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와 이천 개의 흰 스위치
이 을
죽은 지 천년이 지나도 잠들지 못한 왕을 위해
제사장이 무덤을 열어 양 이천 마리의 머리를 잘라 넣었다
은쟁반 위에는 휘어지며 자란 뿔
졸음의 행렬 끝에서 제 그림자를 만나는 붉은 양들
ram ram ram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열 마리 양 백 마리
오래된 밤은 양들이 많이 필요하지
줄줄이 이어진
밤의 오와 열 사이
처방대로 낮은 베개에 몸을 뉘고 두 손은 가슴에 모으고
a sheep
two sheep
three sheep
four sheep
잠을 자야 하는데
지금 한가하게 양이나 세며 누워 있어도 되나
a sleep
two sleep
three sleep
four sleep
깊은 잠이 들기엔 시끄러운 알약들
떼로 울어대는 베개들
램 램 램 맴 맴 맴
램 램 램 맴 맴 맴
왕의 뇌는 소금에 절인 뒤로 날마다 심해로 가라앉는 기분이라는데 같은 꿈을 천 번쯤 꾸면 램프를 켰다 끄듯이 드나들 수도 있을까
눈꺼풀을 스위치처럼
켰다
껐다
켰다
껐다
그때 나의 양들은 켜진 세계와 꺼진 나라의 국경을 뛰어다니고
나와 람세스와 양들은 우리들의 국경을 넘어
갔다
왔다
갔다
왔다
납작한 용기에 갇힌 채
햇반처럼 켜켜이 쌓인 이천 개의 불면
잃어버린 머리를 찾아 몸뚱이들이 피라미드를 오른다
제사장은 불면과 불멸을 착각했던 것일까
피라미드 속을 돌아다니던 양들이 뜯어먹다 남겨놓은 미로들
꽃가루들
문자들
생명이 없으면 죽지도 않는다
낮이 없다면 밤이 사라지는 일처럼
머리 없는 양들이
무덤 밖을 떠도는 밤
a sleep
two sleep
three sleep
four sleep
커다란 눈꺼풀을 그려 놓고 양을 밀어 넣는 불면의 람세스
*이집트 람세스 2세의 신전에서 양 머리 미라 2,000여 개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람세스 사후 1,000년 뒤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그 시점까지도 람세스 숭배 의식이 이어졌음을 암시한다고 발굴팀은 전했다.
이을 (본명:최윤정)
2014년 김유정 신인문학상
2026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26 계간문예 봄호 발표
첫댓글 심오한 이집트의 람세스 2세의 신전으로 들어가 봅니다.
시 감상으로 고요한 밤, 개구리소리 등에 업고 기울입니다.
진짜......진짜는 왜 진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