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경북 안동시학생회에서 경주 남산을 다녀오며 쓴 글입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휴일의 아침해는 아름답다. 특히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나로서는 또 다른 행성의 아침을 맞는 듯한 느낌이다.
아침에 무슨 옷을 입고 가야하나를 걱정해야 할 만큼 나는 아주 오랜만의 산행에 들뜨기도 했지만, 산행에 필요한 옷가지와 여러 가지 장비들이 없는 것을 아쉬워 하기도 한다.
그럭저럭 차려입은 옷을 입고 나는 학습관으로 향한다. 멀리에서 학생회임원들로 보이는 여러 사람들이 일찍부터 분주히 음식물들과 음료수 등을 챙기느라 바쁜 모습이고, 경사진 학습관의 입구에는 참석한 학우들의 고만한 키순서 대로 자연스럽고 풍경 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지난해 봄 체육대회 때는 용상강변둔치까지 갔으면서도 서먹함을 예상한 나는 발길을 집으로 돌리고 말았던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이나 서먹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아는 얼굴들이 있다고 일년 전의 얍삽한? 나의 행동은 오간 데 없고, 시간에 맞추어 차의 시동을 끈다.
준비한 카메라의 필름을 사기위해 조금 걷기로 한다. 분주한 학우들을 뒤로하고 저만치 보이는 가게로 간다. 담배를 파는 곳임을 알리는 간판이 있는 가게에서 두통의 필름을 사고 끊으려 했던 담배를 한 갑을 사려다 이내 이백 원 하는 스피아민트 껌을 산후 다시 학습관으로 향한다.
차로 가서 필름을 걸어 두어야겠기에 내 체형에 맞게 조절된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권춘현씨가 전화기를 귀에 갔다댄다. 귀 너머로 들리는 여인의 음수율이 부탁조다. 지금 위치가 태화 삼거리를 지났으니 서부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안동꽃집으로 마중을 나와 달라는 것이다. 어쨌든 반갑다.
권 치과 앞에서 만난 서계화씨는 전날 눈병이 단단히 낫단다. 그래서 병원에도 다녀오고 오늘 이렇게 참석하노라고 한다. 시집 잘 가기를 기도한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일행들은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한다. 나는 이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소위 문화권력과 미국 중심의 패러다임을 이런 소규모의 지방색에까지 결부시켜 그것은 단호히 잘못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동양적 관용이다. -물론 동양적 관용이라는 말은 내가 처음사용한 말은 절대로 아니다.- 동양적 관용에는 참 여러 가지가 있다. 선불교의 '차 한잔 마시고 가시게'류의 관용이 있겠고 동양최대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세습하려는 것에 동의 하는 관용도 있을수 있겠다. 또 얼마 전 신문을 보는데 한국최대의 기업인 삼성과 엘지의 기업이미지를 비교하는 기사가 난 것을 본적이 있는데 대략 이렇다. 삼성의 화장실에 가보면 당신이 한번 사용하는데 드는 화장실비용은 얼마이니 물을 아껴 쓰자는 문구가 벽에 붙어 있고 반면 엘지의 화장실에는 뒷사람을 위해 한번 물을 내려 청결히 하자는 문구가 붙어 있다고 한다. 내가 내적 갈등으로 분출한 가스와 잔여물들을 뒷사람에게 남겨주지 말자는 것이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리고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나는 관용의 편을 들고 싶다. 사실 어느 사례가 좀더 관용에 해당하는 지는 모호한 구석도 없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관용이다.
버스에 올라 난 맨 뒷자리를 응시하며 버스에 탄 사람들을 곁눈질한다. 우선 운전을 해주실 기사분을 본다. 40대 중반또는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불그스름한 얼굴에 모가난 얼굴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