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억동 광주시장 후보가 ‘지역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청정지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신개발 무가선 노면전차(트램)를 건설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최석민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가 “광주 도심을 순환하는 저에너지 친환경 전기버스 도입”을 정책 공약으로 발표 이후,
양 후보간 묘한 정책신경전이 펼쳐지면서, 지난 12일 한나라당 조억동 시장 후보가 “광주의 미래를 위해 오랜 기간 자신이 준비하여 내놓는 공약이 아닌 타당 후보자의 공약에 물타기를 하는 비겁한 행동”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자 이에 민주당 최석민 후보가 재반박 보도와 함께 1:1 맞장토론을 요구하는 등 지역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다음은 민주당 최석민 후보의 주장전문이다
어제(5.12) 조억동 후보께서 하셨다던 말씀 잘 전해 들었습니다.
정책토론에 대해 소극적이던 그간의 모습과는 달리, 저의 공약 내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습니다. 기왕이면 제대로 살펴주셨으면 좋았을 터인 데 ‘비판’이라 하기엔 억지스러웠고 ‘해명’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허술했습니다. 넘쳐난 것은 오로지 상대에 대한 감정적인 경계심뿐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다시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실한 비난에 충실히 대응해줘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어차피 정책에 대한 깊이의 부족, 교통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문제라면, 다시 설명 드려봐야 헛되고 공허할 뿐입니다. 스스로 더 배우고 더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권유 드리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선 앞으로 더 생산적인 논쟁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바, 크게 두 가지만 여기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비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조 후보는 주장합니다. “트램 건설비는 지하철의 1/10, 경전철의 1/3에 불과하며, 국비와 도비 지원, 시의 중기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광주시 재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트램 건설에 소요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와 비교했을 때’ 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트램 건설도 엄연한 기간 사업입니다. 규모가 큰 만큼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조 후보께서도, 트램 하나 놓는 데 드는 예산이 한해 1,500억 원 가량 소요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도 토지보상비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이마저 포함되면, 그 3천억이 될지 4천억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종합병원 하나 대학교 하나 없는 광주 형편에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닌데 어떻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돈으로 기획하는 도시계획, 예산만 투입하면 다 되는 교통정책을 ‘계획’이라 할 수 있습니까? 비전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합니다. 철저히 연구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시민의 혈세는 소중히 다루고 아껴야만 합니다.
둘째, 사업허가와 소요기간 등 실현가능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정부의 허가 또한 그렇게 쉽게 기대할 일이 아닙니다.
조 후보는 말씀하십니다. “트램은 국토해양부에서 국가 R&D 사업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타 지자체 중에 이미 도시철도기본계획을 수립한 곳들도 있다”고.
그렇습니다. 조 후보 말씀처럼, ‘트램 건설이 조 후보만의 무슨 특별한 공약’인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미 선진국 등 많은 나라가 트램을 도입해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기초 자치단체에서 관련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울산은 지난 2002년부터 트램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도 허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웃 성남도 2004년에 신청한 것이 최근에 들어서야 허가가 나 설계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 후보 말씀처럼, “저탄소 녹생성장을 국정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데도, 왜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이 쉽게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경제적 타당성과 효율성의 문제 때문입니다. 건설 비용 대비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시기상조라는 말입니다.
트램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도 결코 짧지 않습니다.
조 후보는 주장합니다. “경전철 사업이나 5년 이상이 소요되지, 트램은 약 2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터무니없습니다. 도시철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는 분들이라면 그 주장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시철도 하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법적 절차가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적격성 심사→ 설계→ 공사’ 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5년 내지 6년은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트램 건설이 어떻게 2년 만에 추진될 수 있는지, 상식을 가진 이라면 도무지 그 요령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행여 기존 도로에 레일만 깔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시는 것은 아닙니까?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차대한 교통사업은 결코 그처럼 성급하게, 날림으로 추진할 일이 아닙니다.
트램의 효과와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저도 동의하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제가 조 후보 공약과 다른 점은 트램 건설이 지금 이 시점에 있어 최우선의 정책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좀 더 현실적인 대책부터 수립되어야 합니다. 친환경 전기버스를 먼저 도입하겠다는 저의 공약은 바로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겁니다. 그래야 장기적 차원에서 제가 말씀드린 도심 순환형 트램 건설의 명분과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환경과 시민생활마저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조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 시장이 광주를 이끌었던 지난 8년간,
광주 교통이 얼마나 더 나아졌습니까? 출퇴근길마다 광주 시내가 몸살을 앓지는 않았습니까? 무대책의 교통정책으로 재래시장과 도심 상권이 지금 어떤 형편에 놓여있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오히려 시장 재임 중에는 아무런 말씀이 없다가 이제와 무슨 획기적인 대책인 것처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그러한 공약을 과연 시민들이 진정성을 가진 정책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솔직해져야 합니다.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하지만 현실성 있고 책임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기회를 빌려, 조 후보께 정중히 제안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저와 1대 1로 토론 한번 해봅시다.
트램 공약을 포함한 서로의 교통정책에 대해 당당하게 광주 시민의 평가를 받아봅시다. 조 후보의 현명한 판단과 답변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