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고흥읍 전교조사무실에서 온마을학교 이사회를 소집했다.
10시 15분 영화 '베놈'을 보려 맘 먹었는데, 컴 앞에 앉아있다보니 9시 40분을 지난다.
후다닥 씻고 급하게 나가 바삐 운전한다.
7,000원을 결재하며 직원은 3분이 지났다고 한다.
외계인이 인간의 몸을 숙주로 그들끼리 싸우고, 무력한 인간은 또 뭔 정신으로
그들과 교류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11시 50분에 돌짜장집에 들러 혼자 짜장면을 먹는다.
중국집은 혼자 가서 먹어도 부담이 없지만 이 식당은 직장인 등 단체 손님이 많다.
4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산을 찾는다.
금탑사로 가는데 나도 모르게 포두초를 지나친다.
다시 돌아와 봉림마을 쪽으로 운전해 일주문 뒤에 차를 세운다. 12시 40분이다.
숲은 상큼하다. 20분 정도 숨가뿌게 오르니 낮은 바우군이다.
거북바위인지 무슨 이름이 있는 듯한데 기억이 안난다.
오르지 않았던 앞쪽 바위를 낑낑대며 올라간다.
시원을 넘어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땀 밴 등짝이 춥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내려와 건너 바위로 또 오른다.
서울 산꾼 자하 신경수 선생의 리본을 만난다.
그리운 마음으로 하늘금따라 백두산 가네. 신경수 송영희 전화번호가 적혀있고
마복단맥이라고 씌여 있다. 시간이 지난 듯 흐릿하다.
남쪽에 오시면 차만 운전하고 밥을 얻어먹었기에 한번 더 오시면 맛있는 저녁도 사 드리고 싶은데
무릎이 아프시다니 오실 수있으려나 모르겠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완만하다가 작은 바위를 오른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면 이길을 오르고 싶은데
아이들은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지난 봄에 도화초 교직원 사전답사 떄 힘들거라 아에 이 산을 포기해 버렸다.
아이들에게 힘들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교육인 듯도 하다.
아이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든건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맞다.
산길이 어렵다고 케이블카나 계단을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헛생각을 하면서 나무를 잡고 몸을 끌어 올리니 금방 너럭바우 능선이다.
조망을 얻으러 남쪽 끝으로 가 남해를 본다.
시산도와 초도 사이 앞바다가 하얗게 빛난다.
거금도는 얌전하게 누워다.
녹동과 소록도 거금도 옆의 금당도와 멀리 완도의 섬들은 흐릿하다.
천관산도 너른 덩치로 누워있다.
정상 봉수대에 가 인증을 하고 건너 바위로 걷는다.
앞쪽 뾰족한 암봉 아래로 몽글몽글한 나무의 색깔이 변하고 있다.
구절초가 보이고 쑥부쟁이도 보인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거나 하늘로 올리고 찍어보려 해도 안 된다.
가운데 바위에 앉아 바닥에 깔린 물을 마시고 과자를 꺼내 먹는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재미가 없지만 가닥없는 헛생각을 하면서 앉아 있는 것도 재밌다.
무등산 지리산과 백운산 능선이 눈으로 흐릿하게 보이는데 사진엔 나타나지 않는다.
4시 회의에 맞춰 아직도 여유가 있으니 서서히 내려간다.
가지색 버섯이 보인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이름모를 버섯을 따 혀끝에 대어본다.
싸 하고 비릿한데 독 같지는 않다.
향을 모르는 것이 아쉽다.
손수건에 버섯을 싸 내려오다 쑥부쟁이와 맹감 열매를 꺾는다.
임도 흔적을 따라 옆으로 걸으니 금탑사다.
단풍은 아직이지만 기운은 가을이다.
일주문 앞에 차가 서 있고 한남자 거닐고 있어 보니 포두에서 자주 만났던
정철웅 면장이다. 인사를 하고 버섯을 물으니 가지 버섯은 맛있지만 다른 버섯은 자신없으니 버리란다.
술 한번 하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차를 운전해 독치성 이정표를 보고
공사 중인 저수지 아래를 지나 안내판만 보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