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카페에서 이천년 결산 한국영화 베스트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밍카에 그글을 복사해다 옮겨놓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개봉하는 왠만한 영화는 다 보고 넘들 잘 안보는 영화도 두루 섭렵하는 터라... 그중에서도 방화를 중심으로 괜찮게 본 영화들 관전평을 적어보았네요. 정서에 맞을 거 같으면 비디오로 함 빌려보셔요. 근데... 다들 보셨을 거같은 영화들 뿐이라..
글쎄 번번히 지루하군 뻔하군 하는 실망을 하곤 하면서도 등장남과 등장녀 둘을 주축으로한 애정행각?의 영화를 보게 된다.
최근에도 그렇게 봤다가 실패했지.. 뉴욕의 가을-위노나 라이더는 여전히 풋풋하고 이쁘더군... 정말 예쁘다니까.. 하지만 영화는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베티블루, 동정없는 세상, 정사, 화양연화. 적고 보니 성공한 경우가 더 많네.. ^^
8월~은 으음.. 뭐랄까 묘하게 사람을 애잔하게 하면서도 칙칙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아서 좋다. 비 쏟아지는 날 이불 뒤집어 쓰고 우는 남자도 나이트 클럽 화장실에서 눈물 훔치는 여자도 애잔하긴 한데.. 슬픔을 쥐어짜는 과장은 없다.
시한부 삶.. 비련.. 사랑하지만 보내줘야 해.. 뭐.. 이런 상투성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무거움과 칙칙함이 아닌 가벼움과 투명함이 느껴짐이 여타의 멜로 영화와는 다르다.
악어 / 김기덕
감독이 누구지? 하고 챙기게 되는 영화가 있나 하면.. 와? 저 잘생긴 배우는 누구지? 저 맛깔나게 연기하는 배우가 누구지? 하고 챙기게 되는 영화도 있다. 보통은 감독도 배우도 그냥 시큰둥.. 기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악어. 이 영화를 보고는 이 감독 누구야? 싶었다. 영화 짜임이 괜찮았거든. 왠지.. 퐁네프의 연인들..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스토리가 느껴지긴 했지만.. 뭐.. 영화란 까뒤집어 보면 다들 엇비슷한 고리 한두개는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니까..
마지막 장면..
같이 죽으려고 여자랑 수갑차고 한강에 뛰어들어가서 처음에는 감상에 젖어.. 그러니까..내가 사랑하는 내가 소유하고 싶은 여자랑 최후를 맞는구나..하며 얌전히 있다가.. 그러다가.. 점점 숨이 막혀오니까.. 이 남자 살려고 발버둥치고 여자에게 묶인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
으음.. 푸른빛 물속에서의 그 영상미도 멋쪘고 그 남자의 그러한 심리적 변화도 두루 겪게 되는 인간들의 속성을 잘 반영한다 싶어 썩이나 맘에 들었다.
개차반같이 살던 인간이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성인이라도 된 듯 경건해지면 그건 넘 영화같은 이야기가 되는거지않겠어?
송어 / 박종원
난 있잖어..
인간의 구린내나는 면을 들춰내는 영화가 좋더라. 열등감, 낭패감, 나약함,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치졸함... 그런 감정이 너무 병적으로 흘러 하드코어 싸이코 영화가 되면 현실성이 넘 떨어져서 잼 없고 그러한 온갖 추한 면들을 드러내면서도 또 어느순간 머쓱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씨익 감추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런 인간군상의 이야기.. 난 이런 이야그가 좋더라. 그렇게 공감갈 수가 없거든.
그래서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도 아주 공감가는 인물이고..
또.. 숏컷에 나오는 군상들은 죄다 공감가다 못해 정감간다니까.. 낚시할려고 유기된 시체 신고를 늦추는 인간, 남아도는 정력을 주체못하는 인간, 전처 집을 난창판으로 만드는 인간, 애기 키우면서 폰섹?해주는 여편네..
송어에서도 고상한 척하는 대학물 먹은 인간과 돈 있네하는 정육점 부부의 나름의 빛깔로 치장된 포장지가 벗겨지면서 생생한 살내음이 풍겨진다. 그리고 다시 찢어진 포장지로나마 추스려서 생생한 살내음 감추기... 내 입맛에 딱인 영화다.
박하사탕 / 이창동
이 영화 보고는 이런 영화는 다시 없겠구나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신들린 듯한 설경구의 연기와 이창동의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우리의 아픈 시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관통하는...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영화지 않나? 박하사탕보고 초록물고기도 봤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 영화는 챙겨서 다 볼까한다.넘 괜찮게 보았는데 이 영화에 대해 쓸말은 별루 없네.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홍상수
홍상수 영화는 다~ 괜찮더라.
강원도의 힘도 그렇고 오수정도 그렇고.. 하지만 돼지가~에서의 지루하고 조약한 일상들의 어수선한 듯 계산되지 않은 듯한 그 나열과 깔끔한 끝장면때문인 지 이 영화에서의 느낌이 다음의 두 영화에서 보다 더 강하다.
강원도의 힘과 오수정은 구성이나 말하고자 하는 바가 쌍둥이 처럼 닮아보여서 홍상수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홍상수니까 하는 느낌을 동시에 준다.
홍을 알게 된 첫 영화라 그런가.. 제목부터 꼭 보고싶네 하는 강한 유혹을 줬던 영화라서 그런가.. 홍하면 우물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정 / 배창호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지만 영화적 수준은 대단히 높다.. 뭐.. 잘 만든 영화다.. 관객들의 외면이 안타깝다.. 뭐..그런 야그가 있었던 영화로 안다.
그래서 비디오로 함 봤다. 근데 내 정서에는 아니더라.
하긴 난 서편제도 졸아가면서 봤던 사람이니까.. 온국민이 열광했던 그 서편제를 비디오로 나른한 휴일 오후에 보았는데.. 내게는 무슨 티브이문학관 보는 것 같더라. 내리감기는 눈까풀을 뒤집어 가며 반쯤 보다가 비디오 끄고 잤다.
앗,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도대체가 서편제랑 정이랑 무슨 연관관계가 있다고.. 갑자기 서편제를 끌어다 붙혔는지 모르겠네..
다시 정으로 돌아가서 영화적 완성도나 배우의 연기나 연출력이나.. 뭐 이런건 잘됐는지 모르겠는데 그 스토리는 정말이지 맘에 안 들었다.
한 많은 우리네 어머니들 이야기는 꼭 그렇게 밖에 그려질 수 없는가? 진부해..
흔하게 울겨먹던 이야기
어린 소녀는 자기보다 어린 코흘리개 꼬마 신랑에게 울며 시집간다네.
고된 시집살이 눈물로 지새며 견뎠다네.
꼬마 신랑 키워놓았더니 나이많고 무식한 마누라 싫다하네.
신식 여자 만나 조강지처 구박하네.
미련없어 집나와 홀홀단신으로 과부처럼 살았다네.
지나가던 옹기쟁이 만나 정붙히고 살았다네.
그 옹기쟁이랑 재미나게 천년만년 살잤더니 이네 팔자 기구하여 옹기쟁이 횡사했네.
중략...
이래저래 맡아기른 넘의 자식 서울대학생 되어 효도하네.
늦게 맡아기른 아들놈이 이네 한많은 인생 끝말에 꽃을 피우네..
정말 짜증나는 야그다. 정말 흔한 야그다. 우째 새롭달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정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