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은 백두대간상의 김천을 지나는 대덕산 남쪽 초점산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져 경남과 경북의 경계를 이루며 수도산, 단지봉, 두리봉을 거쳐 합천군과 성주군의 경계선상에 높이 솟아 있는 산이다. 가야산의 주능선 칠불봉(1천433m)과 상왕봉(1천430m)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 일대는 날카로운 암봉이 늘어서 석화(石火)에 비유되기도 한다. 기암괴석 전시장같이 경관이 빼어난 능선인 만물상 코스를 찾았다. 대부분 가야산을 합천의 산으로 부르지만 이번에 찾은 곳은 성주군에 속한 곳으로 그동안 막혀 있다가 2010년 38년 만에 개방됐다.
들머리는 백운동지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을 지나 포장길을 따라 약 200m를 가면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시작된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야영장 쪽은 용기골을 따라 서성재로 오르는 코스이고 건물 바로 맞은편 가파른 길을 올라야 만물상 코스로 가는 길이다. 5분쯤 오르면 김해허씨 묘와 전주이씨 묘를 잇따라 지나고, 15분을 더 오르면 첫 나무 계단에 닿는다. ‘가야 06-01’로 적은 구조위치번호 푯말을 지나 2분을 더 오르면 둘째 계단 아래에 ‘서성재 2.4㎞,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0.6㎞’의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부터 야트막한 오르막의 암릉 구간이 이어지는데 오른쪽 용기골 건너편으로 동성봉에서 주봉 칠불봉까지 능선이 숨었다가 보였다가를 반복한다. 바윗길을 지날 때에는 햇살이 따가워 땀이 맺히다가도 잠시 그늘에서 쉬면 쌀쌀해 겉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주능선에서 가끔 왼쪽으로 허물어진 석축이 보이는데 가야산성의 흔적이다. 작은 암봉을 좌로 돌거나 우로 돌아 서너 번을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여가다가 ‘서성재 1.7㎞’ 이정표 앞에 서면 바위봉우리는 정면으로 이어지는데 이정표 방향은 오른쪽으로 90도 꺾여 가리키고 있다. 정면의 바위를 오를 수가 없어 오른쪽으로 바위 사이로 비켜 돌아나가도록 길이 나있다. 이 구간을 지나면 정면에 만물상 봉우리가 딱 버티고 있다. 한 봉우리를 돌아나가면 절경이고, 또 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비경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가야산의 기암괴봉을 불꽃에 비유해 석화성(石火星)이라 하고 산 위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고 하였으니 선생도 필시 이곳을 올라본 후에 기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길게 놓인 목재계단을 오르면 현재 위치 만물상을 표시한 안내도와 구조 위치 푯말이 나란히 서있는 만물상 봉우리다. 만물상이라는 안내도에 다소 의아해진다. 숲에서는 숲을 볼 수 없고 나무만 보인다는 말과 같이 만물상 봉우리에서는 만물상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잠시 후에 알게 된다.
넓은 데크를 지나고 바위를 돌아나가자 작은 봉우리 위에 올라서는데 정면의 상아덤 봉우리와 정상 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만물상 봉우리 서쪽 사면에 부처를 닮았고, 코끼리, 개구리, 돌고래 등의 동물 모양을 하거나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바위가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해발 1천m 높이의 능선에는 마가목 열매가 빨갛게 익었고, 일찍 단풍이 드는 쥐똥나무, 개옻나무 등은 벌써 붉게 물들며 제법 가을 분위기를 연출한다. 상아덤으로 오르려면 작은 봉우리를 두어 번 넘어야한다. 짧거나 길게 놓인 계단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놓여있다. 계단을 오르며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면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발 아래 만물상은 수석 전시장이고, 팔공산 방향으로 실금을 그리듯 도열한 산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첫댓글 총무님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