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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12
S#1. 준세 사무실 / 낮
11부 엔딩 연결로.......
은섭 : 그 사진이 자매의 마지막 사진일 지도 모릅니다. 동생이 바로 실종됐으니까요.
준세 : 당장 나가주세요.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은섭 : 전 불쌍한 그 집 딸의 인생이 걱정돼서 그럽니다. 나처럼 자랐을까봐요.
준세 : (버럭) 당장 나가지 못해! (전화기 눌러) 정실장, 청경 좀 불러 주세요.
은섭 : 이렇게 나오시니 전 경찰로 가봐야겠군요.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은섭, 나간다.
열 받은 준세, 생수병을 열어 물을 마시는데 뒤에서 뭔가 콰당하는 소리.
준세, 돌아보면 사무실 입구에 사월 쓰러져 있다.
준세 : 사월아!
놀란 준세, 사월을 안아 일으킨다.
준세 : 사월아, 너 왜 이래. 어디 아퍼?
사월 : ..... (이 악물고 추스르는) 아냐.... 괜찮아.......
준세 : 안되겠다. 병원가자.
사월 : ..... 아냐. 오빠, 나 잠깐만 누워있을게.
준세, 사월을 안아 소파로. 사월, 소파에 눕는다.
사월 : 너무 어지러워..... 오빠 잠깐만.....
S#2. 현주네 집 / 낮
선풍기 돌아가고 최신 가요가 시끄럽게 틀어져 있다.
현주, 발톱에 매니큐어 바르고 있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발신자 ‘신도영’
현주 : .........(받을까 말까 갈등......하다 받는다)......여보세요.
S#3. 연습실 / 낮
텅빈 연습실. 도영, 다정한 목소리로 통화중인.
도영 : 잘 지내니 현주야?
현주 : .....그렇죠 뭐.
도영 : 목소리에 왜 그렇게 힘이 없어.
현주 : .......더워서요.
도영 : 한번 나와. 맛있는 거 사줄게. 옷이랑 구두도 가져가야지.
현주 : ..... 괜찮아요.
도영 : 나 만났다고 은섭오빠 한텐 얘기 안하면 되잖아.
현주 : ..... 됐어요.
도영 : 엄마 패물은 다 팔았어?
현주 : ......
도영 : 내가 돈으로 줄게 그거 팔지 마.
현주 : 전화 왜 하셨어요? 오빠 갔을 때 언니도 만나셨어요?
도영 : 어딜 갔는데?
현주 : 김준세 이사 사무실에 간다고 나갔는데.... 그것 때문에 전화 하신 거 아니예요?
도영 : ...........
S#4. 준세 사무실 / 낮
도영, 들어서다 표정 굳으며 멈춰선다. 소파엔 준세의 자켓을 덮고 잠들어 있는 사월.
준세 : 도영아.
도영 : .........(사월보며 몹시 불쾌한) 여기서 왜 이러구 있는거야?
준세 : 몸이 안 좋은 가봐. 여기 왔다가 갑자기 쓰러졌어.
도영 : 쓰러졌음 앰블런스를 불러야지 왜 저기다 둬?
준세 : 그럴 정도는 아니야. 좀 어지럽다고 누워있겠대.
도영 : (사월 쏘아보며)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남의 사무실에서...
준세 : 창고 정리를 한댔거든. 거기서 무리를 했는지.....
도영 : 매일 매일 스케줄까지 보고 받고 지내?
준세 : 화까지 낼 꺼 뭐 있어.
도영 : ......(두둔하는 준세에 기분 상한)....여긴 직장이야. 사무실에서 저 꼴이 지금 뭐냐구. 남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꺼야.
준세 : 몸이 안좋음 이럴수도 있지...... 도영이 넌 이 시간에 웬일이야?
도영 : 근처에 일이 있어서..... 사월씨는 여긴 왜 온거야?
사월 : (뒤척이며 일어나는)
준세 : 이제 좀 괜찮니? (사월에게로)
사월, 힘없이 일어나 앉다 도영을 본다.
사월 : ..............
도영 : ..........(냉냉하게 보는)
준세 : 뜨거운 차 좀 줄까?
사월 : (고개 끄덕끄덕)
비서, 김이 나는 녹차 갖다 준다.
사월 : (받으며) 감사합니다.
도영 : 오늘은 안 바쁜가 봐요?
사월 : .......네...... 예약이 오전에 다 몰려서요.
도영 : 준세씨한테 무슨 부탁할 꺼라도 있었어요?
사월 : 오빠........나 그 사진 좀 다시 보여줘.
준세 : 무슨 사진?
사월 : 그 때 오빠 책상에 있던 흑백사진이요.
도영 : .....!!!!!
준세 : 나한테 없는데. 그건 왜?
사월 : .....한번 더 보고 싶어...
준세 : (도영에게) 사진 갖고 있니?
도영 : 없어.
사월 : ........언니가 갖고 계세요?
도영 : 버렸어요. 그 사진이 왜 보고 싶은데요?
사월 : .....그냥.....한번 다시 보고 싶어서요...
도영 : 사월씨, 여긴 회사의 기밀정보를 다루는 곳이예요. 대낮에 여기서 이렇게 함부로 누워 자는 거 누가 보면 어쩔려구 이래.
사월 : 죄송합니다. 오빠, 죄송해요. 가볼께요.
사월, 나간다. 도영, 불같이 화를 낸다.
도영 : 자긴 뭐야! 그런 사진을 왜 함부로 아무나 보여줘!
준세 : 보여준 거 아냐, 여기 왔다가 책상에 놓인 거 우연히 본거야.
도영 : 윤사월은 왜 그렇게 여길 자주 드나들어?
준세 : 한 건물에 있는데 오다가다 들릴 수 있지.
도영 : 여긴 직장이야. 앞으로 조심시켜.
준세 : 방금 홍은섭이란 사람 왔다 갔어.
도영 : ...........윤사월 있을 때?
준세 : 아니. 사월인 그 사람 갈 때 왔구.
도영 : 와서 또 뭐랬는데.
준세 :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길래 바로 내쫓았어. 느낌이 안 좋은 사람이야. 도영이 너도 조심해.
도영 : .........
S#5. VIP 룸 / 낮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는 사월.
도영, 들어온다. 사월, 일어선다.
도영 : 몸은 좀 어때요?
사월 : ........ 더위 먹었나봐요. 오늘 계속 오락가락해요.
도영 : 나 아주 화려한 세미드레스가 하나 필요해요.
사월 : 또 무슨 프로 사회 맡으셨어요?
도영 : 아니, 이번엔 대한민국 홍보대사 수여식 비슷한거랄까.... 각국 대사 부부들 모이는 만찬에서 입을 옷이 필요해.
사월 : 그럼 근사한 걸로 준비해야 겠네요.
도영 : 준세씨 것도 같이 부탁해. 부부동반 모임이라 준세씨도 함께 갈려구.
사월 : .... 네......
도영 : 김준세 이사, 사월씨한텐 옛날부터 친하고 편한 오빠겠지만 이 쪽 필드에선 아주 대단한 사람이예요.
그러니까 사무실에 함부로 가서 누워있고 그러지 마요. 준세 오빠를 위해서도 그건 아니야.
사월 : 저도 알아요. 오늘은 정말 죄송합니다.
도영 : ..........준세씨 책상에 있던 사진은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는거야?
사월 :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어릴 때 본 사진 같기도 하구요.... 집을 잃어버리기 전에요.....
도영 : 별 거 아닌 풍경 사진이었어요.
사월 : 그 사진 언니가 갖고 계세요?
도영 : 버렸어요. 별 거 아닌 광고전단 같던데요.
사월 : ......네.....
도영 : 그럼 의상 준비 되는대로 연락주세요.
사월 : 예.
사월, 도영을 따라나가며 배웅하다가
사월 : .......저 언니.........
도영 : (돌아보며) 네?
사월 : ........(하고 싶은말도 묻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아니예요...... 안녕히 가세요.
도영 : 싱겁긴.... 수고해요.
도영, 웃으며 돌아서는데 뭔가 불안한.
S#6. 화장실 / 낮
뛰어 들어와 물을 틀고 세수를 하는 사월. 힘든 듯 세면대를 잡고 한참을 서있다가 거울을 본다.
물에 젖은 얼굴..... 가만히 보는 사월.
사월 : ...........지영이니?
S#7. VIP 룸 / 낮
커피와 쿠키가 맛깔스럽게 놓인 테이블.
구두, 샌달 스무 켤레 넘게 놓여있고 마회장은 거울 앞에 서 있고 명관장, 테이블에 앉아 커피마시며 잡지보고 있다.
사월, 마회장에게 옆에서 옷 입혀 주고 챙겨주며
사월 : 회장님.... 그 때 갤러리에선 정말 죄송했어요.
마회장 : 자긴 김준세 이사랑 어떤 사이야?
사월 : 친척 오빠 같은 분이예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마회장 : 남들이 보면 오해하겠더라. 그 사람 그날 뭘 잘못 먹은 거 아냐?
사월 : 네, 잘못 먹었대요. 용서해 주세요 회장님. 정말 죄송해요.
마회장 : 커피 맛있게 뽑았나?
사월 : 그럼요, 회장님 좋아하시는 원두로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마회장, 테이블로 와 앉는다.
명관장 : 내가 부탁한 구두는?
사월 : (거울 앞에 샌달 가리키며) 저기요! 한 번씩 다 신어보세요.
명관장 : 땡큐!
명관장, 일어서 화려한 샌들이 가득 놓여있는 거울 앞으로 간다. 구두 신어본다.
사월 : (마회장에게 은근히)...회장님.... 최교수님 댁에 딸 잃어버린 얘기 어디서 들으셨어요?
마회장 : 내 친구도 최교수네 학교 교수라니까.
사월 : 언제 잃어버렸대요?
명관장 : (거울 앞에 섰다가 힐끗 두 사람을 쳐다본다).............
마회장 : 그때도 말했잖아 애가 너 댓살 때 갑자기 사라졌다구.
사월 : 어디서 어떻게요?
명관장 : 사월씨, 정확하지도 않은 얘기를 그렇게 캐물으면 안돼지.
마회장 : 지난 번엔 헛소문이라고 난리치더니 왜 이래.
사월 : 그 동생 이름이 혹시 지영이 아니었대요?
마회장 : 맞아, 언니는 도영이 동생은 지영이.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
사월 : ..........
S#8. 항공사 / 낮
동우, 데스크 앞에 앉아있다.
동우 : 일단 이번 주 출발은 취소해 주세요.
직원 : 그럼 언제로 연기하시겠어요?
동우 : 지금 정하긴 힘들구요. 다시 날짜를 알려드릴께요.
S#9. 용자네 거실 / 밤
용자, 동우보고 좋아서 웃는.
용자 : 정말이예요? 연기했어요?
동우 : 네, 여기서 좀 더 신세져야겠습니다.
용자 : 백번 잘하셨어요. 여름에 우리 경포대랑 속초, 제주도 한번 씩은 돌고 가야죠. 나도 그냥 보내기 아쉬웠어요.
동우 : 사월인 아직 안 들어왔어요?
용자 : 자기 방에 뻗어있어요. 아파요.
동우 : 어디가?
용자 : 더위 먹고 냉방병에 과로가 겹친 것 같다는데..... 내가 보기엔 상사병 같아요.
동우 : ........
S#10. 사월 방 / 밤
이불 쓰고 누워있는 사월. 노크소리. 동우, 들어선다.
동우 : 너 어디 아퍼?
사월 : .......
동우 : 몸살 났어?
사월 : .......신도영씨랑 오늘은 안 만났어?
동우 : 통화만 한번 했어. 나 비행기 연기했다구.
사월 : 동우야.......
동우 : 얼굴빛이 안 좋다. 많이 아프냐?
사월 : 동우야...... 나 말이야.....
동우 : 응.... 뭐?
사월 : 기억이 떠올랐어.... 미카엘의 집에 들어오기 전 기억.....
동우 : ........그럼 니 가족에 대한 기억?
사월 : .......동우야.....
동우 : ...........
사월 : ......나...... 그 집 딸 같아.
동우 : .... 그 집 딸이라니?
사월 : 신도영씨네 집. 내가 그 집에서 잃어버린 동생 신지영 같아.
동우 : .........(놀랍기도 하고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의아하고).....
사월 : 그 때 말한 그 소문 기억나지? 그 집에 친딸은 잃어버렸다고.
동우 :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
사월 : 그 집으로 옷 배달을 갔었어. 대문을 보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소름이 돋았어. 집으로 들어갔는데 무슨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멍하고 어지러운거야....우리집 특유의 냄새, 마루 색깔..... 다 생각 나기 시작했어.. 엄마 방이랑 다용도실...
2층에 있던 내 방, 언니 방....
동우 : ...... 확실해?
사월 : .......내 느낌은 그래.
동우 : 그 소문을 계속 생각하다보니까 너 혼자 상상으로 빠져든 건 아냐?
사월 :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집에서의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무서워.
동우 : 다섯 살 때의 기억이야.... 단정짓지 마.
사월 : .......내가 만약 그 집 딸이면....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동우 : 아직 확실한 건 없어. 그러니까 너무 섣부른 기대나 판단은 하지 마.
사월 : .........동우야..... 내 기억이 맞는 것 같아..... 무섭도록 정확하게 하나 하나 떠올라.....
동우 : ...........
S#11. 거실 / 밤
정희, 차 마시며 화집 보고 있다.
도영, 들어온다.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온다.
도영 : 다녀왔습니다.
정희 : 웬 꽃이니?
도영 : 엄마한테 드리는 감사의 꽃다발이예요.
정희 : 뜬금없이 웬 감사?
도영 : 엄마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친 딸도 아닌 저를 지금까지 잘 길러주셨잖아요.
결혼 앞두고 자주 생각해요, 정말 하기 쉬운 일 아니었을꺼라구.
정희 : .......
도영 : (껴안는다) 고마워요 엄마. 다음엔 더 근사한 선물 해드릴께요. (2층으로 올라가는데)
정희 : 참, 너 윤사월이란 애는 어떻게 알았다고 했지?
도영 : .........왜요?
정희 : 오늘 집으로 옷 배달을 왔는데 수준 이하더라.
도영 : (놀라) 집으루요?
정희 : 2층까지 올라가서 방문 열고 옷장 뒤지는 걸 내가 내쫓았어. 내가 샤워하는 동안
니 방이랑 지영이 방을 지 맘대로 들어가서 휘젓더라구.
도영 : ..........(놀람)
정희 : 문제가 많은 애 같아. 너도 조심해라.
도영 : 방송국 분장실에서도 목걸이를 훔쳐서 한번 큰 소동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도 수학 여행비를 훔쳐서 학교에서 짤렸대요.
너무 어렵게 살아서 그런가 봐요. 딱하네요.
정희 : 어렵게 산다고 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 넌 어쩌다 그런 애랑 가까워 진거야?
도영 : 딱해서 챙겨줬는데 이젠 조심해야겠네요. 엄마도 다신 집에 부르지 마세요.
S#12. 도영 방 / 밤
백 던져 놓는 도영. 이리 저리 살핀다. 옷장도 열어보고 책상 서랍도 열어본다.
서랍 속 깊숙이 넣어놓은 서울역 사진, 그대로 있다. 도영, 사진을 꺼내 박박 찢는다.
S#13. 도영 집 앞 / 아침
멀찍이 서서 대문을 바라보고 있는 사월.
문 열리고 여행 가방을 든 수호와 정희, 도영 나온다. 사월, 몸을 숨기고 세 식구를 바라본다.
도영 : 잘 다녀오세요 아빠.
수호 : 출장 한 두 번 가냐. 왜들 따라 나와서 이래. 촌스럽게.
도영 : 출장 가실 때마다 늘 이랬네요 뭐.
수호 : 엄마 잘 부탁한다.
정희 : 내가 뭐 애예요 부탁을 하게?
수호 : 일정이 빡빡해서 자주 전화는 못할꺼야. 여보,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한번 씩은 꼭 할게.
정희 : 알았어요. 전화기 꼭 붙들고 있을께요.
도영 : 신혼부부 같으셔.
수호 : 샘 나냐?
도영 : 네.
수호 : 너두 얼른 가라.
세 식구 밝게 웃는다.
사월, 숨어서 지켜보며 마음이 짠한데 수호 차에 트렁크를 싣고 정희를 한번 껴안고.
사월, 멍하니 수호와 정희 웃는 모습 바라본다. 눈물이 핑글 돈다.
사월 : .......아빠..... 엄마...... 언니.......
수호 : 이상하게 헤어지기 아쉽네..... 당신 따라 나설래?
세 사람 웃고 이야기 하는 모습 위로 눈물 그렁한 채
사월 : 아빠 신수호.... 엄마 최정희..... 언니 신도영...... 나 신지영......
정희 : (E) 이이가 오늘따라 왜 이래.
수호 : (E) 발걸음이 안 떨어져. 당신 때문에.
도영 : (E) 아우, 아빠 닭살.
정희 : 늦겠어요, 어서 출발해요.
수호의 차, 떠난다. 도영과 정희 손 흔들어 주고. 도영, 정희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간다. 대문 닫힌다.
사월 : ...........
S#14. 도영네 부엌 / 아침
토스트에 버터 발라 정희 앞 접시에 놓아주는 도영.
도영 : 따끈할 때 드세요, 엄마.
정희 : 아줌마 홍차에 우유 좀 더 넣어주세요.
아줌마 : 네, 그럴려구 뎁혔어요. (우유가 든 예쁜 포트 가져온다)
도영 : 아줌마도 어제 보셨어요? 백화점 직원이 와서 방 뒤지는 거?
아줌마 : 좀 실성한 사람 같았어.
도영 : 사람은 딱한데..... 백화점을 위해서도 그런 직원은 해고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줌마 : 그 사람 여기 왔던 적 있어요? 다용도실을 대번에 찾아내더라구요.
도영 : ...........
정희 : 생각할수록 불쾌해.
도영 : 다신 집으로 부르지 마세요. 제 방을 뒤졌을 생각을 하면 저도 찜찜해요.
정희 : 아줌마, 녹즙은 오늘 없어요?
아줌마 :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잠깐만요. (냉장고에서 부산히 야채 꺼내는데)
(E) : 초인종 소리
정희 : 이 아침에 누구지....
도영 : 제가 나갈께요.
도영, 거실로 나간다. 정희, 커피 마시며 밖에 귀 기울인다.
도영, 인터폰에 누구세요.... 하다 급하게 현관으로 나가는.
정희 : 누가 왔길래 여기서 안 열고 대문까지 내려가?
아줌마 : 제가 나가볼까요?
정희 : 두세요.
S#15. 도영네 집 앞 / 낮
차가운 얼굴로 사월을 보고 있는 도영.
도영 : 아침부터 웬일이예요?
사월 : 어제 못 가져간 교수님 옷이랑 구두가 있어요. 수선 필요하신거요. 출근길에 갖고 갈려구요.
도영 : 내가 갖다줄께요. 걱정말고 가요.
사월 : .....잠깐 들어가서 갖고 나옴 안될까요?
도영 : 사월씨 왜 이래. 지금 이러는 거 엄청난 실례야.
사월 : 어제 교수님한테 오해를 산 행동을 해서 그것도 사과드리고 싶구요. 교수님 잠깐만 뵙고 갈께요.
도영 : 엄마 지금 집에 안 계세요.
사월 : .............!!
도영 : 아침 일찍 골프 약속있어 나가셨어요.
사월 : .........그러세요?
도영 : 옷은 내가 갖다 줄테니까 얼른 출근해요.
사월 : ............
도영 : 출근 안해요?
사월 : 네, 언니 그럼 나중에 갖다 주세요. (인사하고 간다)
도영 : (날 선 눈초리로 사월을 뒷모습 보다가 문 닫고 들어간다)
S#16. 도영네 부엌 / 아침
도영, 들어온다.
정희 : 누구야?
도영 : 집을 잘 못 찾으신 분이예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셨길래 뭔일인가 하고 내려갔었죠.
아줌마 : 하여간 우리 도영씨는 사람이 참 고와....
도영 : (미소) 녹즙 다 됐어요?
S#17. 방송국 사무실 / 아침
커피 마시며 자유롭게 얘기중인 원더우먼 팀.
고훈 : 백 회 특집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겠어? 지금까지 출연자들 중에 가장 반향이 컸던 열 명을 불러서 출연 당시 테잎 나가고
그 후의 이야기 듣고 유명인사들 축하메시지 따고.....
조연출 : 말이 쉽지 섭외가 장난 아닐껄요.
은비 : 원더우먼쇼라고 하면 출연해 줄꺼야. 인기 프로그램이 그래서 좋은 거 아니니.
고훈 : 유명 인사 축하 메시지는 지금부터 슬슬 따놓지 뭐.
상구 : 신도영 선배가 전화 한 번씩만 돌려주심 진행이 쉬울텐데.
은비 : 걱정마. 신도영이 그거 안해주겠냐.
고훈 : 신도영처럼 승부근성 무서운 사람이랑 일을 하니까 솔직히 편한 것도 있어. 큭큭..... 다 해주잖아.
조연출 : 선배님, 그렇게 스타에 업혀 가실라 그럼 안돼죠.
상구 : 그럼요, 진정한 연출자의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고훈 : 얘네 둘은 어디 딴 프로로 좀 보내버리고 싶은데 보낼래도 받겠다는데가 없어.
세 남자 아웅다웅하는데 은비 핸드폰 벨.
은비 : (발신자 보고 반갑게 받는) 이게 누구야!
S#18. 카 페 / 낮
볶음밥이나 스파게티 접시 놓여있다. 식사중인 두 사람.
은비 : 웬일이셔? 나한테 연락을 다 하고. 맥주 마시재도 튕기고 밥 먹재도 연락 없더니.
사월 : 먹고 살기 바빠서 그랬죠. 대신 오늘 점심 제가 살께요.
은비 : 어허! 나이도 내가 언니구 벌어도 내가 더 번다. 내가 살게.
사월 : (바로) 그러실래요?
은비 : 기다렸다는듯이.
사월 : (큭큭)
은비 : 아직 다른 데서도 별 소식없죠? 부모님이나 가족.....
사월 : 작가님 혹시.... 신도영 언니한테 동생이 있었단 얘기 못 들으셨어요?
은비 : ....아니....
사월 : .....저도 소문으로 들었는데요... 그 집에 동생이 있었는데 어릴 때 잃어버렸다고...
은비 : 왜, 그 집 동생이 자기 같아?
사월 : (펄쩍) 아뇨오.... 그냥 한번 여쭤보는 거예요.
은비 : 나도 들은 적 없는데..... 물어봐 줄까? 동생 있었냐구?
사월 : 아뇨 아뇨. 아무 말씀 하지 마세요.
은비 : 신도영은 그냥 좋은 집안의 무남독녀로만 알고 있는데... 다른 건 나도 잘 몰라.
사월 : ....두 분 아주 친하신 것 같던데....
은비 : 친하지. 그래도 신도영이 워낙 속 얘기를 안하는 사람이라... 가끔 보면 외로워 보여.
사월 : .....
은비 : 다음엔 우리 술 마시자. 난 자기 살아온 얘기가 너무 궁금해.
사월 : 고아 소녀의 성장기는 들어서 뭐하시게요?
은비 : 그냥 작가로서의 호기심에다.... 자기에 대한 개인적 호감이랄까....
사월 : 언제부터 작가로 일하셨어요?
은비 : 대학 졸업하구부터. 원래는 신춘문예에서 희곡으로 당선했어.
사월 : 정말요?
은비 : 아르바이트로 방송 구성을 시작했고..... 하다보니 원더우먼까지 오고 이 바닥에선 잘나가는 작가가 됐지.
그래도 내 꿈은 무대에 올릴 희곡을 쓰는거야. 계속 끄적거리곤 있어.
사월 : 희곡 당선은 몇 년도에요?
은비 : 2004년 성신일보.
사월 : (놀라) 2004년? 그럼 바람의 도시? 주인공은 정한나.
은비 : (놀라) 어!! 그걸 어떻게 알어?
사월 : 대학로 소극장에서 신춘문예 당선 작품들 모아서 올리잖아요. 저 그때 오디션 통과했었어요. 한나 역에요.
은비 : ........세상에! 그 때 그럼 오디션 붙고 안한다고 했던 사람이 자기였어?
사월 : 일주일동안 연습을 한다길래...일주일 아르바이트 빠지면 월세 낼 돈이 없더라구요. 생활고때문에 주인공의 기회를 놓쳤죠.
은비 : 와..... 자기 연기력 대단한가 부다. 그거 어려운 역이었는데.
사월 : 정말 재밌는 작품이었는데..... 하나 또 써주세요. 팬이예요.
은비 : 다음 작품에 그럼 자기 또 오디션 보러 와라.
사월 : 네!
S#19. VIP 룸 / 낮
사월, 들어서는데 준세 서 있다.
사월 : 오빠!
준세 : 무슨 점심을 그렇게 빨리 먹으러 가. 난 너랑 같이 점심 먹을까하고 들렀는데.
사월 : 가자! 또 먹지 뭐. (준세 끌고 나가는)
S#20. 카페 또는 백화점 옥상 / 낮
사월, 준세 쥬스와 샌드위치 먹고 있다.
준세 : 몸은 좀 어때?
사월 : (밝게) 말짱해.
준세 : 어제 너 땜에 가슴 철렁했어.
사월 : ......그랬어?
준세 : 언제 삼계탕 먹으러 갈래? 일주일에 한번은 나랑 보양식으로 점심먹자. 너,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것 같아서 걱정돼.
사월 : 오빠도 나이드나부다. 별걸 다 걱정 해.
준세 : 이게 나이 들어서 이러는 거야?
사월 : .......(따뜻하게 보는) 그럼?
준세 : ..........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잠시.....
사월 : 오빠.... 신도영 언니네 집..... 혹시 어릴 때 동생 잃어버렸단 얘기 들었어?
준세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사월 : ........(확실하구나....) !!
준세 : 도영이한테 들었어?
사월 : 언제 어떻게 잃어버렸대?
준세 : 그것 까진 잘 모르겠는데.
사월 : 참, 어제 사무실로 찾아온 남자는 누구야? 누군데 오빠가 그렇게 화를 내면서 쫓아내?
준세 : 폭력전과가 있는 사람인데 유명인사들 따라다니면서 꼬투리 잡을 꺼 없나 캐는 것 같아.
사월 : 응..........
준세 : 도영이네 동생 잃어버린 건 왜 물었어?
사월 : ........혹시 내가 아는 사람 아닐까 싶어서....
준세 : 짐작 가는 사람이 있어?
사월 : 없어. (웃는)
준세 : 같이 사는 친구는 이름이 동우라고 했지?
사월 : 응, 차동우.
준세 : 도영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거야? 니가 소개해 준거야?
사월 : 아니, 동우가 날 찾아달라고 신도영씨한테 부탁했었지. 홍콩에서 우연히 만났었대.
준세 : 응.......
사월 : 동우 참 좋은 애야. 속도 깊고 따뜻해.
준세 : 응, 사람 좋아보이더라.
사월 : 언제 다 같이 밥 한번 먹지 뭐.
준세 : 그래.
S#21. 보석 가게 / 낮
진주 목걸이와 반지, 놓여있다. 선글래스 낀 현주, 긴장된 얼굴로 서 있다.
직원, 패물을 유심히 살펴보는 중.
현주 : 엄마가 하시던 건데요.... 아빠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돈이 좀 급하게 필요하게 돼서........
점원 : (유심히 살펴보는)
현주 : .........(긴장.... CCTV가 있는지 천장을 살핀다. CCTV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점원 : .........어머니가 하시던 거 맞아요?
현주 : (제 발 저린) 어머! 그럼 저를 뭐 도둑으로 아세요? 받기 싫음 관두세요.
현주, 목걸이 챙겨 후다닥 나온다.
S#22. 거리 일각 / 낮
은섭, 서 있다. 현주, 뛰어온다.
은섭 : 얼마 받았어?
현주 : 몰라.
은섭 : 모르긴 뭘 몰라, 얼마 받았냐니까.
현주 : 오빠가 가서 해. 나 시키지 말고.
은섭 : 너 지금 장난해?
현주 : 이거 아직 위험해. 장물인거 티 난다구. 그리고 오빠가 직접 가. 맨날 나만 시켜 먹을라 그래.
은섭 : 너 말 다했어?
현주 : 몰라 더워!
S#23. 카 페 / 낮
은섭, 현주 아이스 라떼 마시고 있다. 현주, 보석을 손으로 만져본다.
현주 : 오빠 헛다리 짚었어. 괜히 명예훼손 같은 걸루 걸리지 말고 신도영 그만 괴롭혀.
은섭 : (창 밖만 보는)..........
현주 : 나중에 보석 팔아서 우리 조그만 포장마차라도 열까.
은섭 : 너나 해.
현주 : 오빤 뭐하고 싶은데? 한번 말해 봐봐. (다정한) 응?
은섭 : 너 그 옷, 얼마짜리랬지?
현주 : ....... 이 옷까지 팔라구? 싫어.
(E) : 은섭의 핸드폰 진동
은섭 : (주머니를 뒤진다)
현주 : 신도영이야?
은섭 : .......(울리는 전화보며 가만히).........
현주 : .........뭔데?
은섭 : (전화 받아) 미선아!
현주 : ..........
은섭 : 미선아, 너 지금 어디야. (전화 들고 나간다)
현주의 시선, 은섭을 따라 나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은섭, 그리웠던 사랑을 다시 만난 듯 웃고 어쩔 줄 모르고 왔다갔다.... 머리도 쓸어 넘기고.....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 같다. 계속 통화중인 은섭.
눈을 떼지 않고 은섭을 바라보는 현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현주 : .......(슬픔....배신감).........
S#24. 라디오 스튜디오 / 낮
신도영, 방송 중. 원고 옆에 음료수 병 놓여있다. 잔잔한 첼로 곡과 함께
도영 : 테오야.....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을 불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위험의 한 가운데 안전한 곳이 있는 법이지.
우리에게 뭔가 시도 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S#25. 창고 / 낮
사람 없는 창고에 혼자 서 있는 사월. 혼자 골똘히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사월 : ..............
도영 : (E) 1881년 12월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입니다. 고흐는 평생 사람들의 외면과 가난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동생과 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힘든 일상을 보듬었습니다.
고통을 나눌 가족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S#26. 라디오 스튜디오 / 낮
도영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연줍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흐른다.
도영의 핸드폰에 소리 없이 문자 메세지가 들어온다. 도영, 음료수 마시며 핸드폰을 본다. 문자 메시지 펼쳐보는데
사월 : (E) 언니, 오늘 저녁에 꼭 좀 만나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도영 : ..............
S#27. 바 / 밤
어둡고 사람이 없는 Bar. 사월, 도영 마주 앉아있다.
도영, 미소 지으며 앉아있지만 언뜻언뜻 긴장한 표정.
도영 : ........
사월 : .........
도영 : 나한테 할 무슨 중요한 얘기라도 있어요?
사월 : ............
도영 : 뭐야.... 난 오늘 더빙할 것도 미루고 달려왔구만.
사월 : ...................언니, 저 지영이예요!
도영 : .......!!
사월 : 신지영이요. 제가..... 어릴 때 잃어버린 언니 동생 같아요.
도영 : .....(황당하다는 듯 깔깔 웃으며) 사월씨..... 왜 이래. 농담이 지나치다.
사월 : ...........동생을 잃어버린 건 맞잖아요.
도영 : 그런 소문은 또 어디서 들었어요? 백화점 드나드는 아줌마들한테 들었지?
사월 : 준세 오빠한테 물어봤어요. 맞다고 하시던데요.
도영 : .........(분노)..........
사월 : (허리 들춰 보이며) 언니, 이 흉터 모르시겠어요? 이거 혹시 언니랑 같이 불꽃놀이 하다 생긴 거 아니예요?
도영 : .......!! (두려움)
사월 : 어제 언니 댁으로 옷 배달을 갔었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옛날일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언니랑 같이 술래잡기하다 숨었던 다용도실 세탁기, 언니랑 내 방이 있던 2층.... 내 방에 옷장이 그대로 있어서 놀랐어요.
내가 좋아하던 노랑색 원피스도 옷걸이에 걸려 있었구요. 그거 입을 때 마다 언니가 병아리 꼬까옷이라고 불렀잖아요.
도영 : .........(무릎 위에 놓인 손이 파르르 떨린다. 표정은 평정을 유지하느라 애쓰는..... 엷게 미소.....) 그래서..... 어제 남의 집을
그렇게 막 뒤지고 다닌거야. 엄마는 사월씨 행동에 대해 무척 불쾌하게 생각하고 계셔.
사월 : 언니, 제가 지금 괜한 누명을 벗을려고 오해를 풀려고 이러는 게 아닌 거 아시죠? 제 말이 맞죠?
도영 : 병아리 꼬까옷인지 메뚜기 꼬까옷인지.... 난 기억이 안 나는데요.
사월 : 그럼 우리 담요로 텐트치고 놀던 거는요? 의자 두 개 세워놓고 그 위에 담요 씌워서 텐트놀이 했잖아요.
그거 하다 의자에 깔려서 우리같이 울고 엄마한테도 혼났는데....
도영 : .........
사월 : 기억 안 나세요?
도영 : ...... 나도 기억력이 딸리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런 기억은 하나도 없네요.
사월 : 내가 마지막으로 같이 있던 사람이 언니 아니예요?
도영 : ........... !!!
사월 : 언니랑 같이 버스 타고 어디론가 갔어요. 사람 많고 복잡한 데였어요. 언니가 나한테 꼼짝 말고 있으랬는데
내가 언니 말 안 듣고 어디론가 갔어요. 그러다 언니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도영 : ...........
사월 : 언니 나 잃어버리고 왔다고 엄마한테 혼났어요?
도영 : .........사월씨....지금 무슨 소릴하는건지....
사월 : 우린 그날 거기 왜 갔어요?
도영 : 좀 혼란스럽네.... 사월씨 기억이 뭐가 어떻게 돼 있는건지....
사월 : 최정희 교수님 만나서 얘기 좀 하게 해주세요, 언니.
도영 : 엄마 요즘 심기가 불편하세요. 지영이를 사칭한 가짜 딸 사건이 얼마전에 있었거든.
사월 : 아.......! 그 때 그 여자!
도영 : 기회를 봐서 내가 엄마한테 꼭 얘기할께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사월 : 네, 언니만 믿을께요.
도영 : (미소)
S#28. 도로 / 밤
달리는 버스 안.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보는 사월.
사월 : ..........언니........ 어떻게 하나도 기억을 못해......
S#29. 유도 도장 / 밤
동우, 땀 닦으며 물 마신다. 도영, 들어선다. 동우 뒷모습을 보고 서있다.
도영 : ............
동우 : ..........(뒤돌다 깜짝 놀라) 도영씨!
도영 : 우리팀은 오늘 왔다갔어요?
동우 : 그럼요. 얼마나 열심인데요.
도영 : 나도 같이 배울까?
동우 : 무슨 일 있어요? 연락도 없이 와서 사람 놀래켜.
도영, 의자에 털썩 앉는다.
도영 : 덥다. 나가서 맥주 한잔 해요.
동우 : 오늘 또 이상한 전화 받은 건 아니죠?
도영 : 동우씨, 사월씨 때문에 걱정이예요.
동우 : ............왜요?
도영 : 자기가 우리 집 잃어버린 딸이래....
동우 : ..........
도영 : 왜 그런 생각을 하는거지? 동우씨한텐 무슨 말 없었어요?
동우 : 그 집에 갔다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구요.. 그래도 아직 백 퍼센트 확신하는 건 아니던데요.
도영 : 얼마 전에 동생을 사칭한 여자가 들어와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었어요.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사월씨가 또 찾아오면
집에서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동우 : 잃어버린 동생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꺼 아녜요. 사월이랑 비슷해요?
도영 : 아뇨.
동우 : ...........사월이랑 얘기해 보셨어요? 두 사람 기억에 무슨 공통분모가 없던가요?
도영 : 없었어요. 다 귀찮고 다 싫어..... 어디 무인도로 날아가 버리고 싶다.
동우 : ............
도영 : (힘없이 고개 떨구고 있다)
동우 : 갑시다!
S#30. 홍대 앞 클럽 / 밤
시끄러운 음악. 제 각기 신나게 노는 젊은이들로 흥겹고 정신없는 클럽 안.
병맥주 들고 신나게 뛰고 춤추는 도영과 동우. 맥주 마시고 취한 듯 웃고 있는 도영.
도영 : 여기서 시간이 멈춰 버렸음 좋겠다.
동우 : (시끄러워 안 들리는) 뭐라구?
도영 : (동우 얼굴에 바짝대고) 여기서 시간이 멈춰버렸음 좋겠다구!
동우 : 나두!
도영 : 뭐라구?
동우 : 나두 나두!
도영 : 고마워!
동우 : 뭐가?
도영 : 내 편 들어줘서!
대학생 한 사람 핸드폰 카메라로 동우 얼굴에 바짝대고 있는 도영을 찍는다.
S#31. 도영네 집 앞 / 밤
도영의 차, 와서 서고 도영과 동우 내리는데
은섭 : (친한 척) 야, 한숙아. 좀 일찍 다녀라. 지금이 몇시니.
도영 : !
동우 : ?
어두운 구석에 서 있던 손에 봉투를 든 은섭, 대문 앞으로 걸어온다.
은섭 : 나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이 동네 모기는 또 왜 이렇게 많은거야. 짜증나게.
도영 : 뭐야 남의 집 앞에서.
은섭 : 그 때 그 사진을 너희 부모님께 바로 전달할까하다가 일단은 너랑 상의해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잖아, 임마.
도영 : 다른 데 가서 얘기해.
은섭 : 나야 당연히 니가 편한 게 좋지. 어디로 갈까?
도영 : 동우씨, 오늘 고마웠어요. 조심해 가요.
동우 : 이 사람 누굽니까.
은섭 : 너 인기 많구나. 남자가 몇이야..... 나요, 도영이 소꼽친굽니다. 나쁜 사람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도영 : 동우씨, 그럼 다음에 봐요. (은섭에게) 따라와.
도영, 은섭을 데리고 걸어간다.
동우 :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S#32. 공 원 / 밤
도영, 은섭과 마주 서 있다. 동우, 멀리서 따라와 보고 있는.
도영 : 나한테 왜 이래?
은섭 : (놀리 듯 웃으며) 내가 뭘?
도영 : 경찰에 신고하길 바래?
은섭 : 그럼 일이 커질텐데..나야 이미 막장인생이니까 그렇다치고 너는 대한민국홍보대사에 우리나라 최고아나운선데 괜찮겠어?
도영 : 나한테 뭘 원하는거야?
은섭 : .....글쎄....... 말하면 다 줄꺼야? 나랑 같이 자자면 잘꺼야?
동우 : 이 자식이!
동우, 달려들어 은섭을 친다. 한 대 맞은 은섭, 땅으로 구른다. 은섭, 발끈해 일어나 동우를 친다.
두 남자, 격투 시작. 봉투, 땅에 떨어져 있다.
도영, 봉투를 집어든다. 안에 있는 사진 복사지를 꺼내 찢는다.
동우, 은섭에게 맞아 쓰러진다.
바닥에 누은 은섭, 도영이 사진을 잘게 찢고 있는 걸 본다. 은섭, 킬킬 웃는다.
은섭 : 한숙아! 넌 지금 엄청난 실수를 했어. 그걸 왜 없애? 너한테 그게 족쇄라는 걸 내 앞에서 증명한거야, 방금.
동우 : 일어나 꺼져!
은섭 : (일어서 입가에 피 닦는다) 찢어봤자야. 그거 동성일보 자료실 가면 수천 장이라도 복사할 수 있어.
1988년 2월 14일 일요일자 신문, 민족 대이동으로 붐비는 서울역....... 또 보자!
은섭, 웃으며 가는데
동우 : 이봐요! 당신 뭐야!
은섭 : 너..... 저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그럼 나한테 함부로 아가리 놀리지 마. (간다)
동우 : 저 남자 누구예요? 그 사진은 또 뭔데!
도영 : ........
동우 : (버럭) 저 사람 누구냐니까!
도영 : 동우씨..... 아무것도 묻지 말고, 오늘 본 걸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좀 있어줄 수 있어요?
동우 : .........
도영 : .........
동우 : (도영을 가볍게 껴안고 도닥도닥)........
도영 : ........
동우, 포옹을 풀고 쓸쓸한 도영의 표정을 보다가 확 껴안고 키스한다.
밤늦은 공원. 두 사람의 키스.
S#33. 옷가게 / 아침
사월, 핸드폰 열어본다. 갸우뚱.
용자, 옷 접어 걸고 바쁘다.
용자 : 신상 디스플레이만 도와주고 넌 백화점 가봐라.
사월 : (멍)........
용자 : 너 요새 왜 그렇게 멍하니? 그 남자 때문이지?
사월 : ........내 인생에 어쩜 곧 큰 일이 생길 것 같아, 용자야.
용자 : 너 결혼해?
사월 : 아냐.
용자 : 그럼 인생에 큰일이 또 뭐야.
사월 : .........아직 얘길 못했나.... 연락이 안 오네....
S#34. 도영네 거실 / 아침
도영, 식탁에 접시 챙겨놓으며 아줌마에게
도영 : 아줌마..편지함에 이상한우편물 꽂혀있으면 엄마한테 드리지말고 일단 저를 주세요. 요즘 이상한 편지들이 워낙 많아서요..
엄마 신경 건드리게 하지 말자구요.
아줌마 : 알았어 걱정마.
정희. 들어온다.
정희 : 아....커피냄새 좋다.
도영 : 잘 주무셨어요?
정희 : 응.
도영 : 엄마, 경찰에 있는 분 한테 들었는데요.... 가족이 실종된 집에 가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대요.
내가 거처를 안다 데려오겠다부터 내가 당신 자식이다....까지요.
정희 : ........지옥에 떨어질 인간들이 참 많아.
도영 : 앞으로 우리도 그런 일이 또 안 생기리란 보장 없잖아요. 엄마 그러니까 무턱대고 믿지 마세요. 아셨죠?
S#35. 분장실 / 낮
경미와 시은,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뜬 도영의 사진 보고 있다.
핸드폰으로 찍어 선명하지 않은 사진, 도영 동우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웃는 사진.
두 사람의 얼굴 희미하지만 알아 볼 수 있게 나왔다.
“짝퉁 신도영?” 이란 제목. 도영, 들어온다.
시은 : 늦었지만 축하해.
도영 : 고마워.
시은 : 김준세 이사랑 자기 헤어졌어?
도영 : 아니.
경미 : 이거 선배 아니죠? 닮은 사람이죠?
도영 : (노트북보며) 그거 그냥 친구랑 잠깐 들렀다 이상하게 찍힌거야.
시은 : 그럼 전시회 같이 온 여잔 누구야? 거기 회장님도 오시고 빵빵한 분들 많이 온 자리에서 막 인사시키고 소개하고 그러던데.
도영 : 그날 전시회 못가서 내가 같아 가라고 한 동생이야.
시은 : 사귀는 느낌이 좀 나던데..... 손까지 잡고 나가더라.
도영 : 오늘 점심먹기로 했는데 한번 물어봐야겠다. 사귀냐구.
S#36. 일식집 / 낮
도영 준세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 먹고 있다.
준세 : 클럽에 가서 노는 건 좋은데 그래도 조심해.
도영 : 인터넷에 뜬거? 뭐 확실하게 나오지도 않았는데.
준세 : 같이 있던 사람은 차동우야?
도영 : ..... 그냥 우연히 만나서 맥주 한잔 마신거야.
준세 : 넌 공인이야.
도영 : 자기는 공인이 아니라서 윤사월 손잡고 전시회 봤어? 회사 동기가 보고 신나서 얘기해 주더라.
준세 : ......상황이 좀 그랬어.
도영 : 그리고 윤사월한테 동생 잃어버린 얘긴 왜해? 자긴 누구편이야? 누구 애인이야.
준세 : 누구 편이 어딨어. 너 초등학생이야?
도영 : 응, 난 유치하게 사랑받고 싶어. 무조건 내 편 들어줬음 좋겠어. 자긴 내 애인이니까 내 편 들어줘.
준세 : 신도영이 이러는 거 남들은 상상도 못하겠지.
도영 : 원래 연애는 유치한 게 좋은거야.
준세 : 참, 사월이가 그 사진을 궁금해 하던데..... 혹시 갖고 있음 좀 보여줄 수 있어?
도영,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서 나온다.
준세 : (화를 버럭) 도영아!
도영, 뒤 안돌아보고 걸어간다.
S#37. 그랜드 홀 / 낮
텅빈 객석에 앉아있다. 도영, 무대 위를 바라본다. 동우와 춤추던 모습, 환영처럼 보인다. 핸드폰 문자음.
동우 : (E) 저 지금 방송국 근처예요. 만날 수 있을까요?
객석에 앉아있는 도영. 수트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동우, 걸어온다.
도영 : ..........(바라보는)
동우 : ........괜찮아요?
도영 : 뭐가?
동우 : 인터넷에 사진 뜬 거 봤어요, 혹시 회사에서나.... 다른데서 이상한 오해를 샀을까봐.... 제가 해명할 수 있음 할려구....
도영 : 그래서 그렇게 정장차림으로 온 거예요?
동우 : ........(멋쩍은 듯 넥타이를 잡아당겨 느슨하게 하는)
도영 : 뭐라구 해명을 하게?
동우 : .....그냥.... 친군데 우연히 클럽에 갔다가 시끄러운 속에서 얘기하다 보니까.... 오해할 만한 사진이 된거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도영씨를 나무라지 마라.....
도영 : .....
동우 : 너무 장황한가? 유치해요?
도영 : .....자긴 왜 그렇게 착해?
동우 : .........
도영 : 묻잖아...... 왜 그렇게 착하냐구.
동우 : 너한테만 착한거야.
도영 : .......
동우 : 혹시 그 분이 오해했음 내가 가서 풀어줄께요.
도영 : ........
동우 : 가자니까요.
도영 : 가요 그럼.
S#38. 도 로 / 낮
달리는 도영의 차.
운전석에 앉은 동우, 조수석엔 도영.
S#39. 수목원 / 낮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곳. 세워져 있는 도영의 차.
도영, 동우 두 사람 껴안고 키스한다. 정말 서로를 원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도영 : (E) 동우씨....나 처음으로 내 자신에게 솔직해 봐요, 동우씨 말대로 난 늘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죽이면서 살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이 순간을 살고 있어요.
동우 : (E) 이렇게 가슴 꽉 차게 행복해 본 적이 태어나서 처음같아요.
도영 : (E)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어... 그러면 안되는 것도 알아.
동우 : (E) 말하지 마요. 말 안해도 알아. 그러면 안되는 것도 알아.
나무 그늘 사이로 손잡고 걷는 두 사람. 저만치서 사람이 다가오자 동우, 얼른 도영을 끌어안아 얼굴을 가려준다.
포옹하듯 서 있는 두 사람. 행인 지나간다. 동우, 도영을 풀어준다.
동우 : (도영 얼굴에 땀 닦아주는)....땀 났다.
도영 : (미소)
S#40. 학교 작업실 / 낮
리본으로 두른 봉부를 내미는 명관장.
명관장 : 저희 갤러리 초대전 때 교수님 꼭 좀 와주십사 하구요.
정희 : 우편으로 보내주셔도 될 껄 굳이.....
명관장 : 제가 교수님 팬인거 아시잖아요. 언제 교수님 전시회도 한번 저희가 모시고 싶은데.....
정희 : 시간내서 꼭 들려볼께요.
명관장 : 감사합니다 교수님. (일어서며) 참 백화점에 윤사월씨 아시죠? 그 아가씨한테 무슨 얘기 해주신 적 있어요?
정희 : 아뇨.
명관장 : 그 댁 얘기를 좀 심하다 싶을만큼 캐 묻더라구요. 마회장님한테.
정희 : 어떤 얘길?
명관장 : .......친 딸을 잃어버렸단 그 웃기지도 않은 소문 있잖아요.
정희 : ...........
명관장 : 다행히 마회장님도 헛소문 들은 거다 나도 모른다 딱 일축해서 얘기가 더 안 번지긴 했지만.....
정희 : ............
명관장 : 얘기를 옮기는 사람 같아요. 조심하세요.
정희 : 그래요. 고마워요.
S#41. VIP 룸 / 낮
싸늘한 얼굴로 앉아있는 정희.
정희 : 내가 굳이 얘기안하고 그냥 조용히 발 끊을려고 했는데... 말할 껀 해야 할 것 같아서 온거예요.
팀장 :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아닐까요. 윤사월씨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닌데요.
정희 : 그럼 내가 허깨비를 봤단 말인가요?
구두 상자 잔뜩 쌓아들고 들어오다 정희를 보는 사월.
사월 : (반갑게) 교수님!
정희 : (눈길도 주지 않는).........
사월 : ..........
팀장 : 교수님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그런 일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정희 : (나가는데)
사월 : 도영언니한테 얘기듣고 오신 거 아니예요?
정희 : 방송국 분장실에서도 목걸이 훔치다 걸리고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비도 훔쳤다며.
사월 : !!
정희 : 우리집에선 뭘 훔칠려고 한 거지? (말없이 나가버린다)
사월 : ........
S#42. 도 로 / 낮
달리는 차. 동우, 운전한다.
진동으로 울리는 도영의 전화벨. 윤사월이라 뜨는 발신표시를 보며 밧데리 빼버리는 도영.
동우 : ......(도영본다)
도영 : 별 거 아니예요. 빨리 들어오란 독촉전화.
동우 : 알았어요.
차, 속도를 내 달려간다.
S#43. VIP 룸 / 낮
(F) : 전화기가 꺼져있어.......
사월, 전화 내려놓고 표정 굳은 채 멈춰있다.
S#44. 도영네 집 앞 / 밤
사월, 손으로 눈물 닦으며 대문 바라보고 있다.
F.O.
S#45. 교회 앞 / 낮
검은 양복 차림으로 교회에서 걸어나오는 태문과 비서. 그 뒤로 수행원들 여러명.
장태문, 얼굴 어둡다. 모든 걸 다 놓아버린 사람처럼 쓸쓸하다.
비서 :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시죠., 회장님. 내일 오전엔 상공회의소 미팅, 모레 오후엔 전경련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태문, 털썩 쓰러진다.
비서 : 회장님! 회장님!
S#46. 라디오 뉴스 스튜디오 / 낮
시은, 뉴스 진행 중.
시은 : 태문 그룹 장태문 회장이 오늘 오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습니다.
지난 해 숨진 아들의 추도식에 참석했던 장회장은...
S#47. 도 로 / 낮
마포대교 또는 서강대교를 달리는 버스 안.
여의도로 가는 길. 사월, 앉아있다. 라디오로 뉴스가 나온다.
시은 : (E)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습니다. 병원 측은 심한 우울증세와 함께 저혈압을 진단했지만
그룹 비서실은 모레 있을 전경련회의엔 아무 문제없이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월 : ....불쌍한 회장님....
S#48. 방송국 일각 / 낮
도영, 걸어간다. ‘방문’ 표찰을 단 사월 따라와 부른다.
사월 : 언니.........
도영 : .....(안 반가운).... 여긴 웬일이예요?
사월 : 옷 전달한다고 뻥치고 출입증 받았어요. 언니 바쁘셨어요? 전화가 통 안돼서....
도영 : 응, 요즘 많이 바쁘네요.
사월 : 어제 교수님 오셨었는데..... 아직 말씀 안드렸어요?
도영 : 자기를 아주 많이 불신하고 계셔. 몇 마디 꺼냈다가 나만 된통 혼났어.
사월 : .........
도영 : 보채지 말고 좀 기다려 봐요.
사월 : 방송국에서 목걸이 훔쳤다는 얘기 언니가 하신 거 아니죠? 절 많이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도영 : ....어디서 안 좋은 소문만 들으셨나보네...그러니까 좀 기다려요.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사람 놀래키지 말고. 알았지? (간다)
사월 : ...........
S#49. 정희 작업실 / 낮
정희, 모녀상 작업 중이다.
작은 화분을 든 사월, 들어선다. 정희, 사월을 뜨악하게 쳐다본다.
정희 : .........
사월 : (화분을 한쪽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교수님.
정희 : 나가 줄래요.
사월 : ............
정희 : 나가달라니까요.
사월 : ........저..... 몰라보시겠어요?
정희 : (신경질) 어디와서 뚱딴지같은 소리야.
사월 : 정말 모르시겠어요? 저는 이제 기억이 나는데..... 교수님 처음 뵜을 때부터 이상하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뭐였는지
이제 알았는데.
정희 : 꽤 영악한데가 있네.
사월 : ............
정희 : 그래, 어렵게 살았다니까 생존본능도 남다르겠지. 난 그래서 가난하게만 산 사람들을 안 좋아해.
자기 살기 바빠서 남에 대한 예의도없고 자존심도 없고 추하도록 강한 생활력으로 남을 불편하게 할때가 많거든.
사월 : 정말 절 몰라보시겠어요.
정희 : .......나가주세요.
사월 : 저 지영이예요.
정희 : (버럭) 나가지 못해!
사월 : 매일 밤 울면서 엄마를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냄새 한번만 맡게 해달라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가 받은 수명에서 10년이라도 떼어가라고. 엄마 만나고 10년 일찍 죽겠다고.
정희 : (옆에 있던 조각도구를 집어던진다)
사월 : 병아리 꼬까옷 기억나세요. 언니랑 술래잡기 하느라 세탁기 안에 숨었다 잠이 들었어요.
한 시간 있다 나왔더니 엄마 사색이 돼서 제 엉덩이를 때렸어요.
정희 : 너.....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은거야......
사월 : 언니랑 같이 나갔었어요, 사람도 많고 복잡한 데 갔는데 언니가 꼼짝 말고 있으랬어요 잠깐 어디 갔다온다구.
그런데 제가 언니 말 안 듣고 딴 데로 갔어요.
정희 : ......
사월 : 언니는 기억을 못해요. 동생을 잃어버린 두려움이 커서 기억이 지워졌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대요,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아직 오락가락하니까.... 다 같이 만나서 얘기해 보고 싶어요.
정희 : 얘기를 참 잘 지어내네. 직업을 바꿔봐도 좋겠어.
사월 : .....(눈물이 핑도는)........
정희 : 나가주세요.
사월 : 네, 교수님. 실례했습니다. (돌아나가는데)
정희 : 저거 들고 나가.
사월 : (나가다 돌아와 화분을 드는데 굽힌 허리춤에 흉터가 살짝 보인다)
정희 : .......
사월 : (화분 들고 눈물 흘리며 나간다)
정희 : ........(잠시 혼란.......)
S#50. 엘리베이터 / 낮
사월, 울고 있다. 흐르는 눈물 계속 닦는다.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준세 서있다. 울고 나오는 사월을 보고 놀라는 준세.
준세 : ........사월아.
S#51. 백화점 일각 / 낮
사람 없는 곳. 울면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월.
준세, 따라가며 부른다. ‘사월아’ 사월, 들은 척도 안하고 걸어간다.
준세, 달려가 거칠게 사월을 잡아 돌려 세운다. 눈물 가득한 사월. 준세, 사월을 껴안는다.
사월 : ............
준세 : 사월아..... 무슨 일이야.
사월, 준세 품에서 눈물 흘리며 말 없다.
준세 : .........
사월 : 오빠.....
준세 : ......그래.
사월 : 오빤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갖고 싶은 게 있었어?
준세 : ......없었어.
사월 : 난 있었어. 남들한텐 당연히 있는 엄마 아빠를....난 내 생명을 줄여서라도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만나고 싶단 기도를 하면서 살았어.
준세 : (말없이 더 안아주며 도닥도닥)
사월 : 난..... 불행해....
준세 : .....그런 말 하지마 사월아.
사월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난 가질 수 없는 아이야.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그리구......
준세 : ......
사월 : 오빠도. (뛰어간다)
준세 : ................
S#52. 준세 사무실 / 낮
책상 앞에 물끄러미 앉아있는 준세. 먼 데로 시선.....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모니터를 바라본다.
미카엘의 집에서 찍은 사월의 사진들 돌아가고. 사월의 모습, 보는 준세.....
S#53. 상가 옥상 / 낮
낡은 상가 옥상. 한 쪽 구석 깨지고 때 묻은 화분에 조롱박 넝쿨(아님 토마토나 다른 식물이라도)이 튼튼하게 자라 올라오고 있다.
은섭, 통화 중. 다른 사람 같다. 간절하고 진심으로 뜨겁다.
은섭 : 미선아.... 니가 하라면 할게, 가서 너희 오빠한테 무릎 꿇고 빌게. 말해, 뭐든 할꺼야.....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나도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싶어. 니가 있었음 좋겠어.... 날 용서하고 돌아와 줘. 우리 같이 살 준비는 내가 해놓을게....
나 돈 있어. 돈 있어, 미선아...... 그래, 나중에 대답해도 돼.... 기다릴게, 괜찮아. 미선아, 내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은섭, 통화하며 살짝 눈물까지 어린다. 웃는다.
S#54. 도영네 거실 / 낮
정희, 생각에 빠져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아줌마, 찻잔 들고 와 테이블에 놔주며
아줌마 : 교수님.... 저 오늘은 좀 일찍 가볼께요.... 아버지 제사라고 어제 말씀 드렸죠.
정희 : ..... 그러세요.
아줌마 : 어디 편찮으세요? 안색이 안좋으세요.
정희 : 아뇨, 좋아요. 걱정말고 들어가 보세요.
아줌마 : 내일 일찍 오겠습니다. (나간다)
S#55. 도영 집 앞 / 낮
아줌마, 대문을 나선다. 골목으로 걸어 나온다.
봉투를 든 은섭, 걸어간다. 아줌마, 건성으로 한번 돌아본다. 다시 걸음 재촉하는 아줌마.
은섭, 도영의 대문 앞에 가 벨을 누른다.
정희 : (E) 누구세요.
은섭 : 잃어버린 따님에 대해 말씀 드릴 게 있어 왔습니다.
S#56. 도영네 거실 / 낮
은섭, 들어선다. 집을 둘러본다. 내가 살뻔 했던 집..... 슬픈 눈으로 둘러보며 서 있다.
소파에 앉은 정희, 은섭을 훑어본다.
정희 : ......방범시스템 회사에 연락했어요. 집 앞에 와서 대기해 달라고. 허튼 수작부릴 생각은 꿈도 꾸지마.
은섭 : 어떻게 아이를 잃어버렸는지 제가 알려드리면 돈을 얼마 주시겠습니까?
정희 : ........경찰을 부를까요 제 발로 나갈래요.
은섭 : (사진을 꺼내놓는다)
정희 : 이게 뭐지?
은섭 : 신도영과 잃어버린 따님이 아닙니까?
정희 : .....(들여다본다..... 맞는데)......이게 언제 찍힌거지?
은섭 : 제가 원하는 돈을 주시면 제가 알고 있는 걸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희 : ...........
S#57. 분장실 / 낮
경미, 도영의 머리를 만져 주고 있다.
경미 : 선배 요즘 두 배로 바빠졌죠?
도영 : 응, 인터뷰랑 앞으론 또 공식적인 행사들이 꽤 많이 잡혀있네.
경미 : 오늘은 카타로그 촬영? 우리 방송사를 외국에 알리는?
도영 : 응.... 이쁘게 해줘야 돼.
경미 : 걱정마세요. 메이컵은 저한테 맡기시고 선배님은 영양제 챙겨 드시면서 열심히 하세요.
선배는 많은 사람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잖아요. 제 조카도 장래희망 신도영이래요.
도영 : 그래?
경미 : 제 조카를 위해서도 더 멋지게 성공한 모습 보여주셔야 돼요.
도영 : (웃는) 노력할게.
S#58. 몽타주 / 낮
방송사 이 곳 저 곳에서 사진 찍는 도영.
S#59. 도영의 거실 / 낮
은섭, 지갑에 수표를 넣어 나가며
은섭 : 그럼 신도영한테 확인해 보시구 맞으면 나머지 반을 더 주십시오. 약속을 안 지키심 이거 제가 불겠습니다.
은섭, 나가고 정희, 사색이 된 얼굴로 앉아있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서울역 사진.
정희, 시간이 멈춘 듯 앉아있고 해가 기운다..... 어둑해 진다.
S#60. VIP 룸 / 밤
팀장, 사무실 전화를 사월에게 바꾼다.
팀장 : 최교수님이셔..... 목소리가 안 좋으셔.
사월 : (받아)......여보세요. . . . . .여보세요?
정희 : (E) 허리의 흉터는 어쩌다 생긴거지.
사월 : ......(눈물이 핑도는)...... 놀이터에서 불꽃놀이를 하다 덴 것 같습니다...
S#61. 도영의 거실 / 낮
정희, 눈물이 그렁... 그러나 차고 냉정함을 잃지 않고 통화하는
정희 : ..... 실종되기 한달 전에.... 크게 체해서 아팠던 적이 있어요....
사월 : (E) .....그건 기억 안납니다.
정희 : 어릴 때 타던 완구 자동차는 기억나요?
사월 : ...... 빨간색이었구..... 그걸 타다 크게 넘어져서 제가 아야 빠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정희 : .......(크게 흔들린다. 흐느낌이 터져나올 것 같은데).....노랑색 원피스 때문에 나한테 크게 혼난 적이 있을텐데....
사월 : 그건 기억이 안나는데...... 그 옷 입을 때마다 엉덩이 춤 추면서 하던 건 생각났어요.
삐약삐약 꼬까옷, 병아리는 지영이.... 병아리 꼬까옷 주세요.
정희,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운다.
S#62. VIP 룸 / 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우는 사월.
팀장 : 사월씨 왜 그래.... 교수님이 뭐라시는데.
사월 : ....아니예요 아니예요..... (팀장을 안고 흐느낀다)
S#64.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들어온다.
도영 : 다녀왔습니다...... (방을 향해) 주무세요?
도영, 2층으로 올라가는데 방에서 정희 나온다.
도영 : (계단에서 돌아보고) 주무셨어요, 엄마? 옷 갈아입고 내려올께요. (올라가는데)
정희 : (테이블에 놓인 사진을 들고 따라 올라간다)
도영 : (돌아보며) 엄마......
정희 : 윤사월이 우리 지영이니?
도영 : ...........!!!!
정희 : 니가 데리고 나갔다 잃어버린거야? 그래놓곤 20년 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거야? 왜?
도영 :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정희 : 그 애가 이따 이리 올꺼야. 같이 얘길 해보면 진실을 알 수 있겠지.
도영 : 어디서 무슨 소릴 들으신 거예요?
정희 : 너 왜 그랬니.
도영 : 엄마 이러지 마세요. (방으로 올라간다)
2층 끝계단 까지 올라간 도영과 정희.
정희 : 이리 와,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이게 뭔지. (사진을 내민다)
도영 : ..............!
정희 : 지영이가 실종된 다음날 나온 신문이야. 이 사진은 그럼 실종 당일날 찍혔을 가능성이 크지.
너랑 같이 있었어. 너 왜 지영이를 데리고 나갔니.
도영 : 거짓말이예요.
정희 : 얘기해 봐. 왜! 왜! 지영이를 데리고 나갔냐구! 그리고 왜 말 안했어.
도영 : 엄마 저 피곤해요 이러지 마세요. 그리고 이거 다 엉터리사진이예요. 엄마, 가짜딸사기극에 속은지 얼마나됐다고 이러세요.
방으로 가는 도영을 잡는 정희. 도영, 뿌리친다.
정희, 무섭게 잡아 끌고 도영은 뿌리치고 두 사람 실갱이하다 정희 몸의 중심을 일어 삐끗.... 계단으로 구른다.
계단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무섭게 굴러 떨어지는 정희. 1층 마룻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쿵 부딪힌다.
도영 : 엄마!
정희,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도영,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정희를 흔들어본다.
도영 : ........엄마......엄마!
정희 : ........(죽은 듯 미동도 없다)
도영, 급하게 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119를 누르는데...... 신호가 가기 시작하자 끊어버린다. 두려움과 혼란.....
도영 : ...........엄마...... 엄마......
정희 : ..............
S#65. 동네 거리 / 밤
사월, 걷고 있다.
S#66.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정희가 들고 있던 사진을 찾아든다. 백에 넣는다.
거실 테이블에 놓인 정희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도영, 가서 보면 ‘애들 아빠’.
도영, 계단에 털썩 주저 앉는다. 진동으로 울리는 전화기. 도영, 계단에 계속 앉아있다.
도영 : ..........(생각이 멈춰있다.... 두려움과 묘한 안도..... 무서운 기대.....)
플래쉬 백 -
2부, 어린 도영의 뺨을 때리는 정희.
5부, 도영의 거실.
정희 : 너 혹시 지영이 어딨는지 알고 있지 않니?
정희 : 지영이 없어지던 날, 넌 뭘하고 있었니.
정희 : 그때 너한테 거짓말탐지기라도 써봤어야 하는건데...나가서 놀라고 밀쳐낸건 아닌가, 일부러 먼데 심부름을 보낸건 아닌가.
도영 : ...........(눈물 글썽).....
정희,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던 손가락이 파르르 움직인다.
도영 : ............
정희의 손, 멈춘다. 죽은 듯 고요하다.
도영 백에서 울리는 전화벨. 도영, 얼른 2층으로 올라간다.
S#67. 도영 방 / 낮
밝은 목소리로 전화 받는 도영.
도영 : 아빠? 아직 홍콩이세요? 아님 상해로 가셨어요....
수호 : (F) 아직 홍콩이야.... 하루 이틀 일정이 늦어질 것 같다.
도영 : 어떡해..... 힘들진 않으시구요?
수호 : (F) 힘들긴 뭐.... 엄마는 전화를 안 받더라. 벌써 자나.
도영 : 글쎄요.... 제가 지금 방송국이라 잘 모르겠는데요.... 아까 낮엔 통화 안하셨어요?
수호 : (F) 오늘은 정신없었어. 지금 처음 전화하는거다.
도영 : 엄마 일찍 주무시나부다... 저 밤샐지도 모르는데 내일 아침에 말씀 드릴께요.
수호 : (F) 그래, 집엔 별일 없지?
도영 : 그럼요. 걱정마세요!
도영, 전화 끊는다.
S#68.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계단을 내려온다. 조심스럽게. 정희 앞을 지난다. 도영, 정희를 돌아본다.
도영 : ............(두려움과 슬픔)
도영, 서둘러 현관으로 나간다.
S#69. 도영네 집 앞 / 밤
도영, 집에서 나와 차를 탄다.
멀리서 사월, 뛰어온다. 도영이 차에 타는 모습이 저만치에 보인다. 사월, 의아하다. 도영의 차, 떠난다.
사월, 집 앞으로 달려온다. 초인종 누른다.
사월 : .....(이상한..... 핸드폰을 꺼내든다)
S#70. 도영네 거실 / 밤
쓰러져 있는 정희. 테이블에서 진동으로 울리는 전화벨.
S#71. 도영네 집 앞 / 밤
사월, 전화를 닫고 초인종을 누른다. 안에선 대답 없다. 또 한 번 누른다.
사월 : (문 두드리며) 교수님..... 최정희 교수님...... 교수님! 안에 안계세요?
사월, 핸드폰 꺼내 버튼 누른다. ‘신도영’ 이라 이름 뜬다.
S#72. 도 로 / 밤
달리는 도영의 차.
(F)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S#73. 도영네 집 앞 / 밤
사월, 대문 두드린다.
사월 : 교수님!..... 최정희 교수님......
사월, 가슴이 먹먹하다..... 눈물이 터진다... 대문을 두드린다.
사월 : .......엄마!.......... 문 좀 열어주세요 엄마! 엄마!
사월, 미친 듯 대문 두드리며 울부짖는데서!