔다. 왜냐면 우리는 간택되었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사약을 마시라고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술을 사왔다. 술 두병을 위해 우리가 투자한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술을 사러 나갔던 것은 잘한 일 같았다.
나갈때 태워준 아자씨는 우리 보고 어리다고 말해 주셨고, 가게 아짐마는 우리 보고 어려보인다며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했고, 올 때 태워준 아자씨는 우리보고 중학생같다고 했다. 난 스무살 적에도 24살로 보는사람들이 보통이었는데 경주....흐흐흐. 경주 너무 좋은 도시 같다. 앞으로 경주를 사랑하고 말것 같은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는 사온 술을 마저 마시고 12시도 안돼서 만난 이래 처음으로 이른 시간에 잠을 잤다. 영님은 우리에게 자라고 얘기하지 않으셨다. 스스로 코를 고시면서 잠은 이렇게 자는 거라고 몸소 실천해 보이셨다.^^;;
다음날은 6시에 일어나 밥을 서둘러 먹고서 7시 40분쯤 출발했다. 우리가 움직인 코스는 이렇다.
산행을 마치고 시내로 나와 경주의 명물 "황남빵"을 먹고 또 선물용으로 사기도 했다. 버스터미널로 와서 서울팀들을 보내고 별꽃님과 물매화님과 나는 다시 접시를 깨러 식당에 갔다. 저녁을 먹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1시간 30분 정도를 보냈다. 그러다가 못내 아쉬움으로 서로를 배웅했다.
구미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맛있게 잠을 잤는지... 고개가 자꾸 등받이 옆으로 굴러 떨어져서 창피한데도 쏟아지는 졸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얻은 거 많고 배운거 많고 잊을 수 없는 시간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