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무 감고 올라가며 자라… 콩알 크기 열매 먹으려 새들 몰리죠
노박덩굴
요즘 산 둘레길 등을 걷다 보면 주황색 껍질이 벌어지며 빨간 열매가 다닥다닥 드러난 덩굴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껍질이 세 갈래로 갈라지기 전이라 주황색만 보이는 열매도 있습니다. 노박덩굴 열매입니다.
붉은색으로 콩알만 한 노박덩굴 열매는 익자마자 새들이 따먹어요. /김민철 기자
요즘 야생화는 거의 다 졌습니다. 대신 예쁜 열매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노박덩굴 열매가 눈길을 끕니다. 주황색 껍질과 빨간 열매, 노랗게 물든 잎이 조화를 이루지요. 여기에 운 좋게 파란 가을 하늘이 배경이면 정말 환상적인 색 조합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박덩굴은 가까운 산 어디를 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징이 뚜렷하고 색이 강렬해 쉽게 식별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니 햇빛이 잘 드는 길가에서 찾아보세요. 5~6월 황록색 꽃이 피지만 자잘한 데다 잎과 색깔이 비슷해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가을에 열매가 달려야 존재가 드러나는 덩굴입니다. 여름엔 잎과 전체적인 모양이 다래 덩굴과 비슷해 헷갈리는데, 다래는 잎 가장자리 톱니가 짧은 바늘처럼 뾰족하고 촘촘하지만 노박덩굴은 잎이 둔한 톱니에 물결 모양을 이루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노박덩굴 붉은 열매가 겨우내 달려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열매가 익는 대로 새들이 바로바로 따 먹기 때문입니다. 크기도 딱 콩알만 해서 새들이 한입에 먹기 적당합니다. 피라칸타 열매처럼 봄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열매도 있는데, 새들이 노박덩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새들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잘 퍼트려 주니 노박덩굴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노박덩굴은 왜 이름이 이럴까요.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길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길섶이 한자로 노방(路傍)”이라며 “길가에서 잘 자라는 덩굴나무, 즉 ‘노방의 덩굴’이 노박덩굴로 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노란 열매가 달린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 등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름 유래는 알 수 없습니다.
노박덩굴은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국내 자생 식물 20종 가까이를 대표하는 식물입니다. 이 과에 사철나무를 포함해 재미있는 나무가 많습니다. 줄기에 화살 모양 날개가 있는 화살나무, 가을에 맺히는 열매가 분홍빛으로 마치 꽃처럼 고운 참빗살나무, 잎 위에서 앙증맞게 작은 꽃이 피는 회목나무, 미역 줄기처럼 벋으며 자라는 미역줄나무 등이 노박덩굴과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열매가 다육질 껍질인 가종피(假種皮)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입니다.
노박덩굴은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지만 뿌리까지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무에 큰 피해는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박덩굴은 다른 나무에 신세를 지지만 그나마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고 있는 나무인 셈입니다. 반면 비슷하게 생긴 푼지나무는 줄기에 뿌리가 있어서 다른 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자랍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