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모기업 면접엘 갔었습니다. 기뻐하기도 잠시.. 처음부터 끝까지 전공관련 질문만 하더군요. 완전히 허를 찔린..뭐라고 할까. 꼭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무슨 대학원 면접보는 것도 아니면서...횡설수설하고, 화이트보드에는 엉터리 수식만 잔뜩 늘어놓고..정말, 영화로 찍었다면 아마 장르가 코미디정도 되었겠죠. 면접비 받아들고 나오니 비참하더라구요.. 그래도 배는 고파서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켜먹었죠.꺼이꺼이..
어쨌거나, 이럴 때 힘이 되는 노래. 헤이 쥬드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말이란 백인백색이라고 하니 다시 들어(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아래의 글은 좋은 생각 98년 6월호에 있는 음악 평론가 서남준님의 글을 그대로 실은 것입니다. 글에 대해 반발/반박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 주십시오.
"Hey Jude, don't make it bad.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아마도 팝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틀스의 노래 '헤이주드' 몇 소절 정도는 영어로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것이다.
이따금 삶이 고달플 때 비틀스의 노래는 우리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폴 매카트니의 탁월한 작사, 작곡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헤이주드'도 예외가 아니다. 이 노래는 좋아하는 여인이 있지만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괴로워하는 주드에게 인생의 선배쯤 되는 이가 격려하는 내용이다. 그 충고는 인생을 슬픈 노래에 비유한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즐겁고 밝은 것으로 바꿀 수 있으니 네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다면 사태는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봐 주드, 일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말아.
슬픈 노래를 좀 나아니게 해봐.
그녀를 네 마음속에 품어야 해.
그러면 넌 일을 더 잘해 나갈 수 있어.
이봐 주드, 두려워하지 말아.
넌 그녀를 얻게 되어 있어.
그녀를 정말 깊이 네 속으로 품는 순간
너는 일을 더 잘해 나가게 될 거야.
고통을 느끼더라도.
이봐 주드, 언제나 참아야 해.
자기가 세상을 책임지려고 하지마.
그러는 사람은 바보라는 것을 잘 알잖아.
냉정한 태도의 사람 말이야.
자기 자신의 세계를 좀 더 냉정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말이지...
매끄럽고 심금을 울리며 빈틈없이 짜여진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노래는 패기가 약한 남성에게 진실로 힘을 북돋워 준다. 연애에 실패한 일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상살이의 여러 모서리에 부딪히며 고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위로의 손길처럼 다가온다.
'헤이주드'란 노래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애틋한 사연이 담겨있다. 1967년 존 레논은 조강지처인 신시아와 아들 줄리언을 버리고 일곱살 연상인 오노 요꼬와 재혼했다. 레넌은 런던 몬타규 광장에 있는 링고 스타소유의 아파트에서 살림을 차렸는데, 폴 매카트니는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에 빠져 있을 다섯 살배기 어린 줄리언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런 줄리언에게 깊은 동정을 느긴 폴 매카트니가 만든 노래가 바로 '헤이주드'였다. 줄리언에게 바쳤던 탓에 원래 제목은 '헤이주드'가 아닌 '헤이줄리(julle)'였으며 노랫말 속의 주인공 이름도 물론 그의 애칭인 줄리였다. 1968년 비틀스의 노래로 발표하면서 대중적 취향에 맞춰 제목을 '헤이주드'로 바꾸었다. 하지만 어린 줄리언이 크나큰 시련 속에서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나기 바라는 폴 매카트니의 따스한 감성의 숨결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후일담 한토막. 지난 96년 런던에서 '로큰롤 기념물 경매'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거기에는 존 레넌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동그란 안경에서 폴 매카트니의 오리지널 작곡 악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3백 29점의 기념물이 출품되었는데, 이 중 '헤이주드'의 악보가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누군가에게 2만 5천 파운드(약 3천 2백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 수수께끼의 인물은 비틀스의 열렬한 팬일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십여 일 만에 밝혀진 그 장본인은 바로 존 레넌의 아들 줄리언이엇다. 줄리언은 '헤이주드'악보 외에도 그림엽서 세 장 등 아버지의 유품들을 5만 5천 파운드(약 7천만원)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하여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줄리언이 엄청난 돈을 들여 사들인 존 레넌의 유품 하나 하나는 그에겐 불행했던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들인 것은 자5신을 버린 매정한 아버지를 용서함은 물론 아버지를 다시 느껴 보려는 줄리언 나름의 화해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줄리언은 '헤이주드'의 노랫말 대로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