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선 ‘월급통장’이 화두다. 월급통장 활용여하에 따라 적잖은 가욋돈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월급통장은 무수익이 전제된 수시입출 기능만 해왔다. 월급통장에 이자가 붙는다는 건 어지간한 고액연봉자가 아니면 상상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CMA(어음관리계좌 혹은 종합자산관리계좌)로 불리는 자산관리통장이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소액이라도 일반 예금금리의 3~4배에 달하는 CMA통장 특유의 수익성이 부각되면서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월급통장을 증권사로 옮기는 추세다. 물론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적잖다.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실적배당 상품이란 점과 부가서비스 이용 때의 각종 번거로움이 약점으로 꼽힌다. 원금이 깎일 확률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고객입장에선 걸림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와중에 또 하나의 비슷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해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다이렉트뱅킹(Direct banking)이다. HSBC가 최근 한국에선 최초로 다이렉트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이렉트뱅킹은 영업점 없이 인터넷과 전화(콜센터)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문 온라인뱅킹을 말한다. 지점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아껴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대폭 깎아주고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는 게 다이렉트뱅킹의 최대장점이다. 원조는 지점(중개인) 없이 저렴한 수수료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온라인증권사나 다이렉트보험이다.
다이렉트뱅킹은 다양한 장점을 내세워 세를 불려가고 있다. 비교적 간단․명확한 상품설계로 눈높이를 낮춘데 이어 편리성까지 업그레이드시켰다. 당장 높은 이자율과 수수료 혜택이 돋보인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단 하루를 맡겨도 연 3.5%의 고금리 수혜를 받는다. 오프라인 은행상품과 달리 최소예치금과 예치기간 등 군더더기 조건이 붙지 않는 것도 정점이다. 타행 이체수수료 등도 면제된다. 결국 인터넷과 전화만 연결되면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반면 안전성은 한층 강화됐다.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를 이용해 보안시스템을 강화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것도 CMA보다 비교우위에 서는 근거다.
‘귀차니즘’ 고객에게도 입맛을 맞췄다. 은행창구를 찾지 않고 웹사이트에 계좌계설 신청서를 작성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후 전문상담원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직접 방문해 실명여부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24시간 내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명확인이 끝난 후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와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계좌계설은 완료된다. 가입조건은 한국거주자라면 누구든 ‘OK’다. 단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친권자(부모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입출금 역시 쉽게 할 수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 현금인출기(ATM), 무통장입금을 통해 다이렉트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 단 타행통장에서 입출금이 이뤄지면 해당은행에서 이체수수료를 부과한다. 출금은 반대로직을 따르면 된다. 웹사이트나 콜센터를 통해 다이렉트 계좌에서 자금을 옮긴 뒤 출금하면 된다. 이체수수료는 무료다. 나머지는 시중은행의 일반적인 출금방법과 동일하다.
다이렉트뱅킹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저금리 결과 0.1~0.2%의 이자차이만으로도 거액의 현금뭉치가 둥지를 갈아타는 시대상황을 감안하면 다이렉트뱅킹의 이자메리트는 유인책으로 손색이 없다. 실제로 HSBC 자료를 보면 연 3.5%의 금리는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평균 0.2%)보다 최대 17.5배 높다. 3,000만원을 예치했다면 3개월엔 26만2,534원, 1년이면 105만5,129원의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시중은행의 일반 저축예금이라면 각각 1만4,961원, 5만9,396원에 그친다. 쥐꼬리 이자와 함께 각종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기는 다른 상품에 비해 다이렉트뱅킹의 품질과 경쟁력이 파격적이라 불리는 이유다.
CMA도 다이렉트뱅킹의 출현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적게는 3%에서 최대 4%대까지 단 하루를 맡겨도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다이렉트뱅킹과 비슷하지만, 예금자보호에 취약하고(종금사 CMA만 예금자보호) 거래시간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혀서다. 고금리에 예금자보호가 가능한 MMDA(시장금리 수시입출금식 예금)도 환금성과 거래시간 등에선 다이렉트뱅킹에 밀리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대감도 높다. 일각에선 다이렉트뱅킹의 시장안착을 시간문제로 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렉트뱅킹은 기존 인터넷뱅킹보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유리하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운영비용을 절감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는데다 완벽한 24시간 영업체제와 백업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보고서는 국내은행의 생존전략으로 다이렉트뱅킹을 적극 권유했다. 은행권은 다이렉트뱅킹이 온라인증권사 출현 때처럼 가격파괴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다이렉트뱅킹은 한국에선 최초지만 선진국에선 낯설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다이렉트뱅킹은 유력한 재테크수단으로 떠올랐다. 장기상품인 뮤추얼펀드가 앞에서 끌면 단기투자처인 다이렉트뱅킹이 뒤에서 미는 형태가 일반적인 재테크플랜으로 정착됐다. 특히 미국․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선 후발주자에도 불구, 빠른 기세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원조로 꼽히는 HSBC는 89년 영국에서 ‘퍼스트다이렉트’를 출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콜센터와 인터넷안내만으로 24시간 본인계좌에 접속할 수 있어 시간부족을 토로하던 전문가그룹에 큰 인기를 얻었다. ‘움직이는 은행’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유럽을 HSBC가 장악했다면 미국에선 ING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ING다이렉트’는 판매상품수를 대폭 줄이고 온라인창구를 단순하고 신속하게 바꿈으로써 시장장악에 성공했다. ‘ING다이렉트’는 97년 1개국에 불과하던 사업소를 최근 9개국까지 늘렸다. 고객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애초 6명에 불과했던 직원도 50개국․1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전영수
재테크 전문기자
서울경제신문 <이코노믹리뷰> 칼럼 연재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칼럼 연재
현한양대학교에서 박사과정 KBS, MBC, SBS를 비롯해 다양한 라디오·유선방송 등에 출연 중
저서: 3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43
참고로 동양종금의 CMA계좌의 경우 처음 연 3.8%의 이자에서부터 거치기간에 따라 점점 이율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글에 나와있는대로 직접방문해야하고, 인터넷에서 타행이체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다만 연계한 은행의 영업시간내에 초기 발금한 은행카드로 이체나 출금을 하면 같은 은행일 경우 수수료가 면제됩니다.
첫댓글 그런게 있었군요.^^;
참고로 동양종금의 CMA계좌의 경우 처음 연 3.8%의 이자에서부터 거치기간에 따라 점점 이율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글에 나와있는대로 직접방문해야하고, 인터넷에서 타행이체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다만 연계한 은행의 영업시간내에 초기 발금한 은행카드로 이체나 출금을 하면 같은 은행일 경우 수수료가 면제됩니다.
은행가는것 조차 시간이 아깝거나 귀찮타면은 다이렉트뱅킹만한 상품이 또 없겠군요.
좋은정보 얻어갑니다.인터넷거래를 자주하는사람들한테는 이 보다 더 좋은상품도 없겠네요
매월 10만원씩 펀드 이체 하면 인터넷뱅킹 수수료가 없습니다. 동양은 시중5개사 가상계좌를 만들수 있어. 무척 좋습니다. 사업하는 저로서는 수수료 없이 이체 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체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