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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못 미치면 바로 호수에 빠지고요.
왼쪽은 OB 나기 십상이고,
오른쪽은 해저드가 바짝 붙어 있어요.”
“그런데 왜 좋아해요?”
“재미있잖아요.”(웃음)
우문현답(愚問賢答). 프로들은 역시 달랐다.
기록이 생각처럼 따르지는 않았지만, 도전욕으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곳을 그들은 ‘나의 홀(hole)’이라 불렀다. 골프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프로골퍼들이 말하는 ‘나와 그 홀의 인연’을 들어봤다.
"머리는 좋은 데서 올려야 한대서 갔더니만…"
방 극천 KPGA프로 우정힐스 9번홀
1969년생/ 2000년 프로 입문/ 2001년 KTF투어 상금 랭킹 12위/ 플레잉 프로
김환태 프로가 ‘머리는 좋은 데서 올려야 한다’며 나를 끌고 간 곳이 바로 우정힐스다. 전체적인 코스 레이아웃이 잘돼 있는 편이다. 특히 가파른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9번 홀이 잊혀지지 않는다.
좌측에 둑을 형성하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샌드 벙커가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샌드 벙커 밑에는 가파른 경사의 법면이 있어 심한 훅이 걸리면 법면으로 볼이 굴러떨어지는 최악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 홀에서의 티샷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약간 치우치는 드로샷이 유리하다. 좌측 샌드 벙커와 페어웨이 우측에 있는 마운드를 동시에 피하고 쉽게 세컨드 샷을 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볼이 샌드 벙커에 빠지면 파는 기대하기 힘들다.
요약하면, 왼쪽으로는 오비, 우측에는 언덕이 버티고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초보자에게는 힘겨운 코스일 수 있다. 그린 왼편은 밑이 3m나 되는 벙커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래서 버디가 잘 안 나온다. 내 기억으로는 여기서 67, 68타 정도를 기록한 것 같다. 그리 나쁘지 않은 데이터다.
이 밖에 한화용인프라자 3번홀도 기억에 남는 홀 중 하나다. 숏홀인데도 의외로 긴 편이다. 200m 정도 되는 데 오르막이다. 지난 2000년 프로 테스트 때 이 홀에서 이틀 연속 버디를 쳤다.
우정힐스는 경부고속도로 서울기점 93km지점의 목천 톨게이트 좌측에 위치하고 있다. 재계인사중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호(牛汀)로 이름 붙여졌다.
성태모 우정힐스 회원관리파트장은 “세계 5대 골프설계자 페리 오다이(Perry O.Dye)가 설계한 특색있는 웨스턴 스타일의 코스”라며 “코스 내 12개의 연못이 16개의 홀에 접하고 있어 조경미가 뛰어날뿐더러 크로스 해저드가 가능해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확 트인 느낌, 기록이 말해준다”
강경남 KPGA 프로 레이크사이드 서코스 11번홀
1983년생/ 2003년 프로 입문/ 2005년 가야오픈 3위/ 2005년 상금 순위 11위
2003년 SBS대회 당시 박세리 등과 함께 성대결을 벌일 때였다. 원래 11번 홀은 남자 프로들도 백헤드하면 잘 안 맞는 곳이어서 투온이 나오기 힘들지만, 나는 운 좋게도 투온에 성공했다. 그 뒤로도 다른 프로와는 달리 여기서 기록이 잘 나온 편이었다. 버디와 이글이 자주 나왔다. 평소 확 트여 있으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나는 코스를 선호하는 편인데, 코스가 넓지는 않지만, 호수를 끼고 있어 답답한 느낌이 없는 이 홀이 기록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이 홀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그린이 멀리 보일 정도로 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그린 앞쪽에 해저드가 있고, 시합할 때는 보통 우그린을 많이 쓴다. 투온을 노리다가 호수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은데 백티가 598야드 정도 된다. 상당히 긴 편이다. 결국 드라이버가 300야드 나간다 해도 투온은 쉽지 않다. 그린의 경우 조금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데, 정확하게 도달해야 온이 될 수 있다. 무리하다 물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까다롭지만, 후반 라인에서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는 타이밍에 있는 홀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크사이드는 회원제 18홀과 퍼블릭 36홀 등 총 54홀로 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만큼 잘 알려져 있는 골프장 중 하나다.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골프 초보거나 고수거나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간혹 회원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초보든 고수든,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레이크사이드를 좋아한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지리적 여건이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퍼블릭이라 할지라도, 정규 회원제 코스보다 코스 자체는 오히려 더 나았으면 나았지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골퍼들에게 듣고 있다.
"오비와 첫 우승의 추억"
김대섭 KPGA 프로 한양 CC 15번홀
1981년생/ 2001년 프로 입문/ 2005년 에머슨퍼시픽그룹 오픈 2위/ 2005년 상슴 순위 3위
고향 같다고 해야 되나…. 한양CC에 가면 일단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분 좋은 추억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98년과 2001년, 아마 때 이곳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했다.
고등학생이었던 98년 우승 때는 이글을 한 곳이기도 하다. 고백하건대, 사실 그때 우승은커녕 오비 날 뻔했었다. 다행히, 한 끝발 차이긴 하지만, 60야드짜리 어프로치가 그냥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이 홀은 좌측으로는 계속 OB구역이다. 긴 홀은 아니지만, 460m는 족히 된다. 그래서 티샷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 우측에 벙커가 있고 좁은 편이어서, 드라이버 치기도 까다로운 곳이다. 나는 지금도 이 홀에 서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드라이버를 조심스레 만진다.
지난 1964년 상업 골프장으로는 국내 최초로 오픈한 한양CC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 중 하나다. 도착순이어서, 아침에 설사 비가 온다하더라도 부킹을 하지 않고도 찾을 수 있는 골프장이다. 최상호 프로가 단골로 찾고 있고, 조현준 프로가 클럽 소속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수작업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라인을 살려 코스를 개발했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많다”며 “15번 롱홀의 경우 기록이 잘 나오는 곳은 아니지만, 골프의 드라마틱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라고 자랑한다.
비공식 기록이기는 하지만, 한양CC는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 두 번이 기록된 적이 있을 정도로 기가 센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음 편안케 하는 이천평야의 마력
김소희 KLPGA 프로 비에이비스타 동코스 1번홀
1982년생/ 2003년 프로 입문/ 태영배 제19회 한국여자오픈 5위/ 2005년 상금순위 14위
비록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비에이비스타에서 다섯 번 정도 게임을 해서 그런지, 골프장에 들어서면 마음이 늘 편하다. 다행히 동코스 1번 홀에서는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33m 하향의 도그레그홀로서 넓게 펼쳐진 페어웨이와 확 트인 이천 평야가 시야에 들어와 마음껏 샷을 하도록 유혹하는 홀이다. 티샷 장소에서 공 떨어지는 자리가 보이기 때문에 어딜 봐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전략을 구상하기도 용이하다.
한번은 왼쪽 언덕에서 티샷을 했는데, 공이 언덕을 맞고 힘없이 흘러서 가슴이 철렁한 적이 있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삐뚤어진 공이 가운데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초반부터 엄청난 부담을 안고 시합을 할 뻔했다. 그린은 큰 편이라 세컨드 샷하기 편하다.
60만평 대지에 펼쳐진 36홀 골프장인 비에이비스타(구 백암비스타) 컨트리클럽은 서울에서 50분 이내의 거리, 소수정예회원제, 온천타운, 콘도미니엄, 골프빌리지, 실버타운 등을 갖춘 종합레저타운으로 구성됐다.
지난 9월9일 이곳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총 상금 4억 원) 1라운드에서 17세 동갑내기 여고생 두 명이 첫날 공동선두로 나서 거센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켰다. 국가대표 신지애(함평골프고 2년)와 김송희(제주관광산업고 2년)는 나란히 4언더파 68타를 쳐 쟁쟁한 ‘프로 언니’들을 모두 제쳤다. 신지애는 올해 한국주니어선수권과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을 비롯해 5관왕에 올랐으며, 김송희는 그린국제골프배와 호심배 챔피언이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이들은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힌다.
'아! 아까워라… 한 뼘 모자랐던 이글"
문현희 KLPGA 프로 나인브릿지 9번홀
1983년생/ 2003년 프로 입문/ 태영배 제19회 한국여자 오픈 7위/ 2005년 상금 순위 12위
지난해 나인브릿지 대회 때였다. 첫날부터 미국 선수들이 많이 왔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유명한 로라 데이비스 등도 왔었는데, 당시에는 사실 잘 치는 사람인 줄도 몰랐다. 다른 프로들은 쟁쟁한 미국 선수들 때문에 주눅이 들어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다고 들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그런 때 쓰이나 싶었다.
나는 다행히 원래 페이스대로 쳤다. 나인브릿지는 처음 나갔는데, 국내 선수들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전체 성적은 17등. 4언더파를 기록했다.
연습 때는 코스가 길고 그랬는데, 시합 때는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홀은 이글을 할 뻔했던 9번 홀. 한 뼘 정도 짧아서 박수를 받았다. 좌측으로 길게 뻗어있는 물과 벙커 및 페어웨이 우측의 벙커가 어우러져 내가 다녀본 골프장 중 티에서 바라보는 광경이 가장 아름다운 홀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접한 호수 위 정면으로 보이는 한라산과 페어웨이를 감싸 들어오다 다시 그린 쪽으로 넓어져 가는 좌우측 삼나무 숲, 그리고 좌측 페어웨이에서 티잉 그라운드 쪽 호수로 흘러 들어오는 시냇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컨드 샷 때 필수적으로 피해야 하는 크로스 벙커도 눈길을 끌었다.
그린 공략이 정말 힘들었다. 3단 그린인데, 80~100m 전면에 벙커가 밀집해 확실한 타깃 골프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양잔디를 좋아하는데, 그린이 모두 그랬다. 어려운 코스였지만, 아기자기한 맛도 있어서 그런지 다행히 잘 맞았던 것 같다.
나인브릿지는 CJ가 수목, 돌담, 건천 등 제주도의 평탄한 구릉지대의 지형조건을 최대한 살려 조성한 자연친화적인 골프장이다. 건천과 호수로 이루어진 크릭코스(1~9번홀)와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넓은 페어웨이와 깊은 벙커로 이루어진 하일랜드코스(10~ 18홀)로 나뉘어 있다.
첫 시합서 19언더 짜릿한 우승
박도규 KPGA 프로 아엠비(IMG)내셔널 밸리 8번홀
1970년생/ 1994년 프로 입문/ 2005년 로드랜드 클래식 4위/ 2005년 상금 순위 13위
파4 내리막 미들홀이다. 세컨드 샷 지점. 발아래 굽어 펼쳐진 긴 하향의 홀이다. 한마디로 까다롭다. 오른쪽은 레이크 코스라 경사가 심하게 져서 오비 나기 딱 좋고, 왼쪽은 러프다. 티샷하기 거시기(?)한 곳이다. 백티에서 포워드 선수들이 치면 그린까지 거리가 130m 정도 된다. 시원한 드라이버와 정확한 어프로치는 필수다. 그린이 좌에서 우로 긴 편인데 중앙에 벙커가 있어 시종일관 마음놓기도 힘들다.
다행히 2001년 이곳에서 19언더로 처음 우승을 했다. 시합이라는 걸 처음 나갔을 때여서 더욱 뇌리에 생생하다. 코스 레코드는 64타.
아엠지는 페어웨이가 조금 넓은 편으로 위험한 장소는 없다. 레이크, 밸리, 마운틴 코스로 나뉘어있다. 레이크가 가장 쉽다는 평이다. 밸리코스에 해저드는 없고, 마운틴 코스는 가장 힘든 코스다. 길고, 그린이 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중앙·IMG내셔널·리츠칼튼(이상 각 27홀 규모)CC를 보유하고 있는 에머슨퍼시픽그룹은 현재 금강산에 18홀 규모 골프장과 콘도를, 경남 남해에 19홀 규모 골프장과 콘도·스파 등 각종 리조트시설을 건설 중이다. 에머슨퍼시픽은 내년에 금강산과 남해 골프장이 완공되면 국내 최대 규모인 118홀의 골프코스를 보유하게 된다.
최근 에머슨퍼시픽은 북한 개성공단 인근에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에머슨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개성 골프장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 라운드를 하고 선죽교, 만월대 등 개성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오후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도, 그늘집 음식도 일품"
박희영 KLPGA 프로 캐슬파인 레이크 4번홀
1987년생/ 2004년 프로 입문/ 2005 XCANVAS 여자오픈 4위/2005년 상금 순위 10위
지난해 겨울 이곳에서 처음 샷을 했다. 겨울임에도 초록색 양잔디가 그린을 수놓고 있었다. 땅이 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발에 와 닿았던 그 사뿐사뿐한 감촉이란…. 기억이 생생하다. 우중충한 회색빛 겨울 냄새는 적어도 캐슬파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대가 높아 공기도 좋았다.
나의 시선을 끈 홀은 단연 레이크 4번 홀. 보통 롱홀은 한번 끊어 치면 재미가 반감되게 마련인데, 이 홀은 그렇지가 않았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쉽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기록은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나인 홀, 3언더파에 그쳤다. 사실 이 정도면, 잘 친 거였다.
553야드 내리막 좌우 도그레그홀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정면에 보이는 벙커 우측방향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비교적 짧은 거리의 파5 홀이지만, 정확한 샷을 요구한다. 투온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스리온을 노리는 전략이 좋다.
이로 인해 4번 홀은 캐디들과 골퍼 사이에 승강이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투온 도전을 원하는 골퍼와 투온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캐디 언니들과의 의견차이 때문이다.
페어웨이 왼쪽은 벙커와 해저드이며 오른편은 OB 존이다. 잘 맞은 티샷은 강한 투온의 유혹을 이끌어내지만, 투온을 위해서는 그린 우측에 자리 잡은 연못을 피해 나무숲을 넘기는 높은 탄도의 샷이나 정확한 드로샷이 요구된다. 까딱 잘못하면 OB 나기 십상이다.
말미에 고백할 게 있다. 연습도 연습이었지만, 그늘집 음식을 잊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바비큐 소시지를 구워먹기도 했고, 머핀이 너무 맛있다.
캐슬파인 단골인 모그룹 사장님과의 내기 골프도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핸디가 높지는 않지만, 잘 치는 편이었다. 너무 쉽게 봐서 돈을 몽땅 털렸다. ‘겸손’이라는 골프의 미덕을 다시 한번 깨달은 사건이었다.
"예쁘지만 공략하기 어려운 처녀 같은…"
안주환 KPGA프로 동양파인크리크 파인 4번홀
1971년생/ 1995년 프로 입문/ 2005년 로드랜드 클래식 2위/ 2005년 상금 순위 19위
회원이기 때문에 자주 가는 곳이다. 일단 코스 자체가 너무 예쁘다. 티잉 그라운드가 높은 고지에 있는데 멀리 밖으로 호수가 보인다. 기분 좋은 경치가 기록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버디가 자주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쉬운 홀은 결코 아니다. 우측이 OB지역이며, 티샷 및 세컨드 샷 모두 건너 치는 홀로, 장타보다는 정확한 샷을 구사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세컨드 샷을 약간 길게 하는 것이 좋다. 티샷만 잘하면 버디를 시도할 수 있는 홀이다.
파인크리크는 전반적으로 코스가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27홀 중 26개 홀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도록 설계돼 홀 공략이 쉬운 것 같지만, 넘어야 할 계곡과 호수가 많아 기량이 부족한 골퍼에겐 난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이유가 있다. 골프를 잘 치는 오너가 운영하는 골프장들은 건설단계에서부터 코스를 어렵게 세팅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파인크리크의 모기업인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의 골프 실력은 재계에서도 알아줄 정도다.
파인크리크는 27홀 전 코스가 남 북향으로 놓여 있어 태양광선에 의한 장애를 받지 않고 라운딩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5개로 구성된 티잉 그라운드를 모두 오픈해 기량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3개의 커다란 능선을 활용해 개별적으로 구성된 파인, 크리크, 밸리코스로 구분돼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평균면적 700㎥인 그린인 경우 평균 경사를 3% 이내로 해 그린공략이 어렵고 재미있게 설계돼 있다. 페어웨이는 국내 토양에 가장 적합한 직립형 중지로 식재되었으며, 기존 골프장의 2배 이상 배수시설로 최적의 라운딩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파인크리크측의 설명이다.
티잉 그라운드 서면 도전의식이 활활
안창수 KPGA 프로 휘닉스파크 GC 레이크코스 17번홀
1972년생/ 1997년 프로 입문/ 2005년 포카리스웨트 오픈 3위/ 2005년 상금 순위 31위
2001년도인가, 셋째 날은 더블보기, 넷째 날은 이글을 잡았던 곳이다. 왼쪽으로 휘어져 있어 질러서 잘 치면, 투온 찬스를 잡을 수 있는 코스다.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면, 그만큼 보상이 따른다. 그린은 좀 어려운 편이다. 핀 위치에 따라 공략법이 다르다.
레이크코스 홀이지만, 이 홀에는 호수가 없다. 대신, 그린 한가운데 있는 벙커로 인해 압박을 느낀다. 가서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모호한 지점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벙커를 넘어 치려면 욕심을 좀 내야 하는 거고, 안전하게 가려면 투온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왼쪽으로 90도 가까운 곳에 휘어진 호수가 있고, 필드 한가운데 가까운 곳, 먼 곳 등 벙커 세 개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좋은 샷을 날리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만큼 소득이 따른다.
우선 페어웨이 폭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티샷을 얼마나 정확히 치느냐가 관건이다. 17번 홀은 맨 끝에서 두 번째 홀이라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장소다.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17번 홀은 한마디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홀’, ‘결정적인 홀’이라 할 수 있다.
휘닉스파크의 설계철학은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응당한 보상을 해주는 컨셉트다. 잭 니클로스가 시그너처를 수여한 국내 유일의 골프클럽으로 총연장 6,336m(6,932야드), 18홀(72파)로 구성됐다. 광대한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한 설계로 힘과 정확도의 균형에 역점을 뒀으며, 환경 친화적이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마운틴 코스(1~9홀)는 울창한 침엽수림과 함께 아름다운 페어웨이의 경관을 살리면서 전략성을 높여 치밀한 경기 운영을 필요로 하며, 레이크 코스(10~18홀)는 자연스러운 마운드와 7개의 거대한 호수가 홀을 따라 자리 잡고 있어 과감한 도전 의식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어렵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고…'
이지영 KLPGA 프로 천안상록CC 중코스 5번홀
1985년생/ 2004년 프로입문/ 제19회 태영배 한국여자오픈 우승/ 2005년 상금 순위 1위
천안상록컨트리클럽 붙박이다. 매일 나인홀을 돈다. 보통 나인홀 돌면, 2언더나 3언더파 정도의 기록이 나온다. 이 홀은 한마디로 ‘되게 어렵다.’ 홀이 길기도 하려니와, 우측으로 가면 OB가 나기 쉽다. 물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린도 어렵다. 약간 올라가 있고, 양쪽으로 벙커가 쩌억 입을 벌리고 있다. 특히 세컨드 샷에서 우측 벙커를 유의해야 한다. 1클럽 길게 잡는 것이 좋다. 티샷은 좌측 산봉우리 방향을 겨냥하는 것이 유리하다.
천안상록컨트리클럽은 공무원후생복지시설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운영한다. 페어웨이가 길어서 초보자도 쉽게 칠 수 있고, 아기자기한 코스로 유명하다. 골퍼들로부터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다. 퍼블릭임에도 회원제 골프장에 버금가는 잔디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기 때문에 부킹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인의 경우, 공무원들의 예약이나 당첨이 끝난 뒤에나 부킹이 가능해 사용이 쉽지 않은 편이다.
공무원 관련 시설이라 역대 총리들이 애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위 이용자는 물론 김종필 씨다. 총리 시절, 대전 및 충청남북도 기관장과 기업체 대표 등을 초청해 친선 골프모임을 자주 가졌다. 최근에는 이해찬 총리도 가끔 기관장들과 함께 이곳에서 라운딩을 한다.
나의 첫 홀인원의 추억
지은희 KLPGA 프로 마이다스밸리GC 마이더스코스 7번홀
1986년생/ 2004년 프로입문/ 태영배 제9회 한국여자오픈 3위/ 2005년 상금 순위 9위
작년에 홀인원한 곳이다. 라인을 타고 빨려 들어가던 공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단순한 운은 아니었다. 대교그룹에서 집이 가평인 점을 배려해 준 덕분에 매일 이곳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
마이더스코스 7번 홀(비너스홀)은 파3홀 173m짜리 쇼트홀인데, 코스가 상당히 잘 정비돼 있다. 암반계류와 폭포에 둘러싸인 티잉 그라운드, 대형 폰드, 비치벙커, 물위에 떠 있는 그린 등 마이다스 밸리 골프클럽의 모든 장점을 겸비한 홀이지만 공략은 몹시 까다로운 편이다. 그린 2개의 컵존 중 우측은 물에 둘러싸여 정확한 샷이 아니라면 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곳은 마이다스밸리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기도 하다. 앞에 해저드가 있는데, 벙커와 워터 해저드의 경계가 없다. 코스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우측은 위험하니까 더 어렵고, 그린은 가로형으로 길쭉한 2단형이다. 왼쪽을 파고들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핀을 바로 공략하는 게 이 코스에선 정석이다.
북한강 청정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마이다스밸리는 아폴로·아킬레스·주피터·헤라·비너스·박카스 등 모든 홀 이름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각 코스도 그 특징을 살려 그리스·로마 신화와 아테네 양식을 기초로 설계됐다고 한다. 총 7,021야드(파72) 중 블라인드 홀이 없어 안정적이고, 82개의 티잉 그라운드는 다양한 티샷과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조성돼 있다. 확 트여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 골퍼들이 많이 찾는다.
마이더스코스 8번 큐피드 홀은 전체 홀 중 가장 짧은 홀이지만 국내 최고(7m)의 항아리 벙커가 있어 코스 공략의 묘미를 더해 주는 매력적인 코스로도 유명하다.
"남자 스타일의 골프장이라야 좋다"
최나연 KLPGA프로 부산아시아드CC 파인코스 7번홀
1987년생/ 2004년 프로 입문/ 제5회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 우승/ 2005년 상금 순위 3위
아시아드를 처음 간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후보 4명 중 1명을 뽑는 시합이었다. 7번 홀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내가 1등이었다. 9번 홀을 지나면서 밀려 결국 떨어졌다. 속으로 많이 울었다. 당연히 내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홀이 됐다. 이처럼 7번 홀은 파인코스의 승부처라 할 수 있다. 골퍼의 희비가 극적으로 엇갈리는 곳이 바로 7번 홀이다.
특히 나는 남자스타일의 골프장을 좋아하는데 이 코스가 딱 그랬다. 코스가 길고, 왼쪽 해저드가 그린 앞에까지 바짝 붙어 있다. 멀리 좌측으로 연못이 보이고, 페어웨이 양쪽에 소나무 숲이 일렬로 정렬돼 있다. OB존, 물, 벙커 등 장애물이 연속돼 길고 정확한 샷이 요구된다. 그린도 2단으로 되어 있어 온이 어렵다. 기록이 좋게 나올 리 없다. 지금 기억으로는 가장 잘한 게 파였다. 심지어 더블 보기 기록까지 가지고 있다. 결국 이 홀에서의 스코어에 따라 승패의 명암이 가려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연 아니고라도 아시아드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우선 골프장이 멋있다. 외국의 골프장 같다. 잔디가 좋을뿐더러 주변 경관도 화려하다.
2002년 아시안게임 골프경기 개최를 위해 조성된 아시아드는 부산·경남지역 골프장 중에서 회원권 가격이 가장 고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안게임의 유명세에다, 해운대에서 15분 거리의 접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골프장이 보통 100m가 넘는 표고차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드는 40m에 불과해 업다운이 거의 없는 골프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굴곡이 적은 평탄한 코스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회원위주로 운영되며, 레이크, 밸리, 파인 등 3개 코스로 짜여 있다.
[출처] [월간중앙 특집] 프로골퍼 12인이 말한다ㅣ`아~! 그 홀!` |작성자 그날이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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