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대차대조표
최 병 창
머리숱이 가늘어지면서
듬성듬성해지고
주름이 그럴싸하게 늘어지다가
국경 없이 질펀하게 깊어지는
막연한 전조증상이 비상구를 찾고 있다
저승꽃이라는 검은 반점으로
별수 없이 홀씨처럼 번지는
응어리들을 보면서
제법 나이가 들어가는 순서라며
흐트러진 새 옷을 대충 구겨 입는데
무릎과 허리는
묵은 심장 옆에서
변명 같은 낯선 걸음을 펼치려 한다
더듬더듬 더듬이처럼
붙잡히지 않는 갈증이
늦은 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먼저 알고
찾아온 허기가 목젖을 반긴다
군살이 다 빠져 녹이 슨 채로
나잇값대로 서리는 눈처럼 하얀데
한 시절 지나 두 시절로 돌아서니
흑과 백은 능선을 지나
조신한 절벽 끝으로 고추 섰고
겹친 단면 사이에서
자꾸만 가난해지는 헛기침 소리
그런데도
눈시울은 자꾸만 붉어지는데
힘겹게 넘어야 하는
양력 하고도 12월의 마지막날
늦은 걸음이 먼저 알고
세찬 겨울바람과 맞서고 있다
언젠가는
종잡을 수 없는 그 걸음걸이로.
< 2021.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