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의 리더십 : 사람을 믿지 말라

『한비자』는 '법가(法家)'의 이론을 집대성한 책으로서, 전부 55편, 10만여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한비인데 모든 것이 그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내용상, 형식상으로 보면 직접 자술한 논문체 문장과 설화를 수록한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비자』의 핵심은 '법술(法術)'이다. 원래 한비 이전의 법가의 논리에는 '법'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들과 '술'을 중시하는 두 파가 있었는데, 한비는 이 두 파를 통합하여 '법술' 이론을 완성하고 이를 국가 통치의 근본원리라고 주장했다.
한비는 전국시대 말기, 한(韓)나라의 귀공자로 태어났다. 천성적으로 그는 말더듬이었다고 한다. 진시황제가 그의 저작을 읽고 감동하여 초대해서 진나라에 부임했지만, 그를 중상모략하는 자가 있어 비명의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비의 '법술' 이론은 진시황제에게 큰 영향을 주어서 천하통치의 이론적인 지주가 되었다.

서양의 마키아벨리, 동양의 한비자라 할 정도로 『한비자』라는 고전은 철저한 인간불신에 입각해서 리더의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 내용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리더인 사람은 한 번쯤은 읽어둘 필요가 있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에서 잘 알려진 촉(蜀)나라의 승상이었던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초대 왕 유비(劉備)가 죽은 후, 2대 유선(劉禪)을 보위해서 명재상으로 숭상 받은 인물인데, 유선이 아직 황태자였을 때 『한비자』를 읽어볼 것을 거듭 권하였다고 한다. 제갈공명은 제왕학을 가르치기 위한 텍스트로서 『한비자』를 선택한 것이었다. 다시 읽어보아도 확실히 지혜로운 사람인 제갈공명이 눈 길을 줄 만한 사항이 있는 듯하다.
『한비자』는 조직의 정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특히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가, 스스로의 지위를 지키려면 어떤 점에 배려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리더학의 추구하는 점에서는 중국의 다른 고전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유독 『한비자』가 이채를 띠는 이유는 차가운 인간관 위에 서서 논리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일까? 애정도 배려도 의리도 인정도 아닌 단 하나, 이익이다. 인간은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다. 이것이 『한비자』전권을 일관하는 냉철한 인식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뱀장어는 뱀을 닮았고, 누에는 애벌레를 닮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누구나 소름끼친다. 그러나 어부는 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성은 손으로 누에를 집어 올린다. 즉 이익이 되는 것을 보면 누구나 용감해지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말한다.
"수레를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빨리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를 선인이라고 후자를 악인이라고 할 수 없다. 부자가 되어야만 수레를 사 줄 것이고, 죽어야만 관을 팔아 주기 때문일 뿐이다. 사람을 증오하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죽으면 자신이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비자』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그가 드러내 놓은 인간인식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은 반발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인간사회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가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면 군신관계, 즉 우두머리와 부하의 관계도 결코 예외는 아니라고 『한비자』는 생각했다. 부하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여 생각한다. 때로는 우두머리의 마음에 들어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고, 빈틈이 보이면 우두머리를 떠밀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한비자』는 우두머리라는 지위에는 안심도 빈틈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런 사고방식은 미간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그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면 『한비자』류의 사고방식에 입각해서 우두머리가 부하를 잘 다루고, 조직을 통합하여 자신의 지위를 탄탄하게 하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비자』는 우두머리인 자는 세 가지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법(法)'이다. 공적을 세우면 그에 알맞은 보상을 준다. 실패를 범하면 벌을 가한다는 취지를 확실히 명시해 두고 그대로 실행한다. 즉, 신상필벌의 방침으로 부하를 대하는 것이다.
둘째, '술(術)'이다. '술'이란 '법'을 운용하여 부하를 부리기 위한 노하우라 해도 좋다. 『한비자』의 설명에 의하면 '술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군주가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이것저것을 비교하면서 비밀스럽게 신하를 조종하는 것이다' 라고 한다.
셋째, '세(勢)'이다. 권세나 권한이라는 의미이다. 부하가 우두머리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그 우두머리가 부하의 생사여탈의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두머리인 자는 권력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되며, 일단 손에서 놓으면 부하에 대한 억압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권한의 이양'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안이하게 그런 일을 하면 금세 우두머리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 '세'의 의미이다.
『한비자』는 이 법, 술, 세의 세 가지를 기둥으로 우두머리의 존재방식을 해명하고, 조직관리 ·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도리를 찾고 있다. 확실히 『한비자』의 이런 시점은 약간 극단에 치우치는 면도 있지만 옳다고 수긍할 수 있는 점도 많다. 난세인 전국시대의 엄격한 현실과 격투하면서 태어난 주장인 만큼 강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