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미 상무부의 초국경보조금 조사 제한 규정 폐기 관련 의문점 제기
O 미 상무부가 초국경보조금(transnational subsidy)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를 금지하는 규정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그러한 초국경보조금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근 100년 전에 제정된 관련 법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현 미 국내법과 세계무역기구(WTO)규정과 과연 맞아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
- 미 상무부는 지난 1998년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소재한 국가가 아닌 제3국 정부로부터 제공된 보조금이나 국제 금융 혹은 개발 기관이 지원한 보조금에 대해서는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규정(351.527)을 시행하고 있음. 그런데, 상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무역구제규칙 개정 최종안에 상계관세(CVD)부과 규정인 1930년 미 관세법 701조에 대한 재해석을 포함시키고, 1998년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 제한 규정 시행 이후 701조에 대한 해석의 기본 전제가 달라졌다고 언급했음. “지난 20년 사이 외국 정부의 해외 생산 보조금 지원 사례가 증가했고, 이에 관세법 701조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면서 만일 동 제한 규정이 없다면 701조 CVD 규정에 따라 상계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 외국 정부의 보조금의 경우에도 초국경보조금 조사 제한 규정 때문에 701조 적용이 불가한 만큼, 701조의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음.
- 허나, 본지가 접촉한 무역법 전문 변호사 3인은 701조에 대한 미 상무부의 새로운 해석이 미 국내법과 WTO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음. 첫번째 변호사는 이 재해석에 대해 다른 무역구제규칙 개정 조항들과 달리,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 지에 대한 세부 설명이 없는 “엄청난 변화”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앞으로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조사 근거 확립 책임을 청원인들이 떠안게 되거나, 상무부의 특별시장상황(PMS) 적용 권한 확대의 경우처럼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음. PMS 적용 권한 확대 규정은 지난 2015년 통과된 ‘무역특혜확장법(TPEA)’에 포함되었으나, 관련 시행 규칙 발표 이후 좌우 진영 양쪽에서 소송이 쏟아졌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발표한 무역구제개정 최종안을 통해 성문화되었음.
- 한편 미 법무법인 ‘와일리 라인’의 파트너 변호사인 팀 브라이트빌은 미 상무부가 개별 케이스별 접근법을 구축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으며, 또 다른 익명의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산 풍력 타워에 대한 행정 재심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음. 미 상무부는 지난해 9월 동 재심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말레이시아 기업 지원 보조금과 관련하여 질문지를 전달하고 답변을 요구했으나, 첫번째 변호사는 미국 국내법상 미 상무부가 제3국 정부를 “이해당사자”로 간주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음. 왜냐하면 미 관세법상 “이해당사자”로 정의된 외국 정부는 “해당 상품이 생산 또는 제조되거나 해당 상품이 수출되는 국가의 정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임.
- 미 상무부는 새 규정에서 초국경보조금 조사의 증거 기준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고, 초국경보조금 판단 기준은 케이스별로 다를 것이라고 밝히면서, “제시된 기록 증거를 먼저 분석하지 않고 초국경보조금의 존재를 주장 혹은 입증하는 데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섣불리 추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
-또한, 첫번째 변호사는 초국경보조금의 특정성(specificity) 을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음. 상계관세를 부과하려면 해당 보조금이 ‘특정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야 함. 미 관세법 771조는, 수출 실적에 따라 달라지거나 수입품 대신 국내 제품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 또는 보조금을 제공하는 기관이나 해당 기관의 운영 근거 법률이 보조금 수혜 대상을 특정 기업이나 산업으로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 해당 보조금이 특정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상무부의 새 규정은 이러한 ‘특정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고, 다만 701조에 따르면 “불공정 외국 보조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데 지리적 한계는 없다”며, 701조에 그 어떤 지리적 제한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음.
-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WTO 협정(ASCM) 2.1조 하에서도 이러한 초국경보조금의 특정성 입증은 쉽지 않을 것임. 동 규정에서는 보조금 제공 기관의 관할권 내에 있는 기업, 산업, 기업 그룹 또는 산업 그룹에 제공된 보조금의 경우 ‘특정성’이라고 간주하고 있음.
- 이미 멕시코는 지난 2023년 5월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구제규칙 개정 초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ASCM 2.1조에 명시된 보조금의 구체성에 대한 정의를 근거로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음. 또한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ASCM 1.1(a)(1)조를 근거로 초국경보조금이 상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음. 한국 정부는 “동 조항은 회원국 영토 내의 정부나 공공 기관이 재정적 기여를 하는 경우에만 보조금이 존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에 이러한 영토 제한은 ASCM가 해당 정부의 영토 내에서 제공되는 보조금에만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음.
- 지금까지 WTO는 단 한번도 “회원국 영토 내” 보조금에 대한 판정을 내린 적은 없으나, 유럽연합(EU)이 초국경보조금을 이유로 인도네시아 등에 부과한 상계관세가 WTO 분쟁해결기구에 제소된 상태임.
- 한편 미 상무부 관계자는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조사 제한 폐지는 WTO 규정과 전적으로 합치한다고 주장하고, 현재 상무부의 최대 관심사는 WTO 규정 합치 여부가 아니라, 미국 국내법 합치 여부라고 밝혔음. 이와 관련 세번째 변호사는 초국경보조금이 WTO 규정 관점에서 특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기는 하나,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음. 혹여 미국이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건으로 WTO에 회부되어 패소한다 할지라도, 상소기구 마비 상태에서 해당 판결이 실제로 집행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임. 나머지 변호사 2명은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WTO 규정의 명백한 위반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음.
출처: 인사이드유에스트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