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가 산아저씨의 이름을 물었습니다.산아저씨가 '봉천동'이라고 대답했습니다.이름이 봉천동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키득키득댔습니다.어른들도 소리죽여 웃어댑니다.
"아저씨는 큰 죄를 지은거예요.아이들을 이틀씩이나 감금하였잖아요.그러다가 사고라도 났으면 어쩔 뻔 했어요.자,자세히 말씀해 보세요.왜 아이들을 지하실에 감금하였죠?"
"그게,그러니께......,"
경찰 아저씨의 질문에 산아저씨는 땀만 뻘뻘 흘리며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였습니다.힘없이 바라보는 눈길이 나뭇가지 사이로 삐쳐 들어오는 햇살에게로 가 있었습니다.
"경찰 아저씨,우리 아들을 용서해 주셔유.모두 이 늙은이가 못나서 그런 거라우.제발......,"
할머니가 경찰 아저씨에게 매달리며 사정을 하였습니다.
"안됩니다.아드님은 큰 죄를 지은 거예요.이럴 게 아니라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해야겠습니다.자,일어서시죠."
경찰 아저씨들이 산아저씨를 일으켜 세웠습니다.그 때였습니다.
"잠깐만요! 산아저씨가 지하실에 우리들을 가둔 게 아니에요.우리들이 할머니와 노느라고 지하실에서 지냈던 거예요."
느닷없이 민수가 소리치며 나섰습니다.혁이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 합니다.그러자 혁이도 나섰습니다.
"맞아요.우리는 지하실에서 할머니의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놀았어요.그렇지 않니,얘들아?"
민수와 혁이의 재치있는 말에 병덕이,동수,초랑이도 활짝 얼굴을 펴며 거들었습니다.
"맞아요,경찰 아저씨.우린 정말 시간가는 줄도 몰랐어요.할머니의 옛이야기가 얼마나 재밌었다구요.할머니와 우리는 친한 친구거든요.할머니,그렇죠?"
"그려 그려.저 얘들에게 내가 옛날 얘기 해 줬어."
할머니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경찰 아저씨들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할머니와 아이들을 빤히 쳐다봤습니다.
민수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습니다.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스스로도 놀라웠습니다.
"할머니,그게 정말이세요? 너희들도 그 말이 정말이니?저 아저씨가 너희들을 지하실에 감금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할머니와 놀았다는 말이?"
"예.그렇다니까요.생각해 보세요.자기 어머니를 가두는 아들이 어디 있겠어요?"
"......,"
경찰 아저씨의 물음에 이어 민수의 야무진 말에 경찰 아저씨들은 입만 떠억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삼촌과 박사님을 돌아봤습니다.
"아이들 말이 맞겠지요.재밌게 놀았다잖아요.이 녀석들아! 그렇다고 이틀 씩이나 아무 연락도 없이 이게 뭐냐!"
삼촌이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혼냈습니다.박사님도 어두웠던 표정을 지우며 벙긋 웃었습니다.
"그래요,경찰 아저씨.아이들이 할머니와 놀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던 모양이에요.별 탈도 없고 모두들 저렇게 말을 하니 어쩌겠습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그것 참.이거 희한한 일도 다 있군요.이봐요,봉천동씨! 할머니와 아이들의 말이 사실이에요?"
박사님의 간곡한 말에 경찰 아저씨가 어의 없다는 표정으로 산아저씨를 다그쳤습니다.
"아,말해 보세요.감금한 게 아니냐구요?"
우물쭈물하는 산아저씨가 답답한 듯 경찰 아저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순간,산아저씨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끙끙대고만 있습니다.민수가 어서 대답하라고 눈을 꿈쩍했습니다.산아저씨가 이번엔 혁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혁이가 싱긋 웃으며 눈을 꿈쩍했습니다.이번엔 동수,병덕이,초랑이까지도 모두 산아저씨를 향해서 눈을 꿈쩍거렸습니다.
"예,맞어유."
산아저씨가 한참 만에 겨우 대답을 했습니다.
"허허,참.아니 그 대답하기가 그렇게 힘이 들어요? 어쨌든 다들 그렇다니 우리는 그리 알고 돌아가겠습니다.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경찰 아저씨가 정중하게 사과하며 산아저씨의 팔목에 채워 논 수갑을 풀어줬습니다.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산아저씨를 뒤로 하고 경찰 아저씨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서며 머리에 꿀밤을 한대씩 먹였습니다.
"이놈들.앞으로는 어딜 갈 땐 꼭 어른들께 말씀드려라."
"예!"
"아휴,깜짝이야."
"하하하."
"허허허."
경찰 아저씨의 웃음 띤 호통에 아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목청껏 대답했습니다.모두들 소리내어 상쾌하게 웃었습니다.마당가 상수리 나무 위의 매미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습니다.
사흘이 지났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마을이 시끌시끌하였습니다.산아저씨가 외뿔 황구렁이를 동물원에 기증하기로 해서,서울 동물원에서 직원들이 달려왔습니다.
또한 방송국과 신문사에서도 외뿔 황구렁이를 취재하려고 기자들이 잔뜩 몰려왔습니다.단연 민수를 비롯한 아이들의 인기가 최고였습니다.맨 처음 용굴에서 외뿔 황구렁이를 발견한 얘기와,민수가 찍은 사진 얘기는 기자들에게도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앞장서는 아이들의 뒤를 많은 사랑들이 따랐습니다.민수는 얼마나 신나고 기쁜지 모릅니다.지금 아이들과 함께 기자들을 안내하여 절암산 부엉이 골짜기 산아저씨네 집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산아저씨와 할머니께서 아이들에게 너무나 정답게 대해 주시는 것입니다.
숲 속에 들어서자 노오란 꾀꼬리들이 반겨줍니다.아이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꾀꼴 꾀꼴 꾀꼬리가 노래합니다
반가워요 꾀꼴 꾀꼴 노래합니다
꾀꼴 꾀꼴 꾀꼬리가 노래합니다
사랑해요 꾀꼴 꾀꼴 노래합니다
산아저씨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산아저씨와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기자들이 산아저씨를 취재하는 동안 민수와 아이들은 마당가로 달려갔습니다.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어?"
우리 앞에 달려간 아이들이 멈칫,멈춰섰습니다.우리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까마귀가 있던 우리도,다람쥐가 있던 우리도 모두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민수는 뒤곁으로 뛰어갔습니다.아이들도 우르르 달려갑니다.노루가 들어 있던 커다란 철조망 우리 안이 텅 비어 있습니다.
"어? 노루들도 없네."
아이들은 이상하여 마침 그곳으로 오고 있는 산아저씨에게 뛰어갔습니다.
"아저씨,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동물들이 다 어디 갔어요?"
"허허허.동물들? 다 자기들 세상으로 갔지."
"자기들 세상요?"
아이들이 의아한 눈으로 빙긋 웃고 있는 산아저씨를 쳐다봤습니다.어느 새 기자들이 몰려와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느라 야단입니다.
"저-기."
산아저씨가 온통 푸른 수풀로 우거진 산을 향해서 손짓을 하였습니다.
"아!"
그 때서야 아이들이 탄성을 지으며 얼굴에 활짝 웃음을 피웠습니다.
"아저씨,고맙습니다."
"저는 쩔룩거리는 노루가 너무 불쌍했어요."
아이들이 좋아서 살짝 폴짝 뛰며 손뼉을 쳤습니다.산아저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외뿔 황구렁이가 있는 뱀 우리 앞으로 향했습니다.바로 그 때였습니다.
"병덕아! 민수야!"
누군가가 사람들 틈에서 뛰어 나오며 병덕이와 민수에게 달려옵니다.꼬마 스님 영영이였습니다.
"영영아!"
병덕이와 민수가 반겨 맞으며 두 손을 잡았습니다.며칠 만에 다시 보는 반가움에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영영이의 뒤로 스님 한 분이 걸어 오십니다.흑룡사의 할아버지 스님이십니다.
"녀석들.너희들이 장하구나.외뿔 황구렁이를 보러가자."
스님이 민수와 병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장섰습니다.이 때 혁이가 뛰어와 스님 앞에 섰습니다.
"스님,저희들도 삼룡각의 용 그림들과 흑룡바위를 한 번 보여 주세요.녜? 스님."
간절한 표정으로 청을 드립니다.동수,초랑이도 합세했습니다.
"그래요,스님.우리들도 꼭 한 번 보고 싶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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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8.7.조성덕.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